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문재인의 ‘아름다운 복수’, 그 2탄 노무현 이명박 한미FTA 임기 첫해 기능 마비 상태 배후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지갑에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품고 복수 다짐
해봐서 알 거다. 헛소리였고, 망상에 사로잡혔었다는 걸 깨닫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아직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나보다. 장례로 보내주고, 살사람은 살아야하는 것인데, 복수를 하겠다고 수첩에 뭘 넣고 다녔던 대통령이 지켜낸 거라곤 똥고집 밖에 없다. 어기장 놓고 있는 것 아니겠나.
촛불혁명이라 국민들이 다 좋아하겠구나 생각했지만, 관심도 없이 놀라기만 했던 국민들 상당수가 뭐하는지 걱정했을 것이다. 그 혁명위에 문재인정부가 드러섰으니, 또 다른 촛불혁명이 없는 한 그 영광을 재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젠 또다른 몽니를 부린다. 또다른 대통령 지키기에 나선 것 같다. 저기를 나가서 살것인가? 죽을 것인가? 를 고민한다면 어려울 것 같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그렇다고 복수도 못했으니 말이다.
추잡스럽게 신임 대통령 욕보이는 일만 할 수 있는 것인지, 문통의 선택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발전이 아닌 후퇴만 하고 있다. 자결은 말기를 바랄 따름이다.
문 정권 사람들은 5월 10일 출범할 새 정부를 MB 정권 시즌 2라고 부른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실패해야만 하고, 실패하게 만들 것이라고 벼른다
[김창균 칼럼] 문재인의 ‘아름다운 복수’, 그 2탄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2.03.24 00:00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7대 대선 직후인 2007년 12월 28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다섯 살 연상인 이 당선인을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예우했다. 이 당선인은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에 협력한다는 게 이날 만남의 핵심 의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구 권력 충돌이란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안건은 한미 FTA였다. 미국이 FTA 비준의 전제 조건으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이 당선인은 “노 정부가 임기 내에 마무리해달라”고 했고, 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처리할 일”이라고 맞섰다. 축산 농가의 반발을 살 정치적 부담을 서로 떠민 것이다. 그 상태로 노무현 정부 임기가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쇠고기 협상을 서둘렀다. 한미 FTA를 조속히 발효시켜 경제 대통령 브랜드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 조바심이 광우병 촛불 시위를 불렀다.
540만 표 차 대선 승리를 거둔 정권이 임기 첫해 기능 마비 상태에 빠졌다. MB는 그 배후에 노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로 귀결된 검찰 수사는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사람들은 주군(主君)을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에 몸서리쳤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지갑에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품고 다녔다. 그 유서를 볼 때마다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복수”라고 했다. 참모는 문 대통령이 ‘아름다운 복수’를 다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복수가 얼마나 남들과 달랐는지,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건강 상태”를 이유로 사면하면서 열한 살 더 나이가 많은 80대의 이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에 가까웠을 무렵 조국 사태가 터졌다.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문 정권을 덮쳤다. 조국을 억울하게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로 떠받들었다. ‘우리 총장님’ 윤석열은 졸지에 MB 잔당이라는 악역을 떠맡게 됐다.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은 1년 내내 망나니 칼춤을 췄다. 윤 총장 목이 싹둑 잘려 나가는 섬뜩한 시사만화까지 등장했다. 문 정권 사람들의 집단적 정신착란이 윤석열을 정치권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다음 날 전화 통화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고,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달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 사이의 훈풍은 거기까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 문제로 첫 만남이 무산되더니, 대통령 집무실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문 대통령은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제동을 걸면서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꼽았다. 스스로도 쑥스러웠을 것이다. 평소 공부 않던 학생이 독서실 자리 좀 써도 되냐고 했더니 갑자기 책 싸들고 와서 열공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문재인의 아름다운 복수 제2탄을 관람 중이다.
대선 패자, 특히 정권을 빼앗긴 경우엔 국민 심판을 받았다는 자숙 기간을 갖는 게 정치권 매너다. 이번엔 다르다. 선거 다음 날 이재명 선대위 해단식에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5년 짧다. 금방 지나간다”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없는 세월로 치겠다는 거다. 정청래 의원은 소셜 미디어에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썼다. 임기 2년 남은 국회 172석으로 윤 정권의 다리를 잡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차기 대통령 이름을 호칭 없이 부른다. 5년 전 이맘때 야당 의원이 “문재인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문 정권 사람들은 5월 10일 출범할 새 정부를 MB 정권 시즌 2라고 부른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실패해야만 하고, 실패하게 만들 것이라고 벼른다. 용산 집무실이 그 첫 전쟁터가 됐다. “제2의 광우병 투쟁을 준비하느냐”는 윤 당선인 측 의구심은 정곡을 찔렀다.
대선은 끝났는데 오고 가는 두 정권은 연장전을 벌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 그중에서도 경기지사 선거가 승부차기가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재기 여부도 함께 걸려 있다. 국민 눈에 어느 쪽이 더 ‘오버’하는 것으로 보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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