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재부팅 하고싶다 로빈 윌리엄스 부검 최악 루이소체 치매 할리우드 웃음 장인 로빈 윌리엄스 11일 7주기 2014년 작고 후 부검 치매 진단 생전 고통 밝힌 다큐 로빈의 소원 가을 개봉
너무 좋아했던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갑작스럽게 떠나서 슬펐다. 연기는 물론이고, 목소리 연기에, 우스꽝스러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뻐하는 모습은 인상깊었다. 저럴 수도 있구나, 너무 기뻐하는구나, 우리나라랑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정적이고, 기뻐도 어느 정도 절제하는 모습만 보다가, 열광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하는 모습은 생소하기도, 충격적이기도, 좋아보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슬펐다. 궁금하기도 했고, 나름 정재된 소식을 접하고는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관련 영화를 본 것만 해도 언뜻 생각해도 5건이 넘는다. 인상 깊은 연기와 분위기, 표정, 밝은 기운은 그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많다.
그를 기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며, 환자 아닌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삶이 행복하게 마무리되었으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4124431
중앙일보 2021.08.10 05:00
8월 11일은 할리우드 웃음 장인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지 7주기가 되는 기일이다. [사진 위드라이언픽쳐스, 까멜리아이엔티]
11일 세상을 떠난 지 7주기를 맞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그 이름만으로 대표하는 것들이 있다. 따라할 수 없는 천재적인 유머 감각, 어떤 상처도 위로해줄 것 같은 넉넉함과 따뜻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수다 요정 지니,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가사도우미 할머니로 분장한 아빠, ‘굿 윌 헌팅’의 심리학 교수 숀 맥과이어를 기억해보라.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루즈벨트 대통령, ‘해피 피트’ 시리즈의 허세 펭귄 러브레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나게 연기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이 그러했기에,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다.
2014년 8월 11일, 언론 매체들은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알렸다. 향년 예순셋이었다. 알코올 중독과 마약 때문이다, 도박을 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확인된 양 보도됐다. 특별한 웃음과 감동을 주던 사람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니, 놀라거나 실망한 이들도 많았다. 진실을 떠나서 가족과 이웃, 동료, 팬들에겐 큰 슬픔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떠난 것일까.
지난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감독 테일러 노우드)은 로빈 윌리엄스가 7년 전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비롯해 할리우드 웃음 장인의 알려지지 않은 맨얼굴을 밝힌다. 7주기 기일인 11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올 가을로 개봉을 미뤘다.
다큐에 따르면, 사망 두 달 후 유족인 아내 수잔 슈나이더 윌리엄스는 부검의 소견서를 통해 남편이 ‘루이소체 치매’라는 퇴행성 뇌질환을 앓았음을 알게 된다. 로빈 윌리엄스에게 내려진 뒤늦은 진단은 2016년이 돼서야 언론에도 알려진다. 그가 자신의 병명도 모른 채 고통받고 있었고, 인지 장애, 사지 떨림, 불안, 수면장애, 편집증, 환각, 망상에 시달렸지만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1951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로빈 윌리엄스는 자동차 회사인 포드 사의 경영진이었던 아버지 덕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저택의 큰 방에서 비록 장난감과 혼자 놀았지만. 그는 그때의 놀이를 연기로 발전시켰다. 1973년 줄리아드 연기학교에 입학해 진지하게 연기 훈련을 받았다. 이후엔 클럽하우스에서 코미디 공연을 하다가 TV 시리즈 ‘모크와 민디’의 외계인 역에 캐스팅돼 이름을 알렸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 ‘죽은 시인의 사회’ ‘피셔 킹’으로 진중한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세 차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로 전 세계인들을 위로한 ‘굿 윌 헌팅’을 통해 1998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틀어놓은 수도꼭지마냥 쏟아지는 윌리엄스의 유머 감각은 작은 배역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알라딘’의 램프의 요정 지니의 대사를 녹음할 땐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녹음실 엔지니어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때론 그 유머 감각을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해 발휘했다. 줄리아드 시절의 친구이자 영화 ‘슈퍼맨’으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비극적인 낙마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을 때다. 응급실에 의사 복장을 하고 찾아가 리브를 웃겨주었던 일은 유명하다.
로빈 윌리엄스(오른쪽)가 생전 마지막 출연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3' 촬영 현장에서 숀 레비 감독과 장면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사진 위드라이언픽쳐스, 까멜리아이엔티]
성공한 로빈 윌리엄스의 인생엔 굴곡도 많았다. 20대 때부터 명성을 얻었던 그는 술과 약물에 빠졌다. 1983년 친구였던 배우 존 벨루시가 서른셋에 약물 과용으로 사망하자 겨우 자신을 추스르는데, 첫 번째 결혼이 이즈음 끝났다. 명성의 무게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견디고 뛰어난 유머 감각을 20년간 유지했지만, 2003년 다시 술을 찾는다. 로빈 윌리엄스는 알코올 중독 재활, 두 번째 이혼, 심장 수술을 하며 힘겨운 50대를 통과했다.
50대 후반에 만난 그래픽 디자이너 수잔 슈나이더과 세 번째 결혼을 하면서 그는 행복한 장년에 가까워졌다. 그 이후 샌프란시스코 마린 카운티의 주택가에서 좋은 이웃으로 살았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개를 산책시키는 동네 아저씨로. 동시에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관객을 매료시켰다. 지역 극장에서 매주 화요일 즉흥 코미디 공연을 하며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는 것도 즐겼다. 대단하지만 평범한 삶의 균형을 아름답게 맞춰가고 있었다. 루이소체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는.
아내 수잔 슈나이더 윌리엄스와 생전 로빈 윌리엄스. [사진 위드라이언픽쳐스, 까멜리아이엔티]
로빈 윌리엄스가 죽기 전 2년간의 의학 기록을 살펴본 의학박사 브루스 밀러는 루이소체 치매가 "전에 본 적 없는 파괴적인 형태의 치매"라고 설명했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고, 치료법도 없는 최악의 치매가 로빈 윌리엄스의 뇌를 잠식한 것이다. 걷고 말하는 것조차 기적이었다는 진단이다.
늘 낙천적이면서도 삶의 소중함과 두려움에 예민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자신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사를 외우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유머와 연기도 자신감을 잃었다. 밤마다 망상에 시달려 사람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정신을 차리면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 뇌를 재부팅 하고 싶어." 그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밝혀진 진실이 뉴스로만 소비되지 않게 하려고 로빈 윌리엄스와 가장 가까웠던 이들 17명이 용기를 냈다. 아내 수잔 슈나이더 윌리엄스, 고인이 직접 출연한 마지막 작품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숀 레비 감독, TV 시리즈 ‘크레이지 원스’의 제작자 데이빗 E. 캘리, 친구인 코미디언 모트 살, 마린 카운티의 이웃 등이 다큐 ‘로빈의 소원’에 나와 우리가 몰랐던 로빈 윌리엄스에 대해 말한다. 숀 레비 감독의 말은 가족과 지인들이 나선 이유를 대변한다. "촬영장에 매일 200명이 함께 했지만, 힘겨워하는 로빈의 사투에 대해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에 대해 침묵하는 게 이제는 도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로빈 윌리엄스는 미군 장병을 자주 위문 방문했다. 지치고 자포자기한 군인들에게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이자 든든한 멘토였다고 관계자들은 추억한다. [사진 위드라이언픽쳐스, 까멜리아이엔티]
한 사람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할 수 있는 일는 알리고 기억하는 것이다. 질병을 당사자만의 책임으로 몰아세우거나, 고통의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 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이 병을 고칠 수 있어요. 누구도 이런 질병을 겪게 해선 안 되고, 로빈이 느꼈던 고통을 똑같이 느껴서는 안 돼요"라는 수잔 슈나이더 윌리엄스의 말은 울림이 크다.
"슬픈 일은 없었으면 싶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죠. 슬픔의 목적은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거예요…. 행운을 빌게요. 그런 게 인생이니까요." 로빈 윌리엄스가 어느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힘겨웠지만 자유로워진 지금, 세상을 향한 '로빈의 소원'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김혜선 영화 저널리스트·시모어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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