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김태리 난 첫사랑 없어학창시절 노잼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역 승부욕 강해 패배 짜증나 구설수 안 올랐지만 상상 못 견딜 듯 스스로 공격 이상 높아 만족할 줄 모른다
너무나도 재밌게 본 드라마였다. 스토리도 재밌고, 연기도 재밌고, 잔잔하면서도, 보지 않으면 궁금할만큼 잘 만들었다 생각된다. 게다가 김태리의 연기도 좋고, 이쁘고, 알콩달콩한 모습도 좋았고,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도 좋아서 빠져들어서 본 것 같다.
아내가 봐서 옆에 앉았다가 끝까지 보게 된 드라마 중의 하나다. 매력적인 등장인물 덕에 흥미롭게, 흐뭇하게 봤다고 생각된다.
나름 수준이 높은 드라마였다 생각되고, 공영방송이 아니어도 드라마가 수준이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은 오히려 드라마를 수준높게 만드는 건 방송국 문제가 아닌 제작자들의 문제라 생각되어, 방송과 상관없이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긴장해야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N:터뷰]김태리 "난 첫사랑 없어…학창시절 '노잼'"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2-04-18 07:00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역
"희도처럼 승부욕 강하지만 패배하면 짜증나"
"구설수 안 올랐지만 상상하면 못 견딜 듯"
"내가 스스로 공격…이상 높아 만족할 줄 모른다"
"이번에 '큰 고비' 버텼다…생각할 힘 없어져"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영화 '아가씨'로 화려하게 세상에 각인된 이후 김태리는 줄곧 쉬지 않고 달려왔다.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드라마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김태리의 연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김태리에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보다 현실에 밀착돼 있었다. 금메달을 꿈꾸는 고등학생 펜싱 선수 나희도는 일제강점기 하녀나 독립투사가 아니었다. 그저 첫사랑과 꿈에 설레는 청춘일 뿐이었다.
캐릭터 자체는 까다롭지 않았지만 수개월에 걸친 촬영은 김태리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아치는 일정에 김태리는 '큰 고비'를 넘겨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겨내지 못하고 간신히 버텨냈다'.
그럼에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재미'는 여전히 김태리를 연기로 이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재미'는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연기가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은 언제나 눈물이 날 정도로 짧게 지나간다. 이 감각을 잊지 않는 것은 온전히 김태리의 몫이다.
다음은 김태리 인터뷰 일문일답.
Q 1998년, IMF 시절에 고등학생이었던 나희도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어려움은 없었나
A 시대적으로는 전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 이전에 했던 역할들은 그 시대를 공부하면서 미리 준비해야 되는 게 있었는데 희도는 그런 측면에서는 따로 준비할 게 없었다. 대본에 쓰여 있는 나희도 자체에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했다. 나와 많이 닮아 있어 표현하고 연기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초반의 희도는 밝고 당당하고, 순수하고, 마냥 사랑스럽고, 펜싱만 너무 좋아하고, 사랑은 잘 모르고, 오늘을 잘 사는 아이였다. 그 시점에는 큰 고민 없이 되게 자유롭게 연기했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Q 본인 고등학생 시절과 희도의 고등학생 시절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풋풋한 첫사랑이나 이런 기억도 있을 것 같은데
A 저는 희도 같은 꿈이나 낭만이 없었던 것 같다. 첫사랑도 없었다. 희도처럼 미친 듯이 직진하고, 열망한 적이 없다. 그게 너무 아쉽다. 내 인생에 그 순간이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심하게 있을 정도로. 그런 상대가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제 학창시절은 '노잼'(재미없음)이었다. 친구가 화내면 일주일 골머리 썩고, 싸우고 절교하고, 딱히 꿈에 대해 설레는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컴퓨터 게임 좋아하고, 나중에는 대학 가려고 공부 열심히 했다. 낭만이 없는 학창시절이라 희도가 부럽다.
Q 희도는 일단 목표를 정하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직진해 결국 금메달까지 따냈다. 백이진과의 사랑에서도 그랬다. 자기 고집과 승부욕이 뚜렷한 캐릭터다. 본인도 연기에 있어서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고집이나 승부욕이 있는지
A 연기는 그런 고집이 안 좋고 유연하게 열려 있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 승부욕은 저도 진짜 세다. 이기면 기분이 너무 좋고, 지면 너무 짜증 난다. 그래서 펜싱 경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보다 상대가 있으면 승패가 있지 않나. 그런 게 잘 맞았다. 희도는 패배를 잘 인정하는데 저는 인정은 하지만 차오르는 짜증을 좀 어찌할 바 모르는 경향이 있다. 그런 건 희도한테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Q 펜싱이 잘 맞았다면 펜싱 연습은 어땠나.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반년 동안 고생해가면서 배웠다고 했는데
A 엄청 힘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뭘 이렇게 까지 하냐'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로 몸은 너덜너덜 해지고, 되게 열심히 했다. 당시엔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했다. 잘하면 행복할 거 같아서 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까 그 정도까지 하면 안됐구나 싶었다. 저에게 중요한 건 희도 캐릭터인데 에너지를 골고루 못 썼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촬영 에너지를 아꼈어야 했고, 만약 아꼈으면 여기 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Q 촬영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좀 있었을 것 같다. 요즘 관심사는 무엇일까
A 촬영 끝나면 뭐하고 싶은지 적어 놓고 그랬다. 취미로 새도 보러 가고, 맛있는 걸 많이 먹는다. 드라마 하면서 운동을 못하니까 몸이 무거워지더라. 저도 몰랐는데 운동으로 (체중) 조절이 됐었나 보더라. 내 인생에도 이런 시기가 오는 구나 싶어서 체중 감량도 시작했다. 헬스랑 필라테스, 발레도 수업을 들었다. 발레는 옛날엔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는데 지금 해보니 아니었다. 아무래도 선생님 영향이 큰 것 같다. 지금 하는 운동들은 선생님들과 제 성향이 잘 맞아서 재미있다.
Q 영화 '아가씨'로 데뷔해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대중들에게 인정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실제로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받는 편인지 궁금하다
A 제가 지금까지 나쁜 말을 그렇게 많이 안 들어봤다. 구설수에 올라 보지 않아서 상상을 해보자면 못 견딜 것 같다. 말에 너무 많이 휘둘릴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좀 있다. 좋은 평판은 당연히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딱히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에 임해서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확신이 든다. 언젠가 한 번은 고꾸라질 거다.
Q 배우로서 생각하는 스스로의 장단점이 있다면
A 장점은 기본적으로 대본 해석력과 이해도가 뛰어난 것 같다. 장면의 목적, 작가의 목적 같은 해석 능력이 좋은 건 장점이다. 단점은 너무 많은데 내가 나를 너무 공격한다. 충분히 잘했는데 그런 자각이 없고 이상이 너무 높다. 이전까지는 만족할 줄 모르는 성향이 장점이고, 내 성장의 원천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점일 수 있는 것 같다. 이 다음을 위해서 충분한 지점에서 그칠 줄 알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해도 좋을텐데 밑도 끝도 없이 나 자신을 공격하니까 괴로웠다. 좋은 연기는 연기하는 순간이 즐거워야 나오는데 즐겁기 힘들어서 큰 단점이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Q 지금까지 거쳐 온 여러 작품들 중에 본인을 성장하게 한 지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A '당연히 성장하고 있겠지'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반문하게 됐다. 제가 어렵고, 힘들고, 고민했던 지점들…. 큰 고비가 있었다. 그 고비를 잘 이겨내지 못하고 겨우 버티기만 했다. 거기에서 오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었다. 이 정도밖에 안되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지금은 거의 회복 단계에 있다. 몸과 정신, 모든 걸 추스르고 있다. 어릴 때는 잊거나 잠을 자는 걸로 이겨냈는데 이제는 잊으면 절대 안되고 잠이 안 왔다. 어떻게 이겨내야 될 지 모르겠고, 이겨낼 시간이 없어서 한계였다. 휴식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충전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만 있었어도 훨씬 잘 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좀 크다.
Q 배우로서, 사람 김태리로서 가치관에 변화도 생겼나
A 이번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에서는 가치관이 없어지더라. 신념이나 도덕 관념, 생각도 없어진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없어지는 것 같다. 지금 어느 정도 충전한 상태에서는 내가 스스로 판단을 내릴 만큼 적당한 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사람이 멍청해진다. 정말 무서웠다. 인간에게 쉼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전에는 에너지 넘치게, 미친 듯이 쏟아붓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Q 그렇게 힘들어도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을까. 과거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A 가끔 오지만 정말 재미있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행복하고 눈물이 난다. 스케줄에 치이고, 내일 분량 대사 외우고 있고, 소화하기 급급해도 그러면 정말 눈물이 난다. 그런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 아마 그게 연기를 시작한 내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만 결국 지나가니까 눈물이 난다. 연기는 재미있을 땐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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