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작들 흥행 초상집 한국 영화 올 7~8월 국내 개봉작들 여름 대목 성적 부진 영화표 1만5000원 시대 스타 캐스팅 의존 안일한 기획 관객들 굳이 극장서 봐야하나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어렵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상식이나 습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는 그런 점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를 시작한 기업, 매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양한 OTT서비스 덕분에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고, 개봉관 못지 않게 커다란 TV를 보면서 행복하고 편하게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지 꽤 됐다. 원래 잘 보지 않았지만, 최근 코로나를 겪으면서 집밖은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나가질 않는다. 심지어는 쇼핑도 집에서 하는 판에, 위험한 집 밖을 나서는 것이 겁날 지경이다. 그런데다가 영화표 1장이 1만5천원이라니, 서민이 보기에는 과하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는 금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과거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영화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영화인들이 거리로 나와서 시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좀 퇴색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한국영화가 수준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쿼터제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보지 못하다가, 심지어는 영화비까지 올라버렸으니, 그런데다가 심지어는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OTT 서비스가 판을 치고 있는 판에 영화관을 찾아 나선다? 글쎄다.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건 좋다고 본다. 그리고, 다양한 종편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도 수준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데, 극장을 나가봐야 하고, 예매를 해야 하고, 비싼 팝콘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점점 그 문화를 버릴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여름 대작들 ‘흥행 초상집’, 한국 영화에 무슨 일이
올 7~8월 국내 개봉작들, 여름 대목에도 ‘성적 부진’
영화표 한 장에 1만5000원 시대
스타 캐스팅 의존·안일한 기획
관객들 “굳이 극장서 봐야하나”
‘외계+인’ ‘비상선언’ 100만 그쳐
제작비 300억 넘게 쓴 대작들 손익분기점 넘기기 어려울 듯
김성현 기자
입력 2022.08.09 03:00
자칫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변할 판이다. 한국 영화계 최고 대목으로 꼽히는 여름 특수(特需)가 실종됐다. ‘이순신 3부작’의 2편에 해당하는 영화 ‘한산’이 관객 459만명을 동원했을 뿐, ‘암살’과 ‘도둑들’의 흥행 감독 최동훈의 신작 ‘외계+인’ 1부(149만명)와 송강호·이병헌·전도연의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비상선언’(139만명)이 연달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 세 편은 모두 총제작비 300억원대의 대작. 대목이나 특수는커녕 일부는 손익분기점(600만명 이상)을 넘기지도 못할 판이다. 과연 한국 영화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올여름 개봉작 성적
우선 지난 5~6월 먼저 개봉한 흥행작 ‘범죄도시2′(1269만명)와 ‘탑건: 매버릭’(744만명)이 불러일으킨 착시 현상이 역설적인 이유로 꼽힌다. 두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자 극장이 흥행 저점을 찍고 극심한 부진에서 반등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한국 대작들이 여름 개봉을 서둘렀다. 10일 개봉하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까지 7~8월 한국 개봉작만 4편에 이른다.
영화 시장의 공급 초과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여름 영화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름 개봉작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흥행의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된 시장 속에서 줄줄이 부진에 빠지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코로나 기간 관객들의 관람 패턴 변화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 같은 대체재(代替財)가 부상하면서 극장 관람과 안방 시청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지난 2년여간 영화관 티켓 가격이 1만2000원(주말 기준)에서 1만5000원으로 25% 상승한 것도 관객들의 선택이 한층 깐깐해진 이유다.
극장 관계자는 “여름 대작이 개봉하면 곧바로 극장가로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평점이나 관람평 등을 꼼꼼하게 살핀 뒤에 극장에서 관람할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는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현명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호씨도 “예년 여름 극장가는 대중적 선택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성격이 강했다면, 코로나를 거치면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개인 취향’이 점점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의 고질적 약점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답답한 현실을 불쏘시개 삼아서 관객들의 울분에 불을 붙이려는 ‘분노 상업주의’나 주연 배우의 연령 상승 같은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복합 상영관 CGV의 관객 평점 시스템인 ‘골든 에그’ 지수에 따르면, ‘한산’만이 95점(100점 만점)의 호평을 받았을 뿐, ‘외계+인’ 1부(87점)와 ‘비상선언’(81점)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익명의 영화 평론가는 “탄탄한 각본이나 참신한 기획보다는 ‘티켓 파워(흥행력)’가 있는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안일한 투자 배급 방식이 위기를 불렀다”면서 “스타성보다는 연기력을 기준으로 신인 감독이나 배우들을 과감하게 캐스팅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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