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4살이다. 아주 개구장이여서 동네는 물론 교회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개구지기로... ㅋㅋㅋ 아마도 아빠와 엄마를 쏙 빼닮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지만 밉지는 않다는 교회분의 말씀을 들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최근 야근이 잦은 탓에 아이 얼굴 볼 시간이 적었었다. 추석도 겨우 며칠만 쉬고, 또 출근, 야근, 월화수목금금금을 계속 보내고 있는데, 어쩌다 조금 시간이 나서 막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마침 동화책에는 오이가 나왔다.
그래서 막내에게 물었다.
" 예완아, 이게 뭐야? "
" 응... 오이, 아빠가 쪼그만 칼로 잘라 줬잖아! "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쪼그만 칼? 위험하게시리, 웬 칼 이야기인가!' 했다.
하지만 이내 추석에 처갓집에서 장인 어른 가꾸시는 밭에서 조그만 오이를 따다가 미니 맥가이버 칼로 껍데기를 벗겨내고, 싹뚝 잘라서 막내를 먹이고, 나도 함께 나눠먹었던 일이 기억났다.
'어린 녀석이 이런 걸 기억하는구나... 신기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랬었노라고 이야길 했더니
"아이에겐 그런게 추억"이라며 그런 추억을 많이 줬음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빠인 나에게는 별스럽지 않은 일이었으나, 아이에겐 추억이고, 재미고, 소중한 기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아이에게, 아내에게 더 좋은 아빠, 남편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에 대한 소중한 추억들이 많이 있다. 아버지와의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 지낸 것도 아니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은 소중하고, 좋았던 추억들과 함께 기억의 뒤켠으로 물러났기에, 좋은 것들을 생각해내기도 어려운 판인지라... 하모니카로 찬송가를 신나게 불어주시던 일이나, 어린이날이라고 부산 동래(기억에...) 어딘가에 있는 어린이회관(?)에 행사에 데려가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있던 기억, 롯데 어린이 회원을 신청하셔서 바람막이 점퍼와 조그만 보조가방을 받아 선물로 주신 일, 자전거 뒤에 앉아서 교회를 다녀오던 일 등등 하나하나 잊혀진 듯하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분좋은 추억들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아버지께 전화드려야겠다... 아님 화상대화를...)
4살인 막내도 30년 쯤 지난 뒤면 결혼하고, 애아빠가 되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어떻게 알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아무것도 추억할 것이 없는 아빠라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혹 어릴적이나, 태어나기전에 아버지를 여읜 분이라면 얼마나 아쉬울까!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당할 때에도, 아빠인 나를 믿고 아무 걱정없이 무럭무럭 커갈 사랑하는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거뜬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내일도 또 야근을 향해 달려가겠지만 , 언젠가는 더 행복해질 것을 기대하며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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