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지원금' 속에도 승무원·면세직원·배우 '생활고'…왜?항공사, 수당 뺀 기본급 구조따라 실제 지원금 수령액 '제각각'면세점업 종사자 85%, 도소매업으로 분류…지원금 혜택 없어
코로나19 봉쇄로 어떻게 불평등이 야기되고, 더 어려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중국 유럽만 하겠는가 만은 나름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고 있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사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이건 정상이 아닌 재앙이다.
빠르게 회복됐음 좋겠다.
항공사, 수당 뺀 기본급 구조따라 실제 지원금 수령액 '제각각'
면세점업 종사자 85%, 도소매업으로 분류…지원금 혜택 없어
노사관계 없는 '배우'도 혜택 제외…"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한국 사회 고질적 노동구조 반영…좋은 취지에도 곳곳에 '허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초롱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 뉴스. CBS 심층취재팀 박초롱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 가지고 온 소식은 얼마 전 국내 대형항공사 승무원의 극단적 선택. 오늘 이 소식 갖고 오셨다고요.
◆ 박초롱> 네, 많은 분들이 안타까움을 느끼셨을 겁니다. 특히 항공업계는 정부의 특별고용지원 대상이었던 터라 의아함을 느꼈던 분들이 많을 거고요.
◇ 김현정> 저도 굉장히 의아했어요 승무원인데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분이고요.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되면 월급도 비교적 오래, 상당 부분 보전받을 수 있는 것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생활고라 하니 언뜻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 박초롱> 앞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8개 분야를 특별고용지원 대상 업종으로 선정했습니다. 어렵지만 해고하지 말고 고용을 유지해라, 대신 정부에서 직원들의 휴직휴업 수당을 최대 90%까지 지원해주겠다, 특히 8개 업종은 기간을 늘려서 기존 180일에서 60일 더해 240일을 지원해주겠다, 한도도 상한해주겠다 이런 취지예요. 하지만 이번 승무원 자살 사건을 계기로 취재해보니 제도 곳곳에 허점들이 보였습니다. 오늘 훅 뉴스 시간에 그 취재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항공사, 수당 뺀 기본급 구조따라 실제 지원금 수령액 ‘제각각’
◇ 김현정> 우선 그 실상이 어떤지 동료 승무원 목소리를 들어보셨다고요?
◆ 박초롱> 10년차 동료 승무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같이 들어보시죠.
[동료 승무원]
"정비나 일반 직원은 230~270까지, 그런데 객실승무원은 실수령액 기준으로 해서 150만원도 못받아요."
◇ 김현정> 항공사 승무원, 현직 스튜어디스의 목소리인 거죠? 일반직원은 230~270까지 받는데, 승무원은 월급을 150만원도 못 받는다고요?
◆ 박초롱> 네, 현재 그렇다는 거고요. 특별고용유지지원 업종이니까 유급휴직 시 '그간 자기가 받던 월급'의 90%를 받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수당을 뺀 '기본급'의 최대 90%가 지원이 되기 때문에 근로자로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 사람이 받던 것 기준으로 하면 터무니 없다?
◆ 박초롱> 항공사 안에서도 특히 승무원들은 조종사나 정비 등 다른 직군보다 기본급이 상당히 적은 임금 구조거든요. 거의 비행 수당을 받아서 월급을 보전하는 형태의 변칙적인 구조죠. 그러니까 지원 금액도 적게 잡히는 겁니다. 방금 목소리를 들으신 약 10년차 승무원의 경우는 그래도 150만원인데, 더 어린 연차 승무원들의 경우는 더 적은 액수를 받게 되겠죠.
◇ 김현정> 그런 분들이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거나, 사회초년생이라서 모아둔 돈 없으면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갈 수가 있다 이런 거군요.
◆ 박초롱> 물론 돌아가신 승무원 분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게 경제적 요인뿐만은 아닐 수 있어요. 단정하는 건 아니고요.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 다른 동료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거든요. 또다른 승무원의 말도 들어보시죠.
(사진=연합뉴스)
[항공사 승무원]
"오피스텔 1000만원에 7,80만원 쉐어를 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보증금이라도 빼서 둘이서 뭐라고 할 수 있으니까", "저도 평소 친구들을 못 만나요. 이렇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빌붙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친구관계도 끝난 것이고. 겨우겨우 부모님들이 용돈을 주세요."
◇ 김현정> 그런데 이 문제가 승무원, 항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 박초롱>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별고용지원 업종은 항공업을 포함한 관광운송업 외에도, 여행업, 관광숙박업, 면세점과 공연업 등 모두 8개 분야입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살펴봤는데, 면세점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면세점업 종사자 85%, 도소매업으로 분류…지원금 혜택 없어
◇ 김현정> 면세점은 공항에 많잖아요. 그런데 공항 자체가 폐쇄될 지경이니 면세점도 크게 타격받지 않을 수 없을 테고요.
◆ 박초롱> 그런데 앵커님은 면세점업이 지원 대상이라고 하면 판매 직원들, 지난해 여름휴가를 가실 때 나에게 립스틱을 추천해줬던 그 분도 정부로부터 월급의 상당부분을 보전받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으세요?
◇ 김현정> 면세점에 판매하는 직원들, 그 분들 고용을 유지하라고 정부가 지원금을 내려주는 것 아닙니까?
◆ 박초롱> 그분들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아니, 왜죠?
(자료사진)
◆ 박초롱> 우선 특별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은 면세점업인데, 예를 들어 화장품 브랜드 판매직원이라면 도소매업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 김현정> 이해가 안 돼요. 면세점업은 지원 대상인데 거기서 판매하는 사람들은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분들로 분류된다?
◆ 박초롱> 예를 들면, A화장품 업체 직원이 면세점에 파견을 오는거죠. 그래서 이 분들은 도소매업종 직원인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 김성원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말로 들어보시죠.
[김성원,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
"실제로 면세업종에 해당하는 인원이 5천명, 나머지 3만명이 협력업체 소속인 도소매업종으로 분류됩니다. 정부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서 특별고용유지지원금에 선정도 해주고, 또 공항 이런 데서 혜택도 주고 하지만 모든 금액이 단 5천명에 해당되고 3만명은 지원이 없었던 게 문제죠."
◇ 김현정> 협력업체 소속인 게 문제군요. 정작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이들 직원들일 텐데, 지원 대상 자체가 아니네요.
◆ 박초롱> 이들이 속한 업체가 별도로 일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자면 심사를 거쳐야 하고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 영세업체의 경우는 그냥 무급휴직을 시키거나 일을 그만 두게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면세점 입점 화장품 업체는 직원들을 일반 백화점 매장으로 보내 이전과 동떨어진 업무를 시켰다고 해요. 하루는 광주, 하루는 마산 이런 식으로 끌려다니다 보니 결국 직원들은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는데, 이 직원의 말로 들어보시죠.
[전직 면세점 업체 직원]
"면세점은 언어전공자고 백화점은 메이크업 스킬 전공자인데, 이렇게 돌리는게 직원 입장에서는 관두라는 소리밖에 안 되는거죠, 또 기업에서는 권고사직을 잘 안 시켜주잖아요. 저같은 경우는 '이건 그냥 퇴사하라는 소리를 돌려서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받아서 나오게 됐고..."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노사관계 없는 '배우'도 혜택 제외..."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 김현정> 밖에서는 지원금이 다 이런 분들한테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 좀 놀라운데 공연 예술업계도 코로나 타격 심하잖아요. 그쪽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이 됐는데 배우들 사정은 어떻습니까.
◆ 박초롱> 배우 분들은 어딘가에 소속돼서 월급을 받는 분들이 아니다 보니까, 사업주가 신청을 해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특별고용유지 지원 대상에 원래부터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배우 분 이야기, 들어보실게요.
[현직 배우]
"사실상 그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제한이 됩니다. 연기를 하시고 플레이(공연)를 하시는 분들은 노사관계가 성립이 안 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고용유지지원금 취지를 보자면 정말 받아야 될 사람은 받지 못하고..."
◆ 박초롱> 배우 분들은 프리랜서라서 긴급고용안정금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절차도 복잡하고 지원기준도 까다로운데 혼자 진행을 해야 돼요. 배우는 아무래도 정기적인 일은 아니니까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분들도 많은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고용보험에 한 달에 10일이상 가입돼 있으면 탈락되는 등 제약도 있고요.
한국 사회 고질적 노동구조 반영...좋은 취지에도 곳곳에 ‘허점’
◇ 김현정> 그래도 지원이 나오는 건 다행인 것인데...
◆ 박초롱> 네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 물론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나마도 받는 게 어디냐' 그런데 대부분 회사에서 겸업금지 조항이 있잖아요. 그래서 지원을 받으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없어요. 기업이 고용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부 지원금, 굉장히 고맙고 좋은 제도인데요. 변칙적인 임금 구조나, 협력이나 파견업체를 통한 고용 불일치 문제 때문에, 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제도의 한계가 나타나는 현실입니다.
◇ 김현정> 지금 굉장히 잘 지적해 줬네요. 이 제도 자체는 좋지만, 구멍이 많이 뚫려있는 것 아니냐. 이 부분을 승무원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박초롱 기자가 이곳저곳 들여다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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