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도 얼굴 보기 힘들었던 주중 韓대사 장하성 전 대사 코로나19로 일 못해 팬데믹 기간 中매체 日대사 기사 더 많아 베이징 교민 불만 외부인 참석 없이 대사관 직원들끼리 이임식
참 신기한 일이다. 주중 한국 대사였지만, 베이징 교민과는 교류를 하지 않았고, 일본 주중대사보다 언론에 언급되는 횟수도 적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언론에서 점검해볼 일인가 싶다. 이미 해외 공관들이 이상한 짓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낯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게다가 장하성의 동생이 구속되는 등의 문제가 겹친 걸로 봐서, 아무래도 장하성도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청렴결백한 선비정신이 돋보였으면 좋았겠지만, 부정비리에 걸려든 경우라면 국민의 안타까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겠나?
무엇을 했는지는 궁금하다.
장 대사는 귀국 후 2500억 원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펀드는 장 대사의 동생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만들었다. 장 대표는 이달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장 대표는 2016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설립 후, 2017년 4월부터 사모펀드인 ‘디스커버리 펀드’를 만들어 국책 은행인 IBK기업은행 등을 통해 판매했다. 2019년 4월 환매 중단으로 2500억 원 이상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장 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 취임 두 달 후인 2017년 7월 이 펀드에 60억여 원을 투자한 것이 올해 2월 뒤늦게 밝혀졌다. 펀드 환매 중단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나서야,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였던 장 대사의 투자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투자 피해자들은 장 대표가 형인 장 대사(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을 내세워 펀드를 팔았다고 주장한다. 장 대사가 펀드 환매 중단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장 대사는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장 대사는 올해 2월 입장문을 내고 “부실 사고가 발생한 펀드 투자와 관련, 사고 발생 이전과 이후에 일체의 환매를 신청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환매금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펀드 환매 관련 특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파원칼럼/김기용]교민들도 얼굴 보기 힘들었던 주중 韓대사
동아일보
입력 2022-06-27 03:00:00
업데이트 2022-06-27 10:59:36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장하성 전 대사, “코로나19로 일 못했다”
팬데믹 기간 中매체 日대사 기사 더 많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6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며칠 전까지 주중 한국대사였던 ‘장하성’ 이름을 검색했다. 백과사전 사진 동영상 항목 등을 제외하고 중국 매체 뉴스(資訊)만 살펴봤다. 쟁점별로 추려진(按焦點排序) 기사가 총 5개 페이지 나왔다. 페이지당 기사는 10건씩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기사가 4건뿐이어서 총 기사 수는 44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임 직전 관행적으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이임 인사를 했다는 기사 8건을 제외하면 36건이 남는다. 장 전 대사가 중국에서 재임 기간 펼친 활동을 소개한 기사는 이 36건이 전부다. 장 전 대사는 2019년 3월 부임해 총 39개월 대사로 일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2020년 9월 부임해 21개월째 근무 중인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 이름을 검색했다. 관련 기사는 총 153건이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해 11월 기사에 주목했다. 장 전 대사와 관련된 기사는 우장하오(吳江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만났다는 내용 1건뿐이었다.
같은 기간 다루미 대사와 관련된 기사는 5건이었다. 그달 1일에는 톈진을 방문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4일에는 남부 푸젠성 황보(黃檗)산 사찰 완푸(萬福)사를 방문해 문화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6일에는 중국 매체 신랑왕과 단독 인터뷰를 했고 13일에는 중국장애인연맹 주석을 만났으며 16일에는 중국 국가통계국장을 만나 환담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장 전 대사가 중국 유력 인사보다 한국 교민을 더 많이 챙기다 보니 중국 매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실은 그것도 아니다. 베이징 교민 사이에서 장 전 대사는 ‘얼굴 보기 힘든 대사’로 유명하다.
야인으로 돌아간 장 전 대사 얘기를 꺼낸 것은 그가 베이징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개운치 않아서다. 그는 홍보담당관을 통해 소셜미디어 위챗에 대신 전한 메시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계획했던 여러 일들을 실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한 아쉬움이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외부 활동이 너무 적었던 그였기에 이 말은 핑계로 들린다. 팬데믹이라고 해서 교민들이 중국에서 삶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도 하루하루 힘들게 버틴다. 한국 대사와 공무원들은 이들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도와야 한다. 동시에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중국인을 만나고 부단히 연구해야 한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지난해 이미 ‘한중 문화교류의 해’라고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가. 한국 대사가 중국과 긴장 관계인 일본 대사보다 활동이 적을 이유가 없다.
장 전 대사는 외부인을 참석시키지 않고 대사관 직원들끼리 이임식을 치렀다. 장 전 대사는 직원들에게 꽤 오래 소감을 밝혔고 직원들은 그를 위해 재임 기간 활동상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상영했다.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장 전 대사가 그들의 처우를 크게 개선해 줬고 불편함도 많이 해소했다는 이유로 그의 이임을 매우 아쉬워했다고 한다. 교민들은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대사가 혹시 ‘그들만의 대사’였던 것은 아닐까. 특명전권대사(대사의 정식 명칭)는 ‘대사관장’이 아닌데 말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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