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개야도 '섬노예' 된 동티모르 축구 국가대표? 역지사지

역지사지는 입장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남사정을 봐주지 않고 눈물 흘리게 하면 자신의 눈에는 피눈물이 날 거라는 말을 날려주기도 한다.

인과응보가 꼭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대략 돌고 도는 인생이라, 굴곡이 있는 인생사에 입장이 바뀌는 건 시간 문제다.

 

우리나라도 일본에 무시를 당했고, 미국에, 다른 나라에 무시당한 전력이 있다. 그러면 나쁜 마음을 먹지 말고, 나쁜 짓을 하지 맗아야 한다. 그런데 아는 놈이 더하는가? 원래 나쁜 민족인건가?

착하게 살자.

그럼 하늘이 도울 것이고, 나쁘게 살명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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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 개야도 '섬노예' 된 동티모르 축구 국대?

스페셜 김현정의 뉴스쇼

[탐정 손수호] 개야도 '섬노예' 된 동티모르 축구 국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가지고 오신 사건. 저도 궁금합니다. 개야도 사건이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김현정 PD 혹시 김 좋아하십니까?

◇ 김현정> 저 구이 김 정말 좋아해요. 구이 김만 있으면 밥 두 그릇도 뚝딱이에요.

◆ 손수호> 그런데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와중에도 지난 10년 동안 김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어요. 최근 10년 동안 김 생산량이 2.5배 이상 늘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신기한 일은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민 중 어업종사자가 50만 명이나 줄었다는 건데요.

◇ 김현정> 아니, 어업 종사자는 줄었는데 김 생산량은 늘었다? 기술이 좋아진 거예요? 왜 그런 거예요?

◆ 손수호> 그 빈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채웠기 때문인데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 받으면서 엄청난 노동을 담당했기 때문에 어업 생산량이 늘고 우리는 값싼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어제 군산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어요. 어업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또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가 연 기자회견인데요. 군산 개야도에서 노동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 김현정> 개야도. 저는 사실 잘 몰랐거든요. 어디예요?

◆ 손수호> 군산항에서 뱃길로 한 40분 정도 걸리는 섬인데요.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주민이 많지는 않아요. 약 500명 정도인데. 어업 이주 노동자가 많을 때는 250명에 달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섬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이주노동자일 때도 있다는 얘기죠.

◇ 김현정> 3분의 1이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섬에서, 개야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자회견까지 열린 겁니까?

◆ 손수호> 고용허가제라는 게 있죠. 우리나라에 온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어 시험을 치릅니다. 점수에 따라 사업장이 배정돼요. 점수가 좋으면 제조업으로 가고요. 좋지 않은 하위권은 농촌이나 어촌으로 갑니다. 특히 바다에 많이 접해 있는 국가 출신들은 한국어 성적이 나쁘면 어촌으로 많이 가는데. 그래서 어촌에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베트남 출신들이 많이 있어요.

◇ 김현정> 저는 한국어 시험 쳐서 이렇게 나누는 건 잘 몰랐어요. 이유가 있었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개야도에도 그러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베트남 출신들이 많았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동티모르 출신이 59%, 베트남 27%, 인도네시아 출신이 14%인데요. 평균 연령은 28.3세고요. 각자 다 사연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중에 오늘은 동티모르에서 온 로마리오 씨 사례를 통해서 개야도의 상황을 알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개야도의 이주 노동자 실태. 동티모르에서 온 로마리오. 어떤 분입니까?

◆ 손수호> 동티모르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입니다.

◇ 김현정> 저는 사실 여기서 지금 놀란 거거든요. 동티모르 국가대표 선수가 이주노동자로 와서 김 농장에서 노동을 했다?

◆ 손수호> 그렇죠. 우리나라에 경기 치르러 두 번이나 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동티모르에서 축구만으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아서 축구를 그만두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려고 고용 허가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동티모르에 주어지는 쿼터가 1년에 1500명이에요.

◇ 김현정> 쿼터도 정해져 있어요?

◆ 손수호> 네, 국가별로.

◇ 김현정> 올 수 있는 인원.

◆ 손수호> 한국어 시험을 봐서 성적 좋은 300명은 제조업으로 가고 나머지 1200명이 어업으로 배정됩니다. 로마리오씨가 이 300명에 들지 못해서 어업 쪽으로 배정받았고 그래서 군산 개야도로 오게 됐죠.

◇ 김현정> 그러니까 불법체류가 아니라 정식으로 고용허가를 받아서 개야도에서 일을 하게 된 겁니다.

◆ 손수호> 맞아요. 그래서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도 작성해요. 근로장소와 임금이 명시된 거죠. 또 고용노동청의 관리도 받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까 이 계약서 내용하고 다른 일이 벌어진 거죠.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우선 계약서에는 김 양식장이라고 근로 장소가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김 양식장에는 주로 9월부터 겨울철 거쳐 다음 해 3월까지 일이 많아요. 그 외에는 일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업무 특성상 바쁜 기간 동안에는 주말도 없이 휴일도 없이 일을 했는데요. 그럼 그 기간, 바쁜 기간 지난 다음에는 좀 쉬느냐. 그게 아니라 그때는 또 배 타고 나가서 물고기 잡으라고 시켜요.

◇ 김현정> 아니, 그래도 되는 거예요?

◆ 손수호> 안 되죠, 불법이에요. 하지만 고용주가 시키니까 현실적으로는 그냥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로마리오 씨도 계절에 따라서 멸치나 꽃게잡이 어선 타고 가서 일했어요. 그런데 이 일도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많을 때는 하루에 두 번씩 조업 나가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하루에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잠깐 눈 붙이는 거 외에는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일했다는 거예요. 또 대부분의 어선들 환경이 열악하죠. 배의 규모도 작고 그래서 제대로 된 식사 준비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결국 하루 종일 제대로 못 먹거나 초코파이 하나로 때우는 일도 많았다고 하네요.

◇ 김현정> 아니, 그 힘든 일을 허면서 초코과자, 초코빵 그거 먹으면서 하루 2시간, 4시간 자면서 배를 탔다고요?

◆ 손수호> 그렇죠. 양식장 바쁠 때는 양식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쉬지도 못하고.

◇ 김현정> 언제 쉬어요, 그러면?

◆ 손수호> 비 오는 날은 배 타고 못 나가니까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도 아닙니다. 비 오는 날은 하루 종일 비옷 입고 작업장에서 그물 손보는 일을 했거든요. 결국 1년 동안 이틀 쉬고 계속 일했다는 사례가 많아요. 로마리오 씨도 그렇고요.

◇ 김현정> 365일 중에 이틀 쉬었다고요?

◆ 손수호> 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일하면 돈이라도 다 받아야 되죠.

◇ 김현정> 당연히요.

◆ 손수호> 계약서 작성할 때 보통 최저임금액을 임금액으로 정하는데요. 근로시간도 정합니다. 월 209시간에서 최대 226시간. 주말에 다 쉬고 평일에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하면 얼마 받느냐. 한 달에 175만 원 정도 받습니다. 그런데 실제 일하는 시간은 이것보다 훨씬 길어서 월 400시간 넘기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초과해서 일한 거를 고용주가 기록해 놓지도 않고 또 설령 본인이 기록했다 하더라도 인정을 해주지를 않아요.

◇ 김현정> 초과 수당 주세요. 저 오늘 5시간 더 일했습니다. 이렇게 됐을 리가 없죠, 거기가.

◆ 손수호> 일한 만큼 돈 더 받는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전체의 2%고요. 그리고 또 계약서에 기재된 175만원이라도 다 받으면 다행입니다.

◇ 김현정> 계약서에 기재된 것도 못 받았대요?

◆ 손수호> 그렇죠. 실제 로마리우 씨는 경력도 있고 또 성실근로자 자격으로 왔어요. 그래서 다행히도 계약서에 있는 금액은 그나마 다 받았습니다. 하지만 체불 없이 다 임금 받았다고 답한 이주 노동자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몇 달씩 밀리거나 적게 받거나 아니면 아예 못 받기도 했죠.

◇ 김현정> 아니, 이런 상황에서 그런데 왜 이주 노동자들은 항의도 못하고 그만두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한 겁니까?

◆ 손수호> 우선 놀랍게도 체납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 김현정> 월급이 밀렸던 걸 어떻게 몰라요? 통장으로 들어오거나 손에 쥘 텐데.

◆ 손수호> 많은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여권, 통장, 도장을 맡아서 가지고 있어요.

◇ 김현정> 통장까지?

◆ 손수호> 돈 잘 들어오고 있냐고 물어보면, 잘 들어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이렇게 말하니까 확인을 못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뭐 1년에 두 번 쉬었다니까 통장 챙기고 어쩌고 저쩌고 할 여유도 없었을 수 있겠네요.

◆ 손수호> 이 작은 섬에서는 통장에 얼마 들어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뭍으로 나가거나 큰 곳으로 가야 되거든요.

◇ 김현정> 은행 있는 곳.

◆ 손수호> 그렇게 하려면 배 타고 나가야 됩니다. 그런데 이때 고용주 확인을 받아야 돼요. 이 섬을 벗어나기 위해서 배 표 사려면 고용주 확인이 필요한데 고용주가 허락하지 않으니까 못 나가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잖아요. 나중에라도 임금체불 된 걸 알았을 때는 바로 문제 삼을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 손수호> 그렇긴 한데 문제를 삼아도 고용주가 바로 밀린 돈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다양해요.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어업이 원래 그렇다. 돈 들어오는 때가 정해져 있으니까 그때 줄 테니 일단 기다려라.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아서 이거밖에 없으니 일단 받고 나중에 형편 되면 더 줄게 기다려라. 지금 어차피 돈 쓸 일도 없지 않냐 나중에 귀국할 때 다 챙겨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 김현정> 돈 쓸 데가 있는지 없는지를 왜 그걸 고용주가 정해요.

◆ 손수호> 그런데도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고용주와 관계 나빠지면 계약 기간 못 채울까 봐 그렇게 되면 나중에 한국 영영 못 올까 봐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거죠.

◇ 김현정> 이게 한마디로 노동착취네요.

◆ 손수호> 그렇죠.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개야도의 어업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인권침해가 욕설과 폭언. 무려 73%가 겪었다고 답했고요. 그리고 밭일이나 집안일을 시키고, 쉬는 날 외출, 섬 밖에 나가는 출도, 이걸 막기도 하고, 하루 종일 일하는데 식사를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10%에 달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욕설과 폭언도 있었어요?

◆ 손수호> 그렇죠. 욕설과 폭언은 늘 있지만 특히 월급 얘기, 돈 얘기하면 그렇게 더 심해졌다고 해요. 게다가 폭행을 당한 경우도 14%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말 잘 못 알아듣는다고 때리고 일 못 한다고 때리고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응답률도 한번 생각을 해봐야 돼요.

◇ 김현정> 14%?

◆ 손수호> 이게 실제보다 훨씬 낮은 수치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동티모르 출신 노동자들이 폭행당한 걸 봤다고 이야기한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이 많아요. 반대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서로가 저 사람들 맞는 거 봤다면서 정작 저는 안 맞았어요.

◇ 김현정> 왜 그걸 숨기죠?

◆ 손수호> 말을 해봤자 증거가 없으니까.

◇ 김현정> 증거도 없고 나중에 그것 때문에 블랙리스트 올라서 다른 데서 일 못 하게 될 수도 있고.

◆ 손수호>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예전에 한 방송사에서 어업 이주 노동자 실태를 보도했는데 그때 용기를 내서 인터뷰한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데 방송 나간 다음 고용주가 화내면서 심하게 때렸어요. 그런데 당시 이 노동자는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고용주는 때린 적 없다 이거 자해다라고 주장했고 사실 별다른 증거가 없으니까 그냥 흐지부지되기도 했죠.

◇ 김현정> 진짜 이거 황당하네요. 너무하네요. 답답하네요. 정말 그러면 365일 중에 이틀 쉬고 일을 했다. 일하다가 아플 때도 있잖아요.

◆ 손수호> 당연히 있죠.

◇ 김현정> 거친 일 하니까.

◆ 손수호> 힘든 일이니까.

◇ 김현정>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요?

◆ 손수호> 병원에 갈 정도로 다쳤던, 아팠던 노동자 중에 약 40%가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산재나 보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병원이나 보건소에 갔던 노동자 중에서도 40% 정도는 자기 돈으로 치료했어요.

◇ 김현정> 이분들이 지금 불법체류가 아니잖아요. 제가 계속 강조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어떤 건강에 문제 생겼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 없어요?

◆ 손수호> 당연히 돼 있죠.

◇ 김현정> 있어요?

◆ 손수호> 그런 제도가 잘 돼 있습니다. 이주민도 건강보험이 의무화돼 있어요. 입국한 다음 6개월 지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들 중 60% 가까이는 보험이 없거나 아니면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요.

◇ 김현정>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 손수호> 네. 그리고 사업자 등록이 안 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 납부해야 되는데 그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 김현정> 고용주가 한국인이니까 이런 거 챙겨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손수호>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요. 사실 안 챙겨주는 정도를 넘어서 돈을 중간에서 뜯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손수호> 어떤 노동자는 건강보험료 명목으로 한 달에 월급에서 10만 원씩 제하고 받았어요. 그런데 결국 나중에 보험료 안 냈다는 고지서를 받았거든요. 알고 보니까 100만원 넘는 보험료가 납부 안 된 상태였다.

◇ 김현정> 그걸 중간에서 또 가로채요?

◆ 손수호> 그리고 또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보험료 고지서를 자기가 받으면 내는데 고용주가 받은 경우에는 그냥 안 내고 버리기 때문에 체납되기도 했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 김현정> 좀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이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심지어 건강에, 노동자들 건강에조차 관심이 없었어요.

◆ 손수호> 그런데 건강뿐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에도 관심이 없어 보여요.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다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요. 선착장에서 무거운 짐 싣거나 내릴 때 쓰는 크레인이 있는데요. 여기서 일했던 노동자가 크레인 쇠사슬이 녹슬어서 위험하니 고쳐달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고용주가 신경도 안 썼습니다. 결국 안타깝게도 그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이 노동자가 깔려 사망했는데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시신만 고국에 보내졌습니다.

◇ 김현정> 그 동티모르 축구 국가대표 선수의 사례를 시작으로 그 주변에서 벌어졌던 이주 노동자들의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의 실태, 노예 같은 생활을 지금 쭉 정리해 드렸는데 그렇게 참고 힘든 일 있어도 참고 또 몰라서 당하고 이래저래 시간을 끌다가 이번에는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거예요?

◆ 손수호>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이들을 돕는 이주선원네트워크 등의 단체가 함께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가서 직접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다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약서를 보면 거기에 근무지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일 시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게 불법이고 계약 위반이에요.

◇ 김현정> 그거 하나만으로도.

◆ 손수호> 사업장 변경 신청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실을 몰라요. 모르기 때문에 이 섬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실을 알려줬거든요. 그러니까 이 노동자들이 그럼 저 괜찮은 곳에서 일하겠습니다. 바꿔주십시오.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겠다고 하면서 섬에서 나왔는데요. 4년 만에 이 섬에서 처음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요.

◇ 김현정> 섬 밖으로 외출한 게 처음이라고요?

◆ 손수호> 4년 만에 처음 나왔다는 거죠. 이 노동자들이 당한 사례들을 모아서 이번에 기자회견을 한 겁니다.

◇ 김현정> 그 동티모르 국가대표 선수. 로마리우도 개야도에서 나온 거예요.

◆ 손수호> 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쉼터에서 머물고 있는데. 이렇게 부당한 대우 당했어도 한국에 남아서 다른 곳에서라도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어렵게 한국에 왔기 때문에 돈을 꼭 벌어가야만 한다는 상황이죠.

◇ 김현정> 이런 일이 개야도에서만 벌어졌을까 저는 사실 그런 의심도 들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어촌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고 농촌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 김현정> 있을 수 있죠.

◆ 손수호> 게다가 어업은 주로 남성들이 하지만 농촌에는 여성노동자도 많아요.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손수호> 참 부끄러운 일이죠. 사실 외국인들이 우리 일자리 뺏는다면서 안 좋게 보는 입장도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지 않는 힘든 일 하는 거죠. 우리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주 노동자 역시 당연히 우리와 같은 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우선 이런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