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사고 영상 속 일곱 살 죄송해요 어린이보호구역 뛰어든 8세 형 택시와 충돌7세 동생 형아! 죄송하다고 해 형 대신 사과 시속 24㎞ 주행 스쿨존 제한속도 지켜 부모 기사님 피해 없었으면
훈훈한 사고이기도 하고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택시의 문제가 있어보이고, 갑작스럽게 나온 걸로는 아이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일단 법으로는 아이를 보호하고 택시기사를 엄벌하는 걸로 되어있어 문제 같아보인다.
어쨌든 놀랍게도 아이의 대처에 요즘 아이 같지 않은 생각이 들 정도다.
스쿨 존은 늘 천천히,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주의해야겠다.
스쿨존 사고 영상 속 일곱 살의 "죄송해요"에 누리꾼들 "반성합니다"
입력 2021.10.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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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에 뛰어든 8세 형 택시와 충돌
7세 동생 "형아! 죄송하다고 해!"...형 대신 사과
택시 시속 24㎞ 주행해 스쿨존 제한속도 지켜
부모도 "우리 애 잘못... 기사님 피해 없었으면"
누리꾼들 "교통사고 보며 울컥할 줄이야"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어린이 보호구역에 갑작스럽게 뛰어든 아이들이 택시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지만, 아이와 부모가 보여준 성숙한 대처가 누리꾼들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4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민식이법 위반 영상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동생(7세)과 함께 인도를 걷던 형(8세)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도로에 진입해, 어린이안전구역(스쿨존)을 주행 중이던 택시와 부딪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택시기사의 주행 속도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 속도(시속 30㎞)를 지킨 시속 24㎞였다.
놀라운 일은 사고 직후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랐을 법도 한데 동생이 "형아!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해!"라고 소리쳤다. 이어 동생은 "죄송합니다"라며 형 대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택시 운전기사는 놀랐을 아이들을 다독이며 "가만히 있어라. 괜찮아. 엄마한테 전화해 얘기해야 돼"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차 대 사람 사고는 처음이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 도움을 받고자 한다"며 한문철 변호사에게 직접 제보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이는 많이 다치진 않았고 사고 당시 코에 출혈이 있었으나 요즘 건조한 날씨 탓에 머리나 얼굴 쪽에 살짝 충격이 와도 코피가 날 수 있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나자마자 택시 운전기사님이 경찰에 접수했고 출동한 경찰관은 민식이법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며 "진단서를 경찰서 조사관에게 제출하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스쿨존에 뛰어든 형이 택시와 충돌, 동생 "죄송합니다" 사과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그러면서 "민식이법 처벌 대상인지, 그리고 아직 진단서를 경찰서에 제출하지 않았으니 접수를 취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영상을 봐도 우리 아이가 잘못인 것 같아 보험 처리와 민사 합의만 잘 이뤄지면 택시기사님께는 커다란 피해가 안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이런 일곱 살짜리 보셨느냐. '형아가 잘못했어, 거기를 왜 뛰어들어, 횡단보도 그 앞이잖아'라고 한다"며 "전율이 느껴지고 울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지금까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1만3,000개가 넘는데 '우리 아이 잘못으로 보이기에 택시기사분이 처벌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분은 처음 봤다"며 "동생도 멋지고 부모님도 대단하시다"고 감탄했다.
한 변호사는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택시기사는 아무런 처벌 없이 마무리된다"고 했다. 다만 "경찰관이 끝까지 민식이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할 경우 택시 기사분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기대해봐야 한다"며 "검사도 택시 잘못이라고 한다면 법원에서 무죄 다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선에서 보험사에서 치료해주고 위로금 주고 경찰에서 민식이법으로 문제 안 삼고 끝내는 방법도 있다"며 "건강보험으로 처리하게 되면 택시기사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모 "택시기사 처벌 원치 않아"... 누리꾼들 "어른들 반성하게 만드네"
게티이미지
결국 이 형제의 부모는 담당 조사관과 진단서 제출 및 조사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가 어리다는 것과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과실이 작은 운전자가 터무니없는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우리 쪽에서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된다"고 안도했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끔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간적인 판단이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들며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네요"(dd****),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점점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로 귀한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문**), "우리나라 부모님 자녀 교육에 훌륭한 표본이 되는 기분 좋은 영상이네요. 아버님이 훌륭하시고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어른들이 본받아야 할거 같아요."(김**), "진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네. 부모님이 저렇게 멋있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깐 아이들도 멋있네"(k**) 등의 댓글을 남기며 아이들과 부모를 칭찬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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