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면역 거의 도달 전문가들 근거 없는 허상 정부 성인 3차 접종자 74% 육박 대규모 감염 위험성 상당히 낮아 국내 첫 XL변이 감염자 등장 누적 사망자 2만명 코로나 승리 암시는 시기상조
문재인정부의 코로나대응에 점수를 주고 싶기는 한데, 그렇게 높은 점수는 줄 수 없을 것 같다. 초반부터 어리둥절하며 눈치만 봤던 것이 현실이고, 그러다가 제대로된 대처도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저 미봉책으로 국민겁박에 힘쓴 것이 방역이었나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을 믿고 싶지 않다. 인륜을 저버릴 가능성이 있고, 누군가의 사익을 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바보같이 정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사리사욕에 빠져서 어떻게 하면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승리 암시는 시기상조”
정부 “집단면역 거의 도달”… 전문가들 “근거 없는 허상”
정부 “성인 3차 접종자 74% 육박… 대규모 감염 위험성 상당히 낮아”
국내 첫 ‘XL’ 변이 감염자 등장, 누적 사망자도 2만명에 가까워
“코로나 승리 암시는 시기상조”
박세미 기자
입력 2022.04.13 04:20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가 상당한 정도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으로 ‘백신 접종 및 자연면역을 통한 집단면역’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인 XL까지 국내 처음 검출되는 불안한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PCR검사를 받고 있다. / 뉴스1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일 라디오에서 “우리가 18세 이상 3차 접종 인구가 74%에 육박하는데 오미크론을 통해서 자연면역을 획득한 인구까지 하면 상당한 정도의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번 (오미크론) 유행이 잘 안정화된다면 아마 다시 큰 유행들로 번질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은 상당히 낮아져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손 반장은 이어 “아주 독한 변이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제는 이런 수준의 대규모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거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집단면역은 대다수 국민이 백신 접종 또는 자연 감염 등으로 특정 바이러스에 면역이 형성돼 더 이상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감염된 적 없는 사람들도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백신 접종 70%를 달성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전염력과 치명률이 강한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무색해졌고, 백신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오미크론 유행이 이제 막 정점을 지나 하향세로 접어들자마자 또다시 정부 내에서 ‘집단면역’이란 표현이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변이가 계속 바뀌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고 재감염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면역’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스텔스 오미크론의 국내 검출률은 85.2%로 기존 오미크론 유행을 완전히 압도한 상태. 또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결합한 바이러스인 XL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앞으로 어떤 변이가 발생할지 모르고, 현재 가지고 있는 면역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약화될 수 있다”며 “향후 어떤 재증가라든가 재유행이 없다는 그런 가정은 위험한 것”이라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은 코로나 유행에 있어서는 허상에 가깝다”며 “변이가 나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개념인데, 확진자들에게 ‘이미 걸렸으니 괜찮다’는 인식만 심어주고 백신 접종을 기피하거나 방역 수칙을 소홀히 여기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전 국민의 약 40% 이상이 감염된 프랑스의 경우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또다시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행세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적 있다. WHO는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몇 주 이내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반응이 얼마나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예컨대 사스나 메르스 같은 다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의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이 감소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미크론 고비를 넘어서며 드디어 일상 회복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히는 등 최근 정부에서 잇따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20만명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 1위 확진 국가인 데다 3월부터 코로나 사망자만 1만1000명 넘게 나온 상황에서 이런 희생을 ‘승리’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누적 사망자 수가 2만명에 가깝고 고령자 치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정치적 선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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