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10여년 만에 극장엘 갔다. 목동 CGV였고, 처조카가 헌혈하고 받은 무료 티켓을 받고서 아내와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극장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늦어서 1시간 가량을 기다려야만 했고,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쇼핑을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시간이 되어 오랜만에 찾은 극장엘 입장했고, 중간, 앞쪽(E열)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광고는... 화질 드러운 광고를 한참동안이나 해대는 것이었다. 시간 맞춰 들어간지라 상영한다는 시간이 10여분이 지나서까지도 우리는 광고를 보고 있었다. 우리 앞쪽에는 할머니 몇분이 오셨다. 아마도 6.25와 연관이 있으신 분이거나, 누군가가 이 어르신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 더 짜증나게 광고를 보고 난 뒤에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화면은 적당히 컸고, 사운드는 나쁘지 않았다.(우퍼는 그리 쎄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귀를 막고 봤다. 평소 탑이 잘생겼다느니 했던 아내는 탑의 콧물 연기에 몰입되어 있었고, 눈을 뗄 순간을 주지 않고 영화는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줬고, 밀리고 있는 남한군의 모습과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의 모습을 대비시켜 뒀다. 짧지 않은 전쟁씬을 어색하지 않게 잘 만든 것 같았고, 실감 나는 연기에 숨을 죽이며 영화 속으로 몰입되고 있었다.
탑이 함께 총상을 입은 군인을 업고 포항여중의 의무실에 간 장면에서는 약간 생뚱맞은 시츄에이션이 연출되었으나, 어쨌든 탑의 가수같지않은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얼굴 굳히고만 있었기 때문에 평소의 얼굴이 그대로 나왔긴 했다. 그리고, 여기서 탑의 콧물 미스테리가 탄생한 곳이다. 탑이 업고 온 군인은 끝내 치료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시체로 실려나가게 되었다. 그걸 보고 충격 먹은 탑은 콧물을 떨구고 있었다. 실감나게... 그런데, 장면이 바뀌며 간호사가 탑의 어깨를 만지고, 뒤돌아보았을 때는 깔끔해진 코밑이 왠지 허전했다. 마지막... 미스테리의 끝은 탑이 걸어나와 학교 입구에 앉아 있을 때였다. 불과 시간상으로는 1,2분 이내에 이뤄진 일이었으나, 탑의 코밑은 전쟁터에서 묻을 수 밖에 없는, 콧물을 훔친 뒤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수준의 코밑 분장이 되어 있었다. 숯검댕이같기도 하고, 기름 때 같기도 한 얼룩이 콧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디자인으로 그려져있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혼란에 빠졌다. 이것이... 탑이... 코밑을 어떻게 한 것이야? 화면 바뀌는 동안 내가 모르는 뭔가를 했단 말인가? 아니면 탑은 포항여중에 들어오자마자 입구에 코밑에 얼룩을 닦지 않은 체 앉아 있었고, 죽기 일보 직전의 군인은 스스로 걸어서 들어갔고, 간호사가 탑의 콧물을 닦아준걸까? (헛소리다... 그냥 넘어가자. 편집기사분의 노고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리~)
기억에 남는 황당 장면은 김승우 부대가 낙동강 전투로 떠나고 난 뒤에 소대장을 맡게된 탑이 북한군과의 처음 교전에서 이긴 뒤에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북한군 병사(학도병이었던 듯...)가 "오마이~"(어머니) 라고 읍조리는 걸 보고서 충격 먹고 하던 혼잣말과 학교 교실에 들어가 포항여중 학생이 그렸을 법한 (너무나도 잘그린) 포스터를 찢는 장면이다. 이미 다른 전투에서 북한 괴로군을 봤을테고, 이미 그들이 포스터에 나오는 뿔난 늑대같은 모양을 하지 않았음을 알았을텐데도 말이다. 뭔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반드시 삽입했어야 하는 장면이었던 것일까?
그리고, 탑이 총알을 옮기는 장면도 그렇다.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건물들이 왜 그리 좋던지... 6.25 때 그렇게 건물들이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왜 그리 좁은 데서 북한군과 남한군이 어우러져 싸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볼 때는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북한군(차승원 부대)과 학도병(탑 부대)이 피터지게 싸우는 도중이었다. 초반 멋지게 전투를 벌이다가 밀리는 순간, 도망간 줄 알았던 권상우가 북한군 트럭을 탈취해서 따발총을 갈기며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나는 김승우가 땡크 잡는 수퍼바주카포와 함께 도착한 줄 알았다. 그래서 전세가 역전되겠구나, 이젠 이겼구나 하는 성급한 생각에 박수를 쳤던 것이다. (쪽팔릴까봐 맞춰주느라 박수 쳐준 아내와 나만... 그 넓은 극장에서 박수를 쳐댄 것이다. 순간의 싸~함 때문에 몇번 치지 못했다. (ㅋㅋㅋ) ) 그러나 아쉽게도 권상우였던 것이고, 작전도 없고, 개념도 없이 몇발 쏘지 못하고, 겨우 겨우 학교로 쫓겨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전쟁 영화가 다 그렇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건 역시 마지막 장면이었다. 총을 몇번이나 맞고도 목숨을 붙이고 있었던 옥상 전투... 둘이서 대포 피하고, 총알 피해서 무장 갈겨버린다. 그나마 중간 중간 총알이 발사되지 않는 위기의 순간을 박아 놓았기에 비교적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었으나, 여기 맞고 저기 맞고서도 서서 버티는 권상우... 열심히 싸우다가 막판에 움직이지도 못할 상태로 엎어져버린 탑... 뒤이어 옥상에 나타나 아군(북한군) 다 죽은 뒤에 탑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차승원... 결국 피묻은 총알에 어이없게 죽고 만다.
훅~하고 지나가서 숨겨진 듯한 장면도 여럿 있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관객에게 와닿았느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나름의 짜여진 구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차승원이 넘어지면서 가슴팍 주머니에 있는 누렇게 빛바랜 "어머니 전상서"가 어렴풋이 보이는 편지지를 훑는 것이었다. 아내는 못봤지만 난 봤다.
그리고, 뚱뚱한 학도병이 쓰러지자 그 학도병을 짖밟고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몇개의 고구마(감자였나?)를 떨어뜨려 줌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려는 듯한 뉘앙스를 느꼈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중간 중간 나오는 학도병에 지원해서 군용트럭에 올라타 앉고, 트럭이 출발하는 도중에 탑의 어머니의 울고 있는 모습에서는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초반부터 이미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이었다.
6.25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작은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고, 그렇게 지킨 나
라가 우리 대한민국임을 잊지 말자는 것 같았으며, 북한도, 남한도 모두에게 힘겨운 시절이었음을 시사해주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 "북의 남침"임을 거의 공식적으로 언론에 흘렸다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학도병도, 어린 아이도 주체사상의 레파토리를 줄줄 외울 정도였던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던 전쟁에서의 피해자들의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목숨의 죽음이 중요한 것이었다.
영화가 끝나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데, 학도병 중의 생존자이신 어르신 몇분의 인터뷰 내용이 나왔다. 총알이 없어서 북한군이 던진 수류탄(?)을 주워서 되던졌다고, 그들은 죽었고, 나는 살았고... 라고 말씀하시며, 전우를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어르신의 모습에, 평생을 슬퍼했을 어르신의 괴로움이 뭍어나는 것 같았다.
이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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