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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오~매, 월급 빼곤 다 오르네!공평하게 300만원이라니, 이건 또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2년째 겪는 희망 고문 상품과 서비스 가격도 크게 오르는 중

시사窓/정치

by dobioi 2022. 2.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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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보지 못한 것은 경제다. 활황이 아니라 계속되는 불황에, 건건이 이상하다. 자유민주주의 보다는 국민겁박주의가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큰 고민없이 생각해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고 지난 5년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는 보여주기식 국민 기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그리고 앞으로 이뤄질 걸 예상해본다면, 암담함만 있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양진영이 다 이상한 게 문제다.

 

 

[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오~매, 월급 빼곤 다 오르네!

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오~매, 월급 빼곤 다 오르네 아무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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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오~매, 월급 빼곤 다 오르네!

봉달호 작가·'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저자

입력 2022.02.26 03:00

 

 

“오늘 가불 안 될까?” 동갑내기 동향 친구이자 우리 편의점 점장인 정욱이가 조심히 묻는다. “왜 또? 카드 값 밀렸어?” 쏘아붙이려다, 긴 한숨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정욱이도 한숨으로 답한다. “요즘 내 상황이 좀 거시기하다.” 또 ‘거시기’가 등장했다. 할 말 많아도 거시기, 할 말 없어도 거시기, 어떤 상황도 한 단어로 정리하는 우리 고향 만능 레시피 ‘거시기’. “아~따, 나는 네 가불이 거시기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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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가불(假拂)은 매달 중순 성행한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경우 본사와 가맹점주가 한 달에 한 번 매출 이익을 정산하는데, 정산금이 들어오는 날짜가 12일 경이다. 물론 정산금은 고속도로 하이패스와도 같아, 통장을 통과하며 우수수 자동으로 빠져나가지만, 어쨌든 그즈음 점주들의 주머니가 반짝 채워지는 것도 비밀 아닌 비밀. 찰나를 놓치지 않으려, 가불을 바라는 직원들은 다급히 SOS를 보낸다. 그러니 주위에 편의점 점주가 친구로 있거들랑, 밥 사달란 부탁은 매월 중순을 이용하시라. 성공 확률이 한 뼘쯤은 높아지리니. 쉿!

“가불은 얼마?” 액수를 들으니 또 한숨이 나온다. “잠깐, 통장 잔액 좀 확인해보고.” 사실은 확인하고 말 것도 없다. 가불 요청 받으면, 뻔히 돈이 있으면서, ‘잔액 확인’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내 오래된 습관이다. 한 번은 튕겨보고 싶은 어설픈 수작이랄까.

 

“그 주식 아직 해결 안 됐어?” “상장폐지 할라믄 빨리 할 것이지 희망 고문을 계속하네.” 정욱이는 장가가려고 알뜰살뜰 모은 밑천을 어느 바이오 기업 주식에 투자했다 홀라당 날렸다. 정권 실세들이 대주주이고 정욱이가 좋아하는 유명 작가까지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는데, 그것 때문에 인생이 꼬였다. 가불도 잦아졌다. “그러게 너도 알고 있는 그런 정보는, 먹을 놈들은 이미 먹고 튄, 썩은 정보여.” 속을 긁어주려다 또 참는다.

 

“이달에 가불은 왜?” “어머니 생신도 있고, 설날에 조카들 세뱃돈 주고, 후배들 결혼도 유난히 많고… 이래저래 돈 들어가는 일이 많았네.” “어이구, 그런 걸 다 예상하고 지출 계획을 세웠어야지. 네가 무슨 민주당이여? 끄떡하믄 추경, 추경 하게?” 거기서 추경은 왜 나와, 하는 표정으로 정욱이가 나를 본다. 가불의 대가로 실컷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방금 입금했응게, 문자 확인해봐.” 바가지 긁는 사이에도 모바일 뱅킹 하는 내 손가락에 주목하던 정욱이가 안심하는 미소를 짓는다. “고맙다. 잘 쓸게.”

“근디 방역지원금은 언제 나온다냐?” 뻘쭘했는지, 정욱이가 화제를 돌린다. “추경 통과하자마자 주기 시작했어. 그런 건 또 엄청 빠르네.” “긍게, 300만 원 줄 텐게, 자영업자들이여 찍어달라. 이 소리 아니여?” 나는 얄따랗게 입술을 맞문다. “지원금, 안 받을 거여?” 능청스러운 물음에 퉁명스레 답한다. “안 받긴 왜 안 받어!” 정욱이가 “그라재. 거시기할 건 해야재” 하며 웃는다. 나는 속으로만 말한다. ‘먹고(?) 빠지는 기술은 높은 양반들만 가지고 있는 특기가 아니랑게!’ 그나저나 공평하게 300만원이라니, 이건 또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언제나 흐뭇하게 나누는 걸 즐기시는 586 옛날 컴퓨터 양반들.

 

 

“오~매, 뭔 놈의 가격표가 한 트럭이라냐.” 가불로 시작해, 주식으로 갔다, 추경으로 흘렀다, 방역지원금으로 빠지던 우리의 편의점 만담은 잠깐 공연을 멈춘다. 정욱이가 새로 도착한 가격표 뭉치를 들고 진열대로 향한다. 가격에 변동이 생기면 가격표를 일일이 갈아 끼우는 것도 편의점 점주와 직원의 귀찮은 일과 가운데 하나다. “어라? 라면 값이 올랐네? 아이스크림 가격 오르고, 과자 값 오르고, 콜라 값도 올라부렀고, 안 오르는 게 없구만.” 투덜거리는 소리가 계산대까지 들린다.

 

“네가 좋아하는 영롱한 ‘이슬’도 올랐다.” “알아. 맥주도 오르고, 삼겹살도 오르고, 짜장면도 오르고, 안 오르는 게 없네.” “주말에 마트 갔는데,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야. 마트 직원이 가격표 출력을 잘못한 줄 알았어.” 과일, 채소, 고기, 생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다. 쇼핑카트 절반도 못 채웠는데 무려 20만 원이라니,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돈뭉치를 수레에 싣고 갔다는 패망한 어느 나라 풍경이 떠오른다. ‘이게 뭔 일이랑가!’ 비명이 절로 나온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도 크게 오르는 중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미안할 정도로.

진열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가격 오른 제품의 가격표를 골라내던 정욱이가 구시렁거린다. “젠~장. 월급 빼곤 다 오르네. 월급 빼곤 다!” 뜨끔. 이건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겠지. ‘월급’에 유독 악센트가 실렸다. 진열대 선반 너머로 빼꼼 정욱이 머리끝이 들썩인다. 알았다, 이놈아. 이 시국 끝나면 월급 꼭 올려줄게. 그게 과연 언제일는지…. 그 또한 우리가 2년째 겪는 희망 고문이다. 가끔은 나도 가불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거, 머시기, 하느님! 올봄엔 희망을 좀 미리 당겨주시면 안 될까요?” 고향 마을 백목련 나무에 꽃망울도 깨끔히 맺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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