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세상 무서워서 살것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다.
그런데, 이게 미제사건이라는 것이 더 황당하다.
또한 피해자는 이름이 알려졌지만 가해자로 보이는 피의자의 이름은 나오지도 않는다.
역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범죄자는 더 많은 범죄를 준비하거나 범죄를 진행 중인데,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잠정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공권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너무 무섭다.
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924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8622
www.nocutnews.co.kr/news/5490288
스페셜 김현정의 뉴스쇼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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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CBS 김정훈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정훈> 오늘 오래간만에 미제사건 가지고 오셨다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예비 신부 실종 사건’인데요. 지금부터 8년 전입니다. 2013년 1월 24일, 당시 30살이었던 예비 신부 A씨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 김정훈> 사라진 때가 2013년 1월 24일. 정확히 8년 전이네요.
◆ 손수호> 그렇죠.
◇ 김정훈> 여전히 실종 상태인 거고요. 현재까지?
◆ 손수호> 그렇습니다. A씨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그런데 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있습니다. 오늘 이 방송이 일종의 심리적 압박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정훈> 어떻게 된 사건인지 처음부터 살펴보죠.
◆ 손수호> 제주도 출신의 20대 여성 A씨. 집안 사정이 어려웠지만 혼자 힘으로 대학 나오고 서울의 한 치과 병원에서 치위생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재미교포 출신 ‘알렉스 최’라는 남성과 교제했는데요. ‘알렉스 최’는 미국 맨해튼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부유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고 우리나라 명문 대학 나와서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4년 동안 교제했어요. 그러다 알렉스 최가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고요. 그래서 알렉스 최가 A씨에게 결혼해서 같이 미국에 가자고 했습니다. A씨는 고민 끝에 이 제안을 수락했어요. 그런데 이 둘이 함께 출국하기로 한 바로 그 전날, 2013년 1월 24일에 A씨가 실종된 겁니다.
◇ 김정훈> 최고의 신랑감을 만난 예비 신부. 출국 하루 전에 실종되다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 손수호> 사실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알렉스 최가 A씨에게 “부모님이 사실 우리 둘 사이를 반대한다. 의사나 변호사와 선 보라고 한다. 그래서 함께 미국에 가지 않으면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A씨를 압박한 건데요. A씨 입장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일도 버려야 하고 가족도 떠나야 되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고민 끝에 이 제안을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A씨가 본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한 거예요. “내가 미국 가서 결혼식 올리고 유럽으로 신혼여행도 가야 하기 때문에 내가 떠나면 한 달 이상 연락 안 될 거야.” 이런 말을 했거든요.
◇ 김정훈> 미국, 유럽에 신혼여행을 가는데 한 달 이상 연락이 왜 안 돼요? 2013년이라면서요.
◆ 손수호> 그러니까요. 수십 년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이런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죠. 잘 이해 안 됩니다. 그렇게 출국일이 다가왔고, A씨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그만두고 이삿짐 정리하고 전세보증금도 돌려받고 또 자기 명의 휴대전화까지 해지했어요. 지인들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출국 전날에는 어머니 가게에 가서 인사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11시 30분경 예비 남편 알렉스 최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자신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건 걸 마지막으로 모든 연락이 끊겼습니다.
◇ 김정훈> 연락이 끊겼지만, 앞서서 내가 한 달 정도 연락이 안 될 거야 이렇게 말을 했으니까 주변에서는 그냥 그렇게 해서 연락이 안 되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겠네요.
◆ 손수호> 그렇죠.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미국에 잘 도착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두 달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어요. 결국 69일 만에 실종신고가 이루어졌는데요. 그런데 그때부터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김정훈> 놀라운 사실들, 어떤 사실들이요?
◆ 손수호> 실종신고가 들어왔으니까 경찰이 A씨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되잖아요. 행방을 찾기 위해 우선 출입국관리소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출국했다는 기록이 없었습니다.
◇ 김정훈> 출국기록 자체가 없다. 그러면 아예 그냥 해외로 나간 사실 자체가 없다는 얘기예요?
◆ 손수호> 밀항이나 월북했다면 모르지만, 정식 출국 기록이 없는 거잖아요. 우리나라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한 거죠. 당연히 가족들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 김정훈> 아니, 미국 가서 결혼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출국도 안 했고 연락도 뚝 끊겼고 가족들이 이제 그때부터 크게 걱정할 수밖에 없네요.
◆ 손수호> 네. 가족뿐만 아니라 경찰도 범죄 연관성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A씨의 생활반응을 확인했는데요. 통신, 금융, 병원 진료, 인터넷 기록 등 어느 곳에서도 생활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 김정훈> 생활흔적이.
◆ 손수호> 그래서 사망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흔적이 발견된 게 딱 하나 있습니다. A씨 명의의 신용카드. 이 신용카드가 계속 사용되고 있었어요.
◇ 김정훈> 신용카드의 주인은 사라졌는데 그 카드는 어딘가에서 계속 사용이 되고 있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A씨 명의 휴대전화의 이동통신사 계약은 해지됐지만, A씨 어머니가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그 번호로 종종 문자 메시지를 보냈거든요.
◇ 김정훈> 딸아, 어디 있니. 잘 지내니, 이런 식으로.
◆ 손수호> 그렇죠. 그런데 그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하고 A씨의 번호를 받아서 쓰게 된 사람이 있을 거잖아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A씨 어머니의 문자 메시지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문자 메시지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가 더 들어왔어요. 그게 바로 신용카드 사용 내역 문자 메시지였는데요. 누군가 계속해서 A씨 신용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과거에 A씨가 사용했던 그 전화번호로 계속해서 문자가 들어온 겁니다.
◇ 김정훈> 그 신용카드 업체에서는 당연히 그냥 예전 번호로 계속 사용내역을 보내준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누군가 A씨 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새로 그 번호를 받아서 사용했던 이용자가 A씨 어머니에게 “전화번호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용카드 사용내역 메시지가 계속 오네요.”라고 알려준 거예요. 그래서 경찰이 확인해 봤습니다.
◇ 김정훈> 어디서 누가 사용했는지?
◆ 손수호> 네. A씨가 살던 곳 근처의 편의점 사용 기록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근처에서 A씨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고요. 카드 사용자를 계속 추적해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신용카드는 A씨의 예비 남편 알렉스 최가 사용했던 겁니다.
◇ 김정훈> 그럼 알렉스 최의 행적은 확인된 거네요? 그러니까 A씨는 실종이 됐는데 그 예비남편도 아예 애초에 출국을 안 했었던 거고 국내에 머물렀었던 거고 그 알렉스 최라는 사람이 예비 신부 A씨의 신용카드를 계속 쓰고 있었던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게다가 알렉스 최는 A씨의 전세보증금 700만 원 받은 것도 유흥비로 탕진했고요.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실 출국 전날 심하게 다퉜다. 다툰 후 A씨가 집에서 나가버린 다음 연락이 안 됐다.” 아니 그러면 카드와 돈은 왜 쓴 거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만나서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내가 쓴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 김정훈> 아니,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지금 두 달 넘게 지난 거잖아요. 그런 말에 따르면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건데 그렇다면 A씨 가족들한테 연락도 해 보고 경찰에 신고도 하는 게 이게 정상 아닌가요?
◆ 손수호> 그래서 이 사건이 이상한 거죠. 그런데 정말 더 이상한 것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알렉스 최라고 불렸던 예비 신랑. 알고 보니 최 씨가 아니에요. 정 씨였습니다. 정 씨.
◇ 김정훈> 이름 자체가 가짜.
◆ 손수호> 그렇죠. 그리고 경찰이 정 씨를 계속 조사한 결과 이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 김정훈> 거의 모든 게 거짓으로 살았던 이 남자. 이를테면 어떤 거예요?
◆ 손수호> 미국 맨해튼에서는 부동산 사업하는 부유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다. 명문대 나왔다, 증권사 다닌다, MBA 준비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어렵게 자란 A씨가 부잣집에 시집 간다고 신데렐라라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알렉스 최라고 말하던 정 씨는 학비가 없어서 대학을 가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집 아들이었습니다. 미국 출신도 아니고, 증권사, MBA 이야기도 거짓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당시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이것도 확인해 보니까 그때까지 공무원 시험을 치른 기록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더 황당한데요. 출국 전날 싸워서 출국 못 했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예 항공권 예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 김정훈> 항공권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출국계획 자체가 없었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미국 가서 결혼한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전세도 뺐었는데 작별인사도 했고요. 그런데 항공권 예약도 안 했다? 이게 어떤 상황이에요?
◆ 손수호> 정 씨가 이렇게 말했어요. “인정한다. 속이고 만난 게 맞다. 하지만 거짓말이 들통 날 것 같아서 A씨와 헤어지려고 했다. 미국에 가야 된다고 하면 헤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A씨가 같이 가겠다고 해서 일이 커졌다. 출국 예정일 전날에 모든 걸 고백했다. 그랬더니 A씨가 화를 내고 커플링까지 빼 던지고 뛰쳐나갔다.”
◇ 김정훈> 그럼 그렇게 뛰쳐나간 이후로는 연락 한 번 안 했다는 얘기입니까?
◆ 손수호> 그러니까 믿기 힘든 거죠. 그리고 경찰도 정 씨를 조사하면서 정 씨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말로는 걱정된다고 하면서도 진지하게 걱정하거나 관심 갖는 모습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리고 정 씨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들이 더 있습니다.
◇ 김정훈> 어떤 거요?
◆ 손수호> A씨가 정 씨 휴대전화를 빌려서 여동생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출국 예정일 전날 밤 11시 반이었잖아요.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예요. 실제로 두 사람이 다투고 A씨가 자기 발로 사라진 거라고 가정하더라도, 시간적으로는 11시 반 이후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후죠. 그 날이 바뀐 새벽에 정 씨가 온라인으로 자기 명의 휴대전화의 번호를 바꿉니다.
◇ 김정훈>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수 있죠. 번호를 바꿀 수는 있는데 하필 그때 또 더군다나 새벽에 갑자기 번호를 바꿔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정 씨의 변명이 있어요. A씨와 A씨 가족이 전화 걸어서 따질까 봐 전화번호 바꿨다는 건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 씨는 A씨가 사라진 지 열흘 만에 A씨의 짐을 버렸어요. A씨가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죠. 또 함께 살고 있던 정 씨 아버지가 그 짐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버렸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정 씨 아버지는 짐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거든요. 그뿐만 아닙니다. 회칼을 구입한 기록도 있는데요.
◇ 김정훈> 아니, 회칼. 점점 더 끔찍한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 회칼 언제요?
◆ 손수호> 실종 나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특수 칼 전문점에서 30~40만 원 정도 하는 회칼을 구입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정 씨는, 이건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자해나 자살용도로 구입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칼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렇게 긴 칼은 자해보다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용도에 더 적합하다는 겁니다.
◇ 김정훈> 길이로 봐서는.
◆ 손수호> 또 이 칼의 행방도 논란입니다. 정 씨는 아버지가 버렸다고 이야기했는데, 정작 정 씨 아버지는 그 칼 역시 본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김정훈> 아니,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믿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네요.
◆ 손수호> 그런데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 있어요. A씨가 사라지고 정 씨가 새벽에 휴대폰 전화번호 바꾼 그날 아침입니다. 정 씨가 렌터카를 빌려서 하루 쓰고 다음 날 반납했는데요. 정 씨는 쇼핑몰에 갔다 왔다고 주장했어요. 운행기록상 43km을 주행했어요. 하루 동안. 그런데 정 씨 집에서 그 쇼핑몰까지는 왕복 20km입니다. 따라서 쇼핑몰에 갔다 왔다는 주장을 믿어주더라도, 그 외에 다른 어딘가를 갔다 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걸 물었더니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합니다.
◇ 김정훈> 이쯤 되면 안타깝지만 여러 가지 정황들로 보면 이 남성이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흔적마저 철저히 지우려 했던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을 좀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인 것 같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그런데 이상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정 씨에게 연락해서 A씨 행방을 물었더니 처음에는 같이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번복했습니다. 그리고 둘이 다퉜다고 하는데 그럼 다툰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서울 어느 동에 있는 모텔이었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그 후에는 집에서 인터넷 접속한 기록이 계속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까 말을 바꿨습니다. 사실은 집이었던 것 같다고요. 이런 중요한 내용들이 바뀌다 보니 의심을 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더 황당한 게 있습니다.
◇ 김정훈> 지금까지도 황당했는데.
◆ 손수호> 그렇긴 하죠. 이번에는 해외여행인데요.
◇ 김정훈> 해외여행. 무슨 해외여행이요?
◆ 손수호> A씨가 실종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정 씨가 싱가포르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이때 다른 여성과 함께 갔습니다.
◇ 김정훈> 실종된 A씨랑 전혀 상관없는 또 다른 여성이 있었다?
◆ 손수호> 그 여성 역시 정 씨를 명문대 출신 재력가 아들로 알고 있었고요. 당연히 정 씨와 자신이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A씨의 존재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요. 그런데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렇게 정 씨에게 속아서 교제하던 여성이 4명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 김정훈> 참 정말 미스터리한 존재인 것 같고 모든 게 거짓이었고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는데 중요한 건 A씨를 찾아야 돼요. A씨가 죽었나 살았나, 어디에 있나, 이 행방을 찾아야 되는데 수사가 좀 어떻게 어디까지 진행이 돼 있습니까? 지금까지.
◆ 손수호> A씨의 행방을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연락을 기다리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게 이미 실종 69일이나 지난 때였잖아요.
◇ 김정훈> 그럴 수밖에 없었죠.
◆ 손수호> 그러다 보니 CCTV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고, 정 씨 집에서도 특별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어요. 또 정 씨가 빌려서 사용한 렌터카에서도 단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 김정훈> 정 씨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무언가를 좀 준비를 했었나 하는 의심도 드는데요. 지금까지 알아본 정황, 또 정 씨의 진술만을 가지고 그 행방을 찾아야 되는 이런 상황인가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정 씨는 수사 당시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는 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정 씨 동의 받아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했는데요. 주요 질문은, A씨를 살해했는가, 그날 A씨가 죽은 걸 보았는가, 지금 A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서 모두 아니라고 답했지만, 거짓 반응이 나왔습니다.
◇ 김정훈> 거짓인 게 거짓말 탐지기로도 나타났어요.
◆ 손수호> 그러자 정 씨는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고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요. 이 증거는 정 씨가 동의하지 않는 한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도 않거든요. 그 후 경찰이 최면수사까지 제안했지만 정 씨가 거절했고요. 결국 열심히 수사했지만 A씨의 행방 관련해서 성과를 얻지 못했고 지금도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김정훈> 결국은 신고가 늦어지는 바람에 모든 실마리, 모든 단서가 사라지고 있을 법한 증거들도 없는 그런 상태가 돼버린 거예요. 참 이게 대단히 안타까운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게 2013년 일이잖아요. 아주 예전 일이 아니라 웬만한 온라인상 증거나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직접 지인들에게 나 미국 가면 한 달 이상 연락 안 될 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걸 믿은 가족과 지인들이 바로 신고하지 않았던 거죠. 결국 정 씨가 증거를 인멸하고 흔적을 지우고 추적을 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A씨에게 그런 말을 하도록 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어요.
◇ 김정훈> 그래요. 그런 의심이 더 커지는데.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면 수사는 더 진행할 수가 어렵겠네요, 하기가.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 열심히 수사했지만 살인죄로 기소하지 못했죠.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죄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정 씨가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 정황까지 고려해 형량을 결정해 달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에서는 징역 2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 김정훈> 그래요. 검찰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식의 구형까지 했을까 싶은데 그렇다고 살인 가능성이 있다고 사기죄 형량을 높일 수는 없으니까 이해는 됩니다마는 안타까운 결과,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항소심에서는 3년 늘어서 징역 5년 형이 선고됐고요. 정 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 김정훈> 결국 정 씨가 사기꾼이라는 것은 그 사실은 밝혀졌지만 공식적으로는 A씨의 생사, 행방 여전히 알 수가 없네요.
◆ 손수호> 이제는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진상을 파악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A씨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살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딸의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참고 살고 있다. 딸이 매일 꿈속에서 나를 찾아달라고 한다.”면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A씨 가족들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제보자를 찾기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건은 살인죄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 받은 게 아니라 아예 기소도 되지 않았어요. 따라서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살인 또는 다른 범죄로 처벌할 가능성 남아 있어요. 새로운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을지. 이 사건 잊지 말고 관심 가지고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김정훈> 기적적으로 해결됐다는 소식 저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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