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朴의 꿈 '주가 3000' 찍은 날, 문 정부가 못 웃은 이유 향후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급등이 지속하는 건 투자자와 국가 경제 모두에 위험한 일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수입이 발생해야 건강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가 만연해진다는 건 뭔가가 돈버는 게 시원찮거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장사해서, 노동해서, 뭘 하든 해서 돈을 번다면 거기에 집중하겠지만, 최근 풍조는 일할 곳이 없으니, 주식이나 하자, 집이나 사자 라는 것이 문제다.
문통과 현 민주당 정부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정상적인 경제가 지속되고 있었다면 3000선을 넘긴 이런 상황에는 폭죽을 터뜨렸을 것이다. 2000선이 넘었을 때 정권가에서는 피자를 돌리며 기쁨을 나눴다. 그게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금번 3000선은 좀 기분이 안난다경제가 엉망이니까 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이렇게 경제를 모르는 정권이 들어서서 삽질이나 하고, 똥이나 퍼싸질러놓고있으니, 극렬 지지자 이외에는 모두 깨달았을 것이다.
아 미래가 없구나....
https://mnews.joins.com/amparticle/23963559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부산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동북아 물류 허브를 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적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중앙포토
#1. 2007년 12월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을 찾았다. 기업인 출신임을 강조하며 “내년 중 (코스피 지수) 3000선, 임기 내 5000선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9% 내린 1895.05를 기록했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첫해(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임기 중반 회복해 간신히 2000선에 도달했다. 취임 첫날(2008년 2월 25일 종가 기준 1709.13)보다 올랐지만 3000·5000 달성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2. 2012년 12월 19일엔 코스피 지수가 1993.09였다. 이번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5년 내 코스피 3000시대를 꼭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세월호 참사·촛불 정국을 거쳐 탄핵됐다. 헌법재판소가 그의 탄핵을 결정한 날(2017년 3월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소폭 오른 2097.35로 장을 마쳤다. 박 대통령 임기 내내 증권가에서 반복 암송된 말이 “박스피에 갇힌 한국 증시”였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장중 3000을 돌파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10년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본시장 육성·중산층 재정지원 정책”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숫자로 주가지수 목표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 게 사실상 첫 언급이다.
증권가에는 ‘진보 정권=증시 활황’이라는 막연한 공식이 있다. 현 정권 출범 초인 2017년 황영기 당시 금융투자협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체로 진보정권이 보수 정권보다 주가 성적이 좋았다”며 “김대중 정부 때는 벤처기업이 육성됐고, 노무현 정부에선 1가구 1 펀드 열풍이 불었다”고 말한 게 일례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재인 대통령 취임까지 두 달 간 코스피가 10%가량 올라 악명 높던 ‘박스피’를 단숨에 벗어난 것도 속설을 입증한다.
코스피 역대 기록.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투자 전문가들은 “실제 기업 실적보다 지배구조 개선 등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황 전 회장)고 분석한다. 공정과 분배 화두를 내세우는 진보 정권이 재벌개혁, 시장 투명성 등의 키워드를 반복 강조하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나도 돈 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한 전직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투자는 심리다. 일반적으로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 전통적 부자들은 수세에 몰릴 것을 직감하지만 ‘동학 개미’들의 투자 욕망은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증시의 레벨업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다. 취임 초 600선을 밑돌던 코스피 지수가 퇴임 당시 1700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다. 외환위기의 상처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 때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주도한 ‘바이 코리아’ 열풍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장려책이 주가 부양을 가로막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전 대통령 때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장려됐다”며 “자연스레 시중 유동성이 주식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없었고,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때는 서울 서초구 그린벨트 해제 등의 개발 호재가 있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증시 활황에 대해선 “부동산 돈길을 다 잘라놓으니 주식에 몰릴 수밖에 없다”(황 연구위원)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모두 제로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게 유동성 과잉 본질로 지목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의 반작용이 증시에서 나타났다는 걸 정부·여당이 누구보다 잘 아는 분위기다. 이날 당·정에선 코스피 3000 새 역사를 반기는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혜훈 전 의원이 오직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동학 개미들의 성실한 투자 활동을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으로 곡해했다”고 적은 게 유일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3000선 터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없어진 모습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면서도 “동학 개미라는 신규 투자자가 500만~600만명 증시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제대로 된 투자 의사 결정으로 이끄는 제도적 재정비에 당·정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지수 2968.21이 표시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당장은 동학 개미 열풍으로 끓어오른 상승장이 기업 실적과 기관·외국인 매수 뒷받침 없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지속으로 개인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등이 추후 외국인 유입에 양호한 조건”(임성철 흥국증권 연구원)이란 낙관론이 제기되지만 이미 빚투, 단기매매 급증, 종목 양극화 등 건강하지 않은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임기 내 실물경기-주식시장 간 괴리를 해소하는 건 경제뿐 아니라 정치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직후 폭락 조짐을 보였던 증시를 여기까지 관리한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급등이 지속하는 건 투자자와 국가 경제 모두에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게시판에서는 “반포 아파트야말로 제일 유망 종목인데 정부가 못 사게 막는다”, “주식마저 안 되면 표로 심판할 것”이란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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