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서울 시장이 선출될 예정이다.
과거사 청산만 부르짖다가 과거도 청산못하고, 현재와 미래까지 말아먹고 있는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
이걸 그냥 넘어가기 보다, 잘 생각해볼 일이다.
그냥 뭉개는 것은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을 기억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럴 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또 다른 적폐가 양산된 것과 뭐가 다른가?
꼴통과 수구꼴통, 신규꼴통 등으로 발전하거나 개량화된 것일 따름이다.
국민은 이러나 저러나 힘들다.
이런 대기자의 일갈이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10403/106225798/1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4-03 14:00:00
서울을 해방하라 ③
투표장 가기 전에 꼭 읽어보라며 중학교 동창이 카톡을 보내왔다. 사전투표든 제때 투표든 반드시 투표용지를 여러 번 접어 투표함에 넣으라는 거다. 그래야 자동개표기 아닌 수작업으로 처리된다고 했다(맨 끝에 “맞는지는 모르지만” 하고 덧붙였다).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까지 부정선거·개표를 걱정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나이 지긋한 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그것도 대한민국 제1도시와 제2도시의 집권당 소속 시장 두 사람이 나란히 저지른 비리 때문에 선거를 치르는 나라는 정상일 수 없다.
심지어 전 부산시장 오거돈은 지금껏 처벌도 안 받고 잘만 지내다 첫 공판기일도 4·7선거 뒤로 연기되는 특혜를 누렸다. 작년 사퇴할 때도 총선 뒤에야 성추행을 고백하더니, 정권 차원의 고래심줄 같은 ‘빽’이 작동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괜히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만 안됐다는 소리가 또 나올 판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하단 작은사진). 두 전직 시장 모두 재직 중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오 전 시장은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서울이 세계 표준 도시로 가고 있었다고?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끝났고, 덕분에 친노 폐족은 화려하게 부활해 재집권할 수 있었다. 박원순 충격 뒤 원희룡 제주지사가 에둘러, 그러나 용감하게 지적했듯 “함께 져야 할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죽음으로 속죄하라며 내몰았는지도 모른다.”
자살이 공(功)은 지나치게 미화하고 과(過)는 지나치게 축소하는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집권세력은 서울 시민들의 기억력을 새 수준으로 아는지, 박원순이 굉장히 훌륭한 서울시장이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다.
“지금 서울은 미래 100년의 좌표를 정확하게 찍고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세계의 표준 도시로서, 리딩 도시로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도시로 가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영선이 2일 방송에서 따따따따 따발총처럼 발사한 소리다. 박원순이 미래 100년의 좌표를 정확하게 찍고 서울을 세계의 표준 도시, 리딩 도시로 만들었다니 우하하하 우습다.
● 박원순이 서울시와 시민들에게 지은 죄
‘박원순은 살아있다’ 책 표지
이런 일이 벌어질까봐 박원순이 재임 8년 7개월간 서울시를 얼마나 어떻게 망쳤는지, 주택부터 고용·노동, 서울시 조직까지 조목조목 밝혀낸 책이 최근 나왔다. 제목부터 섬뜩하다. ‘박원순은 살아있다’.
나연준 ‘제3의 길’ 편집인(40),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30) 등 젊은 우파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합세해 만들었다. 박원순은 어눌한 듯 순박한 모습으로, 착하고 부지런한 흥부 같은 ‘쇼’로 바쁜 서울시민의 마음을 훔쳤지만 실은 서울시를 ‘좌파의 병참기지’로 만든 권력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울시의 정책 방향성은 도시 문명에 대한 거부, 전근대를 향한 향수였다. 이러한 틈새에서 공동체니 이웃이니 생태니 하며 음풍농월을 읊어대는 시민단체는 호시절을 맞았다. 반면 낡은 도심은 재생이란 이름으로 과거에 결박당했고, 빈자의 삶은 박제된 채 외지인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박원순은 살아있다’에서)
그 결과 컨설팅사 AT커니가 평가한 글로벌도시전망 순위에서 서울은 지난해 42등이다. 2015년 12등에서 형편없이 추락했다. 서울이 세계 표준 도시라는 박영선은 도쿄와 헷갈린 거 아닌가?
● ‘박원순 계승자’와 반대파의 싸움
문재인 정부가 만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박원순은 2011년부터 서울에서 만들고 있었다. 서울특별시장은 외교 안보 빼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거의 소통령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박원순이 없는데도 박원순 때 추진하던 2032 올림픽 서울-평양 공동개최 유치 제안서까지 1일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했다. 어쩌면 박원순은 도시정부방위특공대도 만들고 싶었을 것 같다.
사실 박원순의 서울시는 2017년 문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이른바 진보진영을 먹여 살린 마르지 않는 젖소였다. 온갖 공동체의 이름으로 서울시 예산을 받아가고, 서울시 산하 온갖 ‘위원회’에서 권력을 맛본 이들이 지금 운동권 네트워크에, 서울시 핵심 조직에, 문 정권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다. 자연인 박원순은 없지만 박원순의 정치적 유산은 살아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래서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한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박원순의 계승자와 반대자의 싸움이다. 시대를 가르는 대회전이다. 시민단체의 서울이 될 것인가, 시민의 서울이 될 것인가. 윗세대가 물려준 근대화의 결실을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대한민국을 택할 것인가, 조선을 택할 것인가.”(‘박원순은 살아있다’에서)
● 선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동아일보 창간 101주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52.3%)이 민주당 박영선(30.3%)을 크게 앞서긴 했다. 그러나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민주당이 싫어서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지 국민의힘이나 오세훈이 엄청 잘한 것도 없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과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국회에서 여당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일하게 될 것”이라고 여당에선 단언을 했다. 박영선 서울시장이 나오면 ‘문재인 보유국’을 외친 만큼 박원순보다 더 대통령에 충성할 것이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만큼 더 정부에 서울시정을 맞출 것이며, 국회의원 지역구를 청와대 출신에게 물려준 만큼 더 여당과 찰떡 공조할 것이다.
그런 서울시가 싫다면 서울시장 박영선은 일본으로 날아가 잠깐 도쿄 아파트에서 기분전환 할 수 있어 좋겠다.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서울시민에게는 이번 투표가 정말 중요하다. 단, 오세훈이 당선된대도 많은 일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박원순은 살아 있다는 거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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