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곳이 없어지면 공허해지고, 허망해진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튜브가 있어서 활개를 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세상이 바뀌는데, 발맞춰 살길을 모색한 것이라 생각된다.
재밌게 봤었는데, 이렇게 바뀌었다니, 한번 살펴보고 싶기도 하다. 슬쩍 어떻게 판을 벌여놯나를 보고 싶다. 추억돋는다.
솔직히 유튜브 시작할 땐 그런 일은 없을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좌파들이 항상 ‘박근혜 블랙리스트’를 말했잖아요. 본인들이 한 말이 있는데 설마 그러겠어, 했는데 더하더라고요.
“내가 우파 코인 탔다고? 내로남불 文정권에 질렸을 뿐”
하주희·월간조선 기자
입력 2022.03.20 12:16
이 사람이 유튜브 방송을 지금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우파 유튜브’ 방송을 말이다. ‘최국튜브’를 하고 있는 유튜버 최국 얘기다. 올해 데뷔 21년 차인 그는 SBS 공채 개그맨(6기) 출신이다. 2007년 MBC <개그야>에서 ‘최국의 별을 쏘다’라는 코너로 이름을 알렸다. 죄민수(개그맨 조원석)와 함께 ‘아무 이유 없어~’ ‘MC계의 슈레기’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지금은 구독자 수 14만명의 유튜버다.
정치 유튜버로 변신한 개그맨 최국이 방송용 마이크를 들고 절규하는 듯한 모습으로 특유의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남강호 기자
- 지상파 방송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졌죠. 왜 없어졌을까요.
“시청률이 안 나오니까요.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 코미디가 20년 정도 쭉 이어져왔잖아요. 시청자들은 식상했을 겁니다.”
- 개그 프로 없어지고 그 많은 개그맨은 뭘 하며 사나요.
“처음엔 다 유튜브 방송을 시도했을 거예요. 그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비율로 보면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예요.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는 거죠. 식당에서도 일하고요.”
- ‘흔한남매’ ‘피식대학’ ‘숏박스’ 등등 성공한 개그 유튜브 채널이 꽤 많죠.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진 게 개그맨들한테는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유튜브는 전 세대를 아우르지 않아도 돼요. 예를 들면 2030에만 철저히 맞추는 게 가능한 거죠. 또 스마트폰은 TV보다 화면은 작지만 집중을 더 하게 돼요. 이어폰 끼고 집중해서 보잖아요. 개그의 콘셉트 자체도 달라요. TV 시절엔 웃기는 포인트를 명확하게 딱딱 잡아서 매주 반복했어요. 유튜브 개그는 달라요. 리얼리티예요.”
- 개그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걸까요.
“맞아요. 예전엔 웃는 소리를 배경으로 깔면 ‘아 이게 웃긴 건가 보다’ 하고 시청자들이 웃었다면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닌 거죠. ‘썰렁하다’는 유행어 아세요?”
- 1994년쯤 ‘덩달이’ 홍기훈씨가 유행시킨 유행어죠? 대유행했잖아요.
“‘썰렁하다’는 말을 언제 쓰나요. 같이 얘기하고 있는데 누가 재미없는 얘기할 때 썼잖아요. 이 말이 널리 쓰이면서 시청자들이 개그맨들의 개그를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썰렁하네’ ‘재밌네’ 판단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코미디의 수준은 제자리니 격차가 생긴 거죠.”
- 최국씨는 왜 우파 유튜버가 됐나요?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걸 봤어요. 야당 의원이 질문을 하곤 대답을 안 듣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때 제가 하고 있는 개그 유튜브 채널에 한마디를 올렸어요. ‘아니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난리가 났어요. 세상을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욕 댓글이 그 영상에 어마어마하게 달렸어요.”
- 놀랐겠군요.
“충격받았죠.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욕을 먹은 거지? 조국이 대체 뭘 잘못했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욕을 하나.’ 조국에 대해 찾아봤어요. 그런데 아, 이게 장난이 아닌 거예요. ‘더불어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그러고 나서 2020년 7월에 박원순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잖아요. 박 시장에 대해 공지영 작가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는데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때 마음을 먹었어요. 컴퓨터를 켜고 하고 싶은 얘기를 했어요. 유튜브에 올리면서도 생각했어요. ‘이걸 몇 명이나 보겠나’ 그런데 화제가 된 거예요.”
‘우파 코인 탔다?’
- 욕먹을까 봐 무섭지는 않았나요.
“초기에 엄청나게 욕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좀 공포스럽더라고요. 화도 났어요. 지금이 21세기예요. ‘나는 보수(保守)’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말이 안 되는 세상이 됐어요. 오히려 ‘난 사회주의자다’ ‘난 공산주의도 옳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 이런 말을 하면 ‘개념녀의 소신 발언’이란 얘길 들어요. 이해가 안 돼요.”
그의 정치 지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그가 일명 ‘우파 코인’에 올라탔다고 매도한다. ‘XX코인(coin)에 올라탄다’는 표현은 ‘XX에 편승해 이득을 보려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김어준은 좌파 코인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은 김어준이 좌파를 표방하며 개인적인 이득을 많이 봤다는 뜻이다.
-빅픽처(큰 그림)를 갖고 우파 코인에 올라탄 건가요.
“제가 정치를 하겠습니까. A급 미만의 개그맨들은 행사로 먹고살아요. 저도 그랬고요. ‘내가 우파라고 생계에 위협이 있겠어?’ 생각했는데, 섭외 전화가 끊기더라고요. 솔직히 유튜브 시작할 땐 그런 일은 없을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좌파들이 항상 ‘박근혜 블랙리스트’를 말했잖아요. 본인들이 한 말이 있는데 설마 그러겠어, 했는데 더하더라고요.”
- 대놓고 자르나요.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이 되는 거예요. 분명 계속 같이 가는 걸로 얘기가 됐는데 갑자기 개편이라면서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로 끝나는 식이에요.”
신문, 잡지 구독 시작
- KBS 라디오에서는 중간에 하차됐죠?
“대깨문이 자른 거예요. 그들은 한번 찍으면 조직적으로 몰려와서 전화하고, 방송 게시판을 마비를 시켜버려요. 가수 JK 김동욱씨도 보수 성향 발언을 했다가 방송에서 하차됐잖아요. 우파 코인이 저 같은 방송인에겐 이득이 안 된다는 거죠. 게다가 우파 유튜버라는 게 무조건 문재인 대통령 욕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해야 되더라고요.”
- 공부를 하고 있나요.
“일단 종이신문 구독부터 시작했어요. 우파인 친구가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을 추천하더군요. 매일 읽으면서 공부합니다.”
- 갑자기 시사 공부하려니 힘들지 않나요.
“20년 동안 개그를 하다 이제 이걸 하려니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쓰는 단어부터 달라요. 개그맨은 웃겨야 되니까 저속한 언어를 많이 쓰잖아요. 그렇게 살다가 어려운 단어를 쓰려니 헷갈려요.”
- 문재인 정권 시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뭡니까.
“‘내로남불’이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전월세 올리지 말라고 임대차 3법 발의하고 본인은 법 시행 며칠 전에 월세 올려 받았잖아요. 민중가수라는 안치환씨도 건물이 네 채라면서요.”
- 가족들은 뭐라고 하나요.
“처음에 아내는 짐 싼다고 했어요. 정치 발언 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요. 지인들에게서 차츰 응원을 받더니 바뀌더라고요. 제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예요. 을지무공훈장을 받고 동작구 현충원에 안장되셨어요. 전엔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방송 시작하고 나서 저의 집안이 보수 성향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큰아버지며 고모며 연락 와서 ‘국아 잘 보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 ‘우파 커밍아웃’을 하니 주변 연예인들은 뭐라던가요.
“연락이 많이 와요. ‘열심히 하라’고요. 스타급 선배들한테서도요. 누구라고 이름은 못 밝히죠. 안타까워요. 아니 좌파 연예인들은 드러내고 활동하잖아요. 윤도현, 이승환, 이은미씨 같은 분들이요. 왜 우파는 못 그러나요? 그게 너무 짜증 나요.”
- 개그맨 강성범씨는 좌파 유튜버 활동 중인데, 구독자 수가 꽤 많더라고요. 45만 명이 넘던데요.
“우파 개그맨들 구독자 다 합쳐도 강성범씨 못 따라가요.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좌파 성향 유튜브들은 ‘화력이 붙는다’고요.”
좌파 유튜브 채널엔 민주노총 등 조직력이 있는 이들이 붙어 집중적으로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올려준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 유튜브 방송 후 멀어진 지인들도 있나요.
“제가 MBC에서 코미디를 오래 했어요. 어느 순간 MBC 사람들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더라고요. 아쉬워요. 누가 그런 말을 해줬어요. 절반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절반을 얻었다고 생각하라고요. 제가 톱스타여서 국민 10명 중의 8명은 제 팬이었던 것도 아니고, 이제 절반의 사람들과 같은 편이 된 거 아니냐,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 실제로 같은 편이 생긴 것 같나요.
“제 아버지가 얼마 전에 경기도 광주에서 이불 가게를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방송하면서 ‘이불 필요하신 분들은 좀 사주세요’라고 말했어요. 얼마 후에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진짜 오셔서 이불을 사주셨어. 사람들이 개그할 때보다 지금 너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아.’”
- 앞으로도 계획은요.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끝이 아니에요. 좌파와의 문화전쟁은 계속할 겁니다. ‘쟤는 보수니까 캐스팅하지 마라’ 이런 시대만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5년은 개그맨이 웃음이 아닌 나라 안위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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