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기밀매 다큐 배우 스커드 5발 1400만달러 北이 무기 메뉴판 보여줬다 다큐 ‘잠입’의 배우 울리히 라르센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폐막작 독재정권 북한잠입 10년간 스파이 임무 수행
놀라운 다큐멘터리다. 북한을 오해하고 있었다면, 이 정도의 잠입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이 현실의 다가 아닐 것이다. 가려진, 일부만 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다큐멘터리나 해외 언론이나, 어떤 영향력에 의해서 북한 내부에서 알아거 주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싶다.
"두 번 방북해 훈장까지 받았다. 3~4m 거리에서 본 김정은은 중세 시대의 왕 같았다" 라고 배우 울리히 라르센은 말하고 있다는데, “우간다 측엔 호화 리조트를 짓겠다고 말했지만, 지하에는 무기와 마약 공장을 넣으려 했다”며 “북한은 불법을 숨기려고 ‘삼각 거래’ 수법도 쓴다”고 전했다고 한다.
북한의 이중적인 모습과, 그들이 국제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로 살아남는 비결이 일부 밝혀진 것이 아닌가 싶다.
대단한 사람들이고, 뒤통수를 맞고 있는 그들이,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달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北 무기밀매 다큐 배우 “스커드 5발 1400만달러… 北이 무기 메뉴판 보여줬다”
다큐 ‘잠입’의 배우 울리히 라르센
박돈규 기자
입력 2022.06.06 03:00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잠입’은 독재정권 북한으로 잠입해 10년간 스파이 임무를 수행한 남자의 다큐멘터리다. 울리히 라르센은 북한친선협회(KFA)에 가입해 신뢰를 얻고 북한 당국의 무기밀매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최근 내한한 그는 “가짜 인생을 살았지만 북한의 범죄를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3년에 걸쳐 촬영했지만 북한 당국을 속이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그 10년이 두 시간짜리 다큐멘터리가 된 셈이다. 이 영화가 공개돼 내 정체가 노출됐지만 두렵지는 않다.”
북한의 무기 밀매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잠입(The Mole)’의 배우 울리히 라르센(46·덴마크)은 평범한 남자처럼 보였다. 서울락스퍼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잠입’은 그가 스페인에 본부를 둔 북한친선협회(KFA)에 가입해 신뢰를 얻고 임원이 된 뒤 북한과 우간다, 요르단 등지에서 무기 밀매를 협의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라르센은 “두 번 방북해 훈장까지 받았다. 3~4m 거리에서 본 김정은은 중세 시대의 왕 같았다”고 술회했다. 용기와 근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다큐다.
다큐멘터리 '잠입' 에서 북한이 몰래 수출하는 무기 메뉴판을 보여주는 장면.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2011년 ‘잔혹한 독재국가를 어떻게 찬양할 수 있는가’ 하는 호기심에 KFA에 들어갔다. 이 조직에서 내 지위가 올라 스칸디나비아 지부 대표를 맡게 되자 ‘북한의 무기·마약을 팔아줄 사업가를 찾아달라’는 은밀한 요구를 받았다. 이 다큐를 연출한 마스 브뤼거 감독에게 연락해 ‘석유 재벌 제임스’라는 배우를 고용했다. 그도 스파이 역할을 감당할 담력이 있었다.”
평양의 한 식당에서 북한 당국은 미사일과 탱크 등 ‘무기 메뉴판’을 보여줬다. 스커드 미사일 5발은 1400만달러였다. 2018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열린 회의에선 “북한 무기를 시리아로 배달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라르센과 제임스는 북한 관료들과 함께 우간다로 가서 섬 구입을 논의한다. 라르센은 “우간다 측엔 호화 리조트를 짓겠다고 말했지만, 지하에는 무기와 마약 공장을 넣으려 했다”며 “북한은 불법을 숨기려고 ‘삼각 거래’ 수법도 쓴다”고 전했다.
울리히 라르센은 북한에서 위험한 스파이 역할을 감쪽같이 해냈다. 그와 가족은 덴마크 정보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장련성 기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잠입’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잔혹한 독재 정권으로 잠입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두 명의 평범한 남자에 관한 실제 잠복 스릴러다. 덴마크 독립 영화 제작자 마스 브뤼거가 연출한 ‘잠입’은 함정 수사 기법을 사용했다.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는데 목숨을 걸 만한 일이었을까. 라르센은 “북한은 유엔 제재를 받으면서도 무기를 팔아 외화를 벌어야만 했고 우리는 그 절박함을 역이용했다”며 “2500만 북한 주민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룩한 북한을 위한 투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거의 모든 것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몰래카메라로 찍은 장면들도 있다.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대사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말 이 다큐가 공개되자 북한은 가짜라고 잡아뗐지만, 영국 BBC는 “김정은 위원장이 꽤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평했다.
평양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무기 수출 계약을 맺고 건배를 하는 장면.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제임스. 울리히 라르센은 이 순간을 촬영 중이다.
다큐멘터리 '잠입'
라르센은 은퇴한 요리사로 현재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잠입’을 준비하고 촬영하는 10년 동안은 아내와 두 딸까지 속였다. 전직 CIA 요원에게 미행을 간파하는 법 등 스파이 기술을 익혔다는 그는 “일상의 95%는 나 자신으로, 5%는 스파이로 살아야 한다는 지침에 충실했다”며 “촬영을 마치고 아내에게 일종의 고해성사를 하며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복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이 다큐멘터리 내용이 진짜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라르센과 가족은 덴마크 정보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배우 울리히 라르센의 명함.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원제 ‘The Mole’은 ‘두더지(스파이)’라는 뜻. 이날 그가 건넨 명함에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라르센은 “내 특별한 경험에 대해 강연하고 자서전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 개봉을 추진 중이다.
“10년 동안 가짜 인생을 살았지만 북한의 범죄를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덴마크에는 ‘바보의 행운(fool’s luck)’이라는 표현이 있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위험할 만큼 모든 걸 걸어야 현실이 어떤 보상을 해준다는 뜻이다. 나는 외로웠지만 보답을 받았다. 이 다큐 속 북한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다.”
다큐멘터리 '잠입' 포스터. /서울락스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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