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마비된 일상 대한민국 멈췄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15일 오후부터 서비스 먹통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오류 이어져 연락 두절 시민들 발 동동 경조사 난감 택시기사들 길빵
처음엔 무슨 일인지 몰랐다. 그냥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한 일도 없었고, 누군가를 만날 일도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우연히 카톡 문자를 보냈더니 송신되지 않아서 알아챘다. 그것도 뒤늦게 말이다.
다행히 카카오 서비스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기존 사용되던 서비스가 잘 되고 있었으니, 굳이 카톡에 연결해서 서비스를 사용할 일이 있나 싶어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서비스가 뭔가에 종속되는 것 같아 살짝 불편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냥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었기에, 큰 탈이 없었다. 경제를 카카오로 하거나 네이버로 하거나 했던 젊은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종속되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톡은 좋은 서비스다. 되면 좋고, 안되어도 그저 무료로 사용하고 있으니 뭐라할 것도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걸로 정치권이 나서서 뭐라하는 것도 생뚱맞다 생각된다.
어쨌든 뭔가가 제자리로 돌아가야 더이상 불편을 겪지 않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카톡 먹통'에 마비된 일상…대한민국이 멈췄다
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 2022-10-17 05:30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15일 오후부터 서비스 먹통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T 등 오류 이어져
연락 두절 시민들 '발 동동' 경조사에도 '난감'
택시기사들 "길빵 뛸 수밖에…영업 포기 상태"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카카오의 영향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던 주말이었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들이 10시간 넘게 먹통이 되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일고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12년만의 역대 최장시간 장애로 기록된 이번 오류는 4천만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 멈추자 생활 전반에 지장이 오는 '카카오 과의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발생했다. 인명피해 없이 불길은 잡혔지만 화재 영향으로 당일 오후 3시 30분부터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을 비롯한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맵, 카카오네비 등 관련 대부분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16일 오전 카카오톡 문자 송수신 기능은 복구가 됐지만, 일부 서비스에서는 오후 늦게까지 오류가 이어졌다.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특히 각종 모임이 많은 주말 오후에 일어난 카카오 장애로 활동에 애를 먹었다.
20대 천모씨는 "약속장소로 이동하고 있던 사이 친구와 연락이 갑자기 두절돼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를 알게 됐다"며 "평소 신용카드를 안 가지고 다니고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데 결재가 안 돼서 친구가 대신 돈을 낸 후에 계좌이체를 하기도 했다"고 불편을 털어놨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이모양은 "학원에서 대학교 실기시험 관련 공지를 받아야 하는데 카카오톡이 안 되는 줄 모르고 전달을 못 받아서 난처했다"며 "친구들과 연락을 할 때도 카카오톡 대신 디엠(DM)이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야 해서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멈추기 직전인 15일 오전 결혼식을 올린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축의금을 카카오톡으로 받은 경우가 많은데 금액도 보이지 않고 '받기' 기능도 안 돼서 축의금이 중간에 유실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축하한다며 보내준 메시지에 답장을 못해서 문자메시지로 하나하나 감사인사를 드려야 했다"며 "참석한 친구들이 보내준 결혼식 사진과 영상들도 하나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연합뉴스
일반 시민들에게는 카카오 오류가 하루 동안의 '불편'이었지만 카카오에서 파생된 서비스로 영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생업의 '위협'이었다.
카카오블루 택시를 운영하는 60대 기사 우모씨는 "손님을 모셔다드리고 단말기에 카드를 대는데 에러가 나더니 전혀 먹히지 않아서 손님을 그냥 보내드렸다"며 "카카오에서 안내문자가 온 걸 보면 '손님한테 신용카드로 일단 받은 후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했는데 이미 손님은 내려서 가버린 후였다"고 토로했다.
우씨는 이어 "아침까지도 내비게이션 작동이 안 돼서 길안내도 안 되고 거의 영업을 포기한 상태였다"며 "카카오가 지금 불난 거 하나 복구도 못하고 있는데 영업 피해 신청을 받을 정신이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씨가 이용하는 카카오T 내비게이션 휴대폰 화면에는 전날 2시쯤 손님을 태운 마지막 목적지에서 길안내가 멈춰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카카오톡 등에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다른 택시기사 김모씨도 "카카오T 호출이 아예 안 돼서 어제는 그냥 '길빵(길에서 손님을 태우는 행위)을 뛸 수밖에 없었다"며 "내비게이션이 안 돼서 불편이야 말로 할 수가 없었지만 카카오 블루나 벤티 기사들이 받는 장거리 손님을 길에서 태울 수 있던 건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카오 모빌리티 서비스로 대여한 킥보드를 반납하지 못해 수십만원의 비용을 내게 됐다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되는 등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불편을 겪고 계신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유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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