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코로나19 대유행 코로나 맞닥뜨린 노인들 멀어지는 밥, 흔들리는 일자리 사회복지시설, 무료급식소 다수 문 닫아주먹밥 하나로 세 끼 나는 노인들 긴급돌봄 체계 확립해야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야 삼시세끼가 별것 아니고, 건강을 위해서 굶기도 하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취약층은 한끼도 힘들어 심지어는 주먹밥을 3번으로 나눠서 드신다고 한다.
이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적어도 밥은 먹을 수 있는 나라여야 하지 않나?
돈잘버는 정치인들, 한번 생각해보시오.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회복지시설, 무료급식소 다수 문 닫아
주먹밥 하나로 세 끼 나는 노인들
노인일자리, 자활근로 등으로 생계 이어간 노인들
코로나19 여파로 기약 없는 휴직 상태
전문가들 "긴급돌봄 체계 확립해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 앞.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거리에서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다. 노인들 수십명이 식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박하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취약계층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홀로 살거나 경제 사정이 열악한 노인들의 삶은 더 위태롭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계층이 전체 인구의 43.4%를 차지한다. 노인 빈곤 문제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5년 뒤 한국은 노인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어선다.
CBS노컷뉴스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코로나19에 맞닥뜨린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과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들에겐 밥 한 끼가 소중해졌다. 노인 일자리, 자활근로 등으로 용돈 벌이를 해왔지만, 기약 없는 휴직 상태에 놓인 노인들도 많았다.
김씨가 무료 급식소에서 받은 한 끼 식사. 봉지 안에 주먹밥 하나, 단무지, 요구르트가 들어있다. 김씨는 "세 끼로 나눠 먹는다"고 했다. (사진=박하얀 기자)
◇"주먹밥 하나로 세 끼…명절땐 그냥 눈물만 나"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 앞. 예순을 넘긴 듯한 이들 수십명이 대기표를 손에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검은 봉지 하나를 건네받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봉지에는 주먹밥 하나, 단무지, 요구르트가 들어있었다. 이날 급식소가 준비한 주먹밥 470인분은 금세 동이 났다. 오전 8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노인도 있었다.
김모(82)씨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창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로 왔다. 7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그는 주먹밥 하나로 세 끼를 난다고 했다. 김씨는 "혼자 있어서 밥 해먹을 힘도 없고, 낙도 없다"며 "사 먹기에는 비싸서 급식소를 온다"고 했다.
그는 5년 전 아들과 남편을 잃은 뒤로 쭉 혼자 살고 있다. 아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내가 갈 데가 어디 있어. 명절 때 그냥 눈물만 나는 거지…." 김씨는 한참 동안 말없이 허공을 바라봤다.
이는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복지시설은 수개월째 운영을 중단했다. 노숙인, 노인 대상 무료급식 시설들도 집단감염 우려로 문을 걸어 잠갔다. 서울시 내 경로 식당을 운영하는 노인복지관, 종합복지관 등은 모두 172곳. 지자체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완책으로 일주일에 1~2번가량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 급식 상황은 더 열악하다. 8월 말 기준, 서울시가 파악한 노숙인 무료급식 시설 54곳 가운데 17곳이 배급을 중단했다. 운영을 이어가는 민간 무료 급식소 몇 곳에서만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자광명 보살은 "코로나19 이전에는 200명대 식사를 준비했는데, 많은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400~500인분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지자체가 단순히 급식소 닫아라, 이게 아니라 굶는 노인들을 지원할 방안을 내놨으면 좋겠다"며 "어쨌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 않나. 누구나 늙는다.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려운 이들 식사를 챙기는 소임을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식소가 아닌 거리에서 주먹밥이라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초부터 보건복지부와 상의해서 노숙인 급식에 대한 후원을 유치하려 노력했다"며 "교회나 소규모 단체들 가운데 급식을 이어가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사는 이씨의 방. 그는 1평 남짓한 방 안에서 먹고 자고 쉬고 있었다. (사진=박하얀 기자)
◇코로나에 노인 일자리도 흔들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나 자활근로 등으로 근근이 버텨 온 노인들은 실직 상태에 놓였다.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사는 오모(64)씨는 6개월 동안의 자활근로를 지난 7월 마쳤다.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천식과 고혈압으로 공사장 일은 쳐다보지도 못한다. 오씨는 "처음으로 받은 실업급여로 버티고 있지만, 방세와 보험료를 내고 남는 돈을 생활비에 보태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년 전 중국 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한 이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활근로가 끝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구인 공고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이렇게 일 구하기가 어려울 때가 없었다"며 "아버지가 고향에 내려오라고 했지만, 오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번에는 못 갈 것 같다. 일자리가 있는지 남대문 시장에 가보려 한다"고 했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도 사실상 '스톱' 상태다. 장모(80)씨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해왔다. 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들어오는 돈은 27만원 남짓. 용돈 벌이 정도이지만, 장씨는 "노인에게는 매우 귀한 돈"이라며 "집도, 돈도 없는 분들이 정보가 없어서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못 해 신청을 도와준 적이 있다. 보람을 느끼며 일했다"고 했다.
돌봄 일의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탓에 장씨는 두 달가량 일을 쉬었다. 급여가 끊길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임시로 하고 있다. 지난 28일을 끝으로 이번 달 근무는 끝났다. 김씨는 10월에는 다시 돌봄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했다.
거리두기 2단계로 완화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재개하거나 활동비를 선지급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잠정 중단한 곳도 있다.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현재 어떤 경제 상태인지 지자체로선 파악할 수 없다"며 "별도로 나오는 지원금은 없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의 연계성을 확보해 노인의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두고는 "국민연금 제도가 잘 (작동)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어르신에게 보충적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어르신의 특성, 동기, 직업능력,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활동 등 대체 활동들도 정부가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김형용 교수는 "무료급식 배달 서비스 등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고, 본인 돈을 내고 경로 식당을 찾았던 노인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데이케어센터와 같이 반 이용(주거)시설에 있는 노인들도 돌봄 사각지대에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3차 추가 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사회복지시설 예산도 줄었다. 사업이 집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액할 것이 아니라, 비대면 안전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도록 예산 집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과제로는 공공돌봄 서비스를 늘려야 하고, 1~2년 단기 과제로는 긴급재정·인력을 투입해 가정 내 파견, '긴급돌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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