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 선그라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 따라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원리를 대략 알고 있어서 궁금해서 찾아봤다.
놀라운 원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이다.
3D 입체가 이런 효과라니... 놀랍다. 몰랐다.
http://news.samsungdisplay.com/25210/
지금 필자가 보고 있는 슈퍼 와이드 모니터, 필자의 애장품인 노트북은 모두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특히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등을 더 확대해 보고, 동영상 편집 등의 정밀한 작업이 필요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두 제품뿐 아니라 대부분의 디스플레이에는 사실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편광판이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중 누구는 편광판의 개념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럼 오늘은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에 장착된 편광판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쉽고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 필자가 가지고 있는 오딧세이 노트북(왼쪽)과 QLED 슈퍼 와이드 게이밍 모니터(오른쪽)로 두 제품 모두 디스플레이에 편광판이 장착되어 있다.
편광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빛의 특성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17세기 무렵부터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를 놓고 논쟁해왔는데, 뉴턴은 빛이 입자의 흐름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하위헌스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에 워낙 뉴턴이 유명했기에 빛의 입자설이 더 유력한 학설로 받아들여졌다. 이후에 토마스 영이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이라는 강력한 증거인 간섭현상을 증명한 이후로 빛의 파동설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규명하면서 빛의 입자설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고, 콤프턴의 ‘X선 산란 실험’으로 빛의 입자임을 분명히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이 아니라 바로 이 광전효과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1921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은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라는 흑백 사고에 익숙한 경우가 많아서 빛도 파동 아니면 입자, 둘 중 하나이지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빛은 실제로 파동성과 입자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빛의 이중성’ 즉 ‘파동-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빛만 이중적인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에 장착된 편광판의 원리는 빛의 이중성 가운데 ‘파동성’으로 설명된다. 줄넘기의 줄을 한쪽을 잡고 흔들어 보자. 가로로도 흔들어 볼 수 있고, 세로로도 흔들어 볼 수 있다. 그러면 줄이 진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수평이나 수직으로 편광된 ‘평면파’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 세로로 흔들리는 평면파, 즉 수직으로 편광된 평면파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모형을 가로로 눕히면 수평으로 편광된 평면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우리가 보는 햇빛과 같은 자연광과 백열등이나 형광등, 촛불 등의 불빛에는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이 섞여 있다. 즉,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이 편광판을 통과하게 되면 오로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만 통과하게 된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바로 ‘편광(偏光)’이라고 한다. 단어의 뜻 그대로 ‘치우친(偏)’ 빛이다. 편광판의 개념은 감옥에 있는 세로로 된 쇠창살을 떠올리면 쉽다. 편광판 안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로로 된 쇠창살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그 편광판은 세로로 즉, 수직으로 편광된 평면파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므로 편광판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속 편광판에 보이는 것처럼 수직 창살이 있다면, 수직방향으로 진동하는 평면파만 통과할 수 있다. 마치 빛을 걸러내는 창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편광판이다.
▲ 분명히 가운데가 막혀있는 원통이지만, 공이 막힌 부분을 그대로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분명히 원통 가운데가 막혀 있지만, 파란공이 통과한다. 어떻게 이런 마술이 가능할까? 사실은 마술이 아니라 과학이다. 편광판 두 장이 투명한 원통 속에 들어있는데, 서로 직교된 상태로 넣어둔 것이다. 가운데에 살짝 겹치는 부분에서 편광된 빛이 통과하지 못해 사실을 뚫려있는 상태지만, 마치 가운데가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마술통의 재료 – 투명 원통 속에 들어있던 편광판 두 장과 구슬
막힌 원통을 통과하는 구슬 마술의 원리는 편광판 두 장만 있으면 설명할 수 있다. 각각의 편광판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통과시키므로 한 장의 편광판만 깔아서 보면 그 아래에 적은 글씨가 보인다. 물론 편광판을 통과하게 되면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던 빛 중에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만 통과하므로 조금 더 어두워진다. 그리고 서로 방향을 틀어서 두 개를 겹치게 되면 하나의 편광판을 통과한 빛이 다른 편광판을 통과하지 못해 더욱 어두워지면서 아래의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만약 두 개의 편광판이 서로 완전히 직교하는 상태가 되면 빛이 전혀 통과할 수가 없기에 아래의 글씨는 전혀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즉, 빛은 파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편광판 마술이 가능한 것이다.
▲ 왼쪽은 하나의 편광판만 글씨 위에 올려두었다. 오른쪽은 위쪽에 편광판을 하나 더 올렸다. 하지만 올려놓은 편광판이 같은 방향이라 한 장만 깔아 놓은 상태랑 별로 다르지 않다. 둘 다 글씨가 잘 보인다.
▲ 두 개의 편광판 방향이 달라지면 하나의 편광판에서 걸러진 특정 방향으로 진동한 빛이 다른 편광판을 통과하지 못해 훨씬 어두워지면서 아래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사진처럼 완전히 직교하면 아래의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 왼쪽 그림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로, 액정이 서로 비틀어진 형태로 놓여 있어 빛이 휘면서 통과할 수 있다. 한편, 오른쪽 그림은 전류가 흐르는 상태로, 액정이 가지런하게 정렬돼 있어 빛이 편광판을 통과하지 못한다.
두 장의 편광판이 장착된 LCD와 달리 OLED 디스플레이에는 백라이트가 없고, 편광판은 오로지 패널 바깥쪽에 1장만 사용된다. OLED 디스플레이는 OLED 소자와 TFT·전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TFT·전극을 구성하는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소재이다. 금속으로 된 물체는 이른바 금속성 광택이 나게 되는데, 이는 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즉 OLED는 워낙 반사를 잘 하는데, 더구나 햇빛 아래에서는 그대로 빛을 반사하다 보니 화면을 보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때 표면의 편광판이 반사방지 역할을 해서 화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에 편광판이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가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빛은 당연히 편광된 빛이다. 그럼 디스플레이에서 정말 편광된 빛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편광판을 준비해 모니터 위에 올리고, 방향을 틀어가면서 관찰하면, 빛이 투과되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통해 디스플레이에 편광판이 사용되었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 모니터 앞에서 편광판을 손에 들고 방향을 바꿔 보면 편광판을 통과한 빛의 밝기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방출된 빛은 편광판을 통과한 빛이므로, 한쪽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이다.
▲ 왼쪽 안경은 운전이나 낚시를 하는 경우 적합한 편광선글라스로 편광축이 수직이다. 오른쪽 안경은 입체 영화를 볼 때 적합한 편광판이 장착된 안경으로 좌우의 편광축이 서로 직교된 상태다.
인터넷 쇼핑으로 선글라스를 구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보면 선글라스 옆에 편광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선글라스에는 왜 편광판이 사용될까? 평평하고 매끄러운 도로 표면이나 반짝이면 수면과 같이 수평면에서 반사된 빛은 수평방향으로 편광된 빛이기 때문에 편광축이 수직인 편광판이 장착된 선글라스를 쓰게 쓰면 수평방향의 편광을 잘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선글라스는 반사된 빛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을 막아줘 햇빛이 눈부신 낮에 운전을 하거나 수면을 보면서 낚시를 하는 경우에 착용하기에 적합하다.
한편, 입체영화를 볼 때 사용하는 편광 안경은 한쪽 편광축이 수평, 한쪽은 수직인 상태이다. 입체영화는 두 개의 카메라로 각각 영상을 촬영하는데, 예를 들어 왼쪽 눈으로 볼 영상을 세로로 편광된 빛으로 촬영한다면, 오른쪽 눈으로 볼 영상은 가로로 편광된 빛으로 촬영을 한다. 그리고 서로 수직 상태의 편광판을 양쪽에 다르게 장착한 편광안경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안경을 통해 왼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왼쪽 눈으로 보고, 오른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오른쪽 눈으로만 보게 되는 효과가 연출된다. 서로 각도가 다른 영상을 2개를 대뇌에서는 하나의 영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바로 앞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3D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햇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빛은 한쪽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본다고 하더라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각종 디스플레이에도, 또 눈부심을 방지하는 선글라스나 3D 안경에도 편광의 원리가 적용됨을 알고 보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편광의 세계가 우리 머릿속에 감지된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과학의 원리!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앞으로 편광 선글라스를 볼 때마다 빛을 걸러내는 창살이 그려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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