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 명가 민주당의 추억 이재명으로 의인화(擬人化)된 민주당의 전격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주당다운 민주당’과의 최종 결별을 예감
황당한 정치정당의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얘들이라 그렇다 하기에는 좀 황당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쉽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만일 계속 야당이었다면 이정도로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중간하게 정권을 잡다보니, 띄엄띄엄 퇴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인물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 노무현은 그나마 바른 사람이었는데, 문재인부터 어중간하더니, 결국 이재명을 내놓은 걸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윤석열이라니... 정치가 퇴보하니, 이런 날도 있다. 게다가 안철수는 어떻나? 셈상정은? 그야말로 우스운 인물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라 유권자의 손이 부끄러워진다. 차려진 게 이렇게 없는데 결정을 해야한다니...
이재명으로 의인화(擬人化)된 민주당의 전격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주당다운 민주당’과의 최종 결별을 예감하고 있다
[朝鮮칼럼 The Column] ‘명가’ 민주당의 추억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입력 2022.01.11 03:20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만큼 꾸준히 후보자를 낸 정당도 없다. 직선제일 때는 특히 그랬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이름은 각종 선거 때마다 거의 매번 달랐다. 신민당, 민주한국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꼬마’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식으로 말이다.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처럼 민주라는 말이 사라졌다가도 결국에는 도로 민주당이 되고야 만다. 마치 ‘민주’가 들어가는 당명에 침이라도 발라놓은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이름의 초성을 활용한 새 홍보 이미지를 6일 공개했다. 2022.1.6 /더불어민주당
그러다 마침내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말하자면 당명 앞에 인명을 보란 듯 앞세운 것이다. 물론 대선 후보가 정당의 얼굴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게다가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는 선거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은 이전의 경우에 비해 뭔가 다른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공동선거위원장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질겁했다’는 표현을 썼고,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낙연 전(前) 당대표는 ‘민주당다움의 훼손’을 염려했다.
민주당계의 역사는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 한민당까지 소급된다. 또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는 민주주의의 불씨와 희망을 어렵사리 지켜낸 공로가 혁혁하다. 민주당 안에는 전통적으로 박사나 선생, 여사 등으로 불리는 정치 지도자가 많았다. 교육 수준이 높았을 뿐 아니라 해외 문물에 대한 식견에서도 시대를 앞섰다. 기득권 세력이었지만 농지개혁처럼 자기희생에 인색하지도 않았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민주당에는 반공과 애국주의가 탱천했다. 이만하면 한국 정당사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명가(名家)가 아닐 수 없다. 최소한 군사 쿠데타의 원죄에 기약 없이 얽혀 있는 보수 쪽 정당에 비해서는 말이다.
이와 같은 정통 민주당의 추억은 오늘날 거의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만 걸려 있다. 민주당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물론 윤보선 전 대통령도 그 자리에 없다. 이른바 386 출신 운동권이 장악한 지금의 민주당은 자신의 출신 성분과 성장 과정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소속 정치인들의 품격, 나라 사랑의 진정성, 자유의 가치에 대한 신념, 그리고 국제적 감각의 측면에서 작금의 민주당은 그야말로 퇴화 일로다. 아마 사진 속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려다봐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가 들어간 당명에 집착하는 이유는 일종의 브랜드 효과 때문일 텐데,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명의 도용이자 명예훼손에 가깝다.
‘민주 없는 민주당’이라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는 차라리 점잖은 편이다. 민주 빼고 다 있다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지 모른다. 총체적 정책 실패는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선거 공작, 기획 사정, 통신 사찰, 공문 훼손, 통계 조작, 사법 농단, 언론 통제, 인권침해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과 더불어 벌인 일이다. 그럼에도 도대체 죄의식도 없고 수치심도 모른다. 운동권 특유의 선민사상과 이념적 진보를 배경으로 ‘386 민주당’은 정치의 목적 자체를 ‘그들만의 잔치’로 바꿔버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또한 날이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측불허의 ‘이재명식 야생(野生) 정치’에 정권 사수(死守)의 명운을 걸었다.
이재명으로 의인화(擬人化)된 민주당의 전격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주당다운 민주당’과의 최종 결별을 예감하고 있다. 이미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정체도 모르고 기원도 알 수 없는 이른바 ‘주권자의 명령’이라는 것을 받들어 말이다. 이로써 문재인 시대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맛보기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현재로서 ‘이재명 민주당’의 확실한 대안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대선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야당은 무능과 무기력으로, 그리고 야권은 내분과 균열로 허송세월 중이다. 이를테면 차려진 밥상도 못 떠먹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정치학에서는 역사적으로 분수령이 되는 선거를 ‘중대 선거’(Crucial election)라 부른다. 이번 대선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너무나 어렵고 괴로운 선택이 국민을 기다리고 있기에 그것은 미증유의 ‘잔인한 선거’(Cruel election)라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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