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19년’ 진화하는 테러리즘 어떻게 변하고 있나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호원대 교수 꾸역꾸역 버스 타고 지하철 환승 도로 지나사무실 식당 식사 또 퇴근 일상
정말 거짓말인 줄 알았다. 당시 전산실에서 일하던 나는 어리둥절했다. 전세계에 전쟁은 많이 일어난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빌딩을 비행기로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폭발시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안전하다 생각되는 사회가 그리 안전하지 않고, 위험이 매우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오늘이 911이라 그 때의 참혹한 기억이 떠올라 포스팅을 해본다.
벌써 무려 19년이 지났다.
미국이 달나라로 간지가 어언 몇십년이지만, 또다시 달나라로 간다는 시국이지만 911 테러의 아픈 기억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테러의 위험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잡히지는 않는다. 빈라덴 사살동영상이 뉴스에 나온 것도 벌써 오래지만 여전히 이곳 저곳에서 더 진화된 테러만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코로나의 공습으로 전세계가 마비되고, 민생경제는 죽어나고, 정치도 엉망으로 시끄럽고, 암울한 미래만이 준비되어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소시민은 꾸역꾸역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고 또 걸어서 사람 많은 도로를 지나 사람 많은 사무실로 가고 또 식당가서 식사하고 뭐 그러고 산다. 뉴스에서는 확진자가 몇명이네, 엄중하네, 구속하네, 탄핵하네 하지만 그래도 굴러가는 인생인 것이겠다.
코로나19도 한 20년 뒤에 별일 아닌 걸로 추억할 날이 오겠지?
https://news.joins.com/article/23869713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항공기가 충돌하는 테러가 발생해 건물이 붕괴됐다. [AP=연합뉴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벌써 19년이 지났다.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자행했던 9·11테러는 어떻게 테러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납치범들은 비행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려 조종석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고 커터칼과 몽둥이를 휘둘러 항공기를 수중에 넣었다.
9·11테러, 비용 대비 인명 살상·공포 효과 커
그것은 지금까지 자행된 테러 공격 중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테러였다. 불과 19명의 납치범과 50만 달러의 예산으로 3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의 희생을 가져왔고, 미국 사회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자살폭탄 테러나 독극물 테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테러 방법을 경제적 관점에서 손익 분석을 해보면 ‘인명 살상과 공포 효과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테러 공격으로 볼 수 있다. 테러단체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알카에다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순교작전(자살폭탄 테러)의 방법은 저비용으로 적에게 큰 피해를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2004년에 발생했던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000만원, 2005년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는 고작 1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됐을 뿐이다.
CCTV 활용으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를 신속하게 검거했다. [JTBC]
차량돌진 테러, 저렴하고 손쉬운 신종 테러
최근 급증하고 있는 ‘차량돌진 테러’ 역시 가장 저렴하고 손쉬운 신종 테러 유형이다. 2017년 영국에서는 2건의 차량돌진 테러가 발생했다. 이중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부근 다리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테러는 단 82초가 걸렸지만, 이 짧은 시간에 3명이 목숨을 잃고 50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범인은 빌린 승용차를 이용하여 시속 60㎞ 속도로 다리 230m를 질주했다. 어디에서나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테러 방법이다.
압력솥 이용한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2013년 4월 15일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다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에 사용된 폭탄은 압력솥 안에 장약을 넣고 디지털 시계를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급조폭발물(IED)이었다. 압력솥 안에는 쇠 구슬과 금속 조각이 들어 있었고, 검은색 더플백에 담겨 결승선 근처 도로 위에 놓여 있었다.
드라이아이스 폭탄, 저렴한 비용·제작 방법은 단순
지난 2013년 LA 국제공항에서는 ‘드라이아이스 폭탄’이 폭발한 사례도 있다. 플라스틱 물병이나 음료수병에 이산화탄소가 고체화된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밀봉한 것이다. 상온에 노출된 드라이아이스가 기화하면서 폭발하도록 제작됐다. 중학생 수준의 화학 지식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와 페트병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폭발물이다. 테러리스트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과 단순한 제작 방법 등 다수의 장점을 가진 매력적인 무기이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후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장 최근 사례로 지난 8월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는 아직 정확한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있지만, 이 폭발이 단순사고가 아니라 폭탄테러로 보인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 리가 옜 소련에서 화학무기로 개발한 신경작용 제 ‘노비촉’으로 정치암살 공격을 당했다. 독극물 테러의 위험성이 새로운 국제 문제가 되는 상태이다.
자발적 ‘자생 테러리스트’ 증가
이처럼 테러의 수단과 방법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테러 자행 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경제성과 접근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재정 상태가 열악한 알카에다, ISIS, 하마스, 헤즈볼라와 같은 비국가적 테러단체들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자폭테러와 IED 테러의 경우 최첨단 무기를 보유한 선진국에 맞선 테러단체의 저비용 공격방식인 것이다.
과거 전통적인 테러가 ‘정치·사회적 목적으로 정부나 시민들을 협박·강요하기 위해 사람이나 재산에 가하는 불법적인 폭력’을 의미했다면, 최근의 테러는 ‘주체도 대상도 모호한 전쟁과도 같은 무차별적 폭력’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과격단체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근거한 테러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자생(home grown) 테러리스트’가 증가하고 있다.
1998년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연설 중인 비디오 화면. [AP=연합]
대표적 사례로 2011년 미국 뉴저지주 미군 기지인 포트딕스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자동소총을 이용해 미군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6명의 남성은 알바니아계 이민자로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살아온 피자 배달원, 택시운전사, 인테리어 업자였다. 평소 힙합에 심취하고 아랍어도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들은 테러 훈련 캠프에는 가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사제폭발물 제조법과 테러 수법을 배우고, 테러 선동 비디오를 접한 뒤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이와 관련,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최근 5년간 서구에서 발생한 테러 모의 사건의 80%가 해외 또는 전문 테러조직과 연계되지 않은 자생 테러그룹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테러단체(ISIS 등)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활동이 과거보다 위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온라인을 이용하여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외로운 늑대들에게 자국에서의 테러를 선동하는 전술을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안보적 딜레마
이처럼 테러의 수단과 방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국경과 장벽도 없이 글로벌화되고 있다. 더구나 테러 대상도 개인이나 사회의 범주를 넘어 국가 간의 분쟁과 대리전쟁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테러리즘은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의 표현처럼, 비록 전쟁은 아니지만, 국제정치체계를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단계라 할 수 있는‘탈 탈냉전 시대(Post-Post Cold War Era)’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테러 방법과 접근성으로 볼 때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타격에 폭우성 장마와 태풍 피해로 경제가 극도로 나빠진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접근할지 모른다. 우리의 일상과 평화 등 국가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는 새로운 안보적 딜레마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호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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