[코로나1년①]마스크,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일등 공신 한때 품귀 현상 빚었으나 공적 마스크 도입 이후 안정세 방역 전문가 "마스크가 확실한 백신…종식 때까지 써야"
평소 말할 때 침이 좀 많이 튀는 것 같아 주의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다른 사람이 말할 때 튀기는 비말을 극혐하기 때문이다.
같이 식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침을 튀겨가며 말하고 그걸 또 나눠먹고 하면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이게 코로나19 이전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젠 모이지도 못할 뿐더러, 모여도 대화는 자제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맘리 편하다.
좌우로 가림막을 막아서 대화를 막거나 비말차단이 된 식당을 선호한다. 좋아한다.
오히려 더 안전해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전염병 감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성실히 이행해서 이만큼이나마 방역이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부의 역할도 없지 않았으나, 그리 효율적이지 못한 시스템으로 국민의 협조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당하는 현실이 불쾌할 따름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마스크 생활을 해야할지 암담하다.
[코로나1년①]마스크,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일등 공신
한때 품귀 현상 빚었으나 공적 마스크 도입 이후 안정세
방역 전문가 "마스크가 확실한 백신…종식 때까지 써야"
글 싣는 순서 |
①'마스크가 백신'…지겹지만 1년 더 (계속) |
박종민 기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 6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은 '지속가능개발보고서2020'에서 한국을 OECD 회원국 가운데 '코로나 방역' 1위 국가로 선정했다. 인구 1백만명당 코로나 사망률과 재생산지수, 통제 효율성 등을 바탕으로 내린 평가였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한국의 방역이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꼽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개인보호장구(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아직도 마스크 착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대부분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마스크를 썼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커질 때마다 마스크 착용 범위도 실내에서 실외로, 공공장소는 물론 대중교통수단으로까지 확대했다.
전세계 221개국의 코로나 상황을 집계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5일 현재 한국의 인구 1백만명당 코로나 사망자는 23명으로 147번째로 나타났다. OECD 국가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인구 1백만명당 누적 확진자 숫자는 1379명으로 전세계에서 154번째, OECD 국가 가운데서는 역시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작다.
지난해 2월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처럼 바이러스를 막는 마스크의 위력이 강력하다 보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싹쓸이해 중국으로 가져가거나 국내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매점매석을 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보건용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자 아예 필터 부직포 등을 사서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고, 필터마저 부족해지자 '생리대'를 대신 이용해 만드는 '자력갱생' 현상까지 나타났다.
가격도 코로나 사태 이전 온라인 판매가가 한장에 500원선이던 KF94 마스크가 5천원선까지 열배로 치솟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국내 생산된 마스크의 대부분을 정부가 사들인 뒤 약국을 통해 일주일에 한 장씩만 살 수 있도록 하는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전격 시행했다.
지난해 3월 ‘마스크 5부제‘ 풍경.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 '사회주의 배급 정책 아니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공적 마스크 제도 이후 한달만에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은 사라졌고 가격 또한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공적 마스크 제도는 지난해 7월 종료됐다.
마스크 생산업체 웰킵스의 박종한 대표는 "마스크 수요와 공급을 바로 잡기 위해 지난해 실시한 공적 마스크 제도는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사태 초기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던만큼 '공적 개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상황에 따라 또다시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가 급증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올 하반기에 (포화상태인) 마스크 업계의 구조조정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2019년 한해 국내에서 생산된 보건용 마스크는 2억 2천만장인데, 현재 국내 공급 능력은 이론적으로 이틀이면 이 물량을 생산해 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달 첫째주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1억 6천만장. 생산업체는 1100곳이 넘어 1년전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늘었다.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온라인에서 700원 정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공급량이 많다 보니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보건용 마스크 수출량은 1058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16톤보다 크게 늘었다.
이한형 기자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없지 않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지난해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마스크 착용을 꼽았다. 그는 "출근할 때 마스크를 깜박하고 나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챙겨와야 했다"며 "마스크는 핸드폰 다음으로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도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이 상당히 불편했다"며 "이제는 익숙했졌지만 그래도 마스크는 그만 쓰고 싶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만큼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어 효과가 확실히 있다"며 "병원내 감염이 있더라도 마스크를 쓰면 전파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는 꼭 착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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