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 슬리퍼 신고 나타난 기자 드레스 코드 불량을 이유로 출입을 거부 백악관에 걸맞지 않은 차림새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런 자리에서 예의가 아니지 않나 XX자식 같으니라고
정치인이 말을 잘못하면 곤란해진다. 왜냐하면 나름 박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줏어담기도 어렵고, 그걸로 해명하려면 타임머신이 필요할 정도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은 정치판을 떠난다. 별것 아닌 것으로 사람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황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정치판이 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이걸 두둔하는 이들은 이런 대우를 받게 된다면 어떨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하급직원도 아니고, 대충 딸딸이 신고 와서 툭툭 헛소리나 던진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이런 생각을 해보기나 했을까 싶다. 좋은 취지를 역으로 이상하게 만드는 기술이 그 기에게는 있었던 것일까?
사실 진실이 정치판에서는 쉽게 왜곡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바라보는 시각이나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고, 그걸 진심으로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쓰레기 같이 받아서 엉터리로 만드는 기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자라 할 수 있는 것처럼 사는 이들이 줄을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 윤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거름막 없이 기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의도는 좋지만, 좀 더 성숙한 도어스태핑을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취재현장에 슬리퍼 신고 나타난 기자 [만물상]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21 03:18
대학 시절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다. 대입 관문을 뚫었다는 만족감에다 집을 벗어난 해방감이 더해 나태와 방종이 일상이 된 학생이 많았다. 늦잠 자다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 신고 헐레벌떡 강의실에 뛰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교수는 못 본 체했지만 깐깐한 교수들은 “신성한 강의실을 모독하는 차림”이라며 내쫓았다.
/일러스트=박상훈
▶직장에서도 슬리퍼는 요주의 대상이다. 기업 컨설턴트들은 외부 손님이 가장 안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는 경우를 ‘직원들이 슬리퍼 신고 로비나 엘리베이터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때’라고 한다. 자기 자리에서 슬리퍼 신고 업무를 보더라도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다른 부서에 갈 때는 정장 신발로 갈아 신는 것이 예의라는 것이다. (박기종의 ‘직장인 레서피’에서)
▶2017년 여름 미국 의회에서 몇몇 여기자들이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취재하러 들어가다가 ‘드레스 코드’ 불량을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무더위 때문에 그랬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취재원을 만나려면 예의에 맞게 입고 오라는 거였다. 2005년 미국 여자 하키 우승팀이 백악관 초대를 받아 부시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했는데 몇몇이 비치 샌들을 신은 것이 논란이 됐다. CNN이 이를 보도하면서 앵커가 “대통령도 종종 청바지를 입는다”고 두둔하자, 백악관 출입 기자는 정색을 하며 “백악관에 걸맞지 않은 차림새”라고 반박했다.
▶수습 기자 시절, 선배들은 취재원을 만날 때 가급적 양복 재킷을 입고, 나이 어린 전경들한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쓰라고 당부했다. 당시 방송사 기자들은 양복, 넥타이를 기자실 한쪽 편에 두고 있다가 리포트할 일이 생기면 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가곤 했다. 엊그제 대통령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나와 팔짱을 낀 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일이 논란을 빚고 있다. 여당이 “무례하다”고 지적한 반면 야당은 ‘좁쌀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기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질문 내용이 공격적이고 무례하더라도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용인이 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장에서 어떤 기자가 ‘당 차원의 향후 계획’을 묻자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런 자리에서 예의가 아니지 않나. XX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화를 냈지만, 기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대통령실 담당 기자에겐 매일 아침 대통령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출근길 문답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과일 것이다. 이런 중요한 취재 업무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초년병 시절 선배들로부터 꾸중 들어가며 배운 ‘기자의 예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2/11/21/E242VDJPPBFSLIRYLHQ2H325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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