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로 尹정부 공격할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文정부 실책 부동산 가격까지 전 분야 걸쳐 '진통제 처방' 해놓고 개복수술 반대하는 셈 '횡재세' 언급 7조 2000억원 규모 지원금 제안
쉴드를 치려면 적어도 사실 관계를 따져보고 경우를 봐가며 덤벼야 한다. 그런 걸 따지지도 않고 잘못 덤비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긁어 부스럼이라는 속담처럼 가만히 두고 자신의 길만 가면 좋았겠지만, 괜시리 긁어서 일만 만들게 되고, 오히려 욕을 쳐먹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워서 침뱉는다는 말처럼 침이 자신 얼굴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이전 정부의 실책이라면 사과하면 될일이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든다면, 나중에 오히려 밀린 빚을 독촉하듯, 욕을 배로 먹게 되지 않을까?
윤정부도 미찬가지다. 자기 업보를 지고 가는 거다. 떠넘기려면 안된다.
난방비로 尹정부 공격할수록…적나라하게 드러나는 文정부 실책
임재섭
입력 2023. 1. 27. 12:27
수정 2023. 1. 27. 17:48
부동산 가격까지 전 분야 걸쳐 '진통제 처방' 해놓고 개복수술 반대하는 셈
26일 서울 용산구 한 주택의 가스계량기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로 윤석열 정부 공격에 나섰다. '횡재세'를 언급하며 7조 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소득 하위 80%에게 모두 난방비를 지급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표는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 탓을 하는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무능' 때문에 벌어진 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윤석열 정부의 첫 겨울이고, 지난겨울까지도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관리를 해왔다. 이 대표 말대로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대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대책을 수립해 놓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 국제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분기 저점을 찍은 뒤 2021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최대 10배 이상 급등했다. 이때부터 누적된 적자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또한 2021년 1조 8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9조원까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도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누적적자가 3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전이나 가스공사의 누적적자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지난 26일 난방비 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올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할인 폭을 각각 2배씩 확대하는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더 보편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 시기 민주당 정부에서 계속한 확장재정 정책으로 인해 현금이 대거 풀리면서 물가상승으로 이어졌고,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금 소위 인플레이션 문제는 국제적인 변동 요인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상황 때문에 온 것"이라며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문제가 아니고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오히려 경제 상황에 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적자폭이 더해지는데도 근본 해법보다 현 정부 비판, 기업 감세 비판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당장 직면한 비난 여론 회피에 급급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의 입장도 비슷하다. 사의재는 같은 날 SNS로 '난방비 급등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 근거 없는 책임 떠넘기기 중단해야'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원전 가동률과 원전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사의재 측은 "2015년 85.9%에 달했던 원전 가동률은 2018년 66.5%까지 하락했는데,
당시 원전 부품의 부실납품 비리가 여러 건 발생했고 안전 점검을 위한 원전의 운행정지가 빈번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 점검이 마무리되고 원전을 다시 본격 가동하면서 원전 가동률은 2022년 81.1%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2015년 85.9%에서 2022년 81.1%로 원전 가동률이 변했음을 적시하면서도 원전 가동률과 원전 비중이 높아졌다는 주장을 동시에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는 잘못이 없으며 문재인 정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최소화는 부득이했다는 투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최근 산업용 가스요금은 내리고, 주택용 가스요금은 올렸다'는 식의 주장까지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남탓'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끌고온 이야기로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은 고수하기 어렵다. 2020년 7월 산업용 가스는 MJ당 10.88원, 가정용이 12.92원으로, 가정용이 상대적으로 비쌌으나 최근에는 역전현상이 빚어져 최근 산업용 가스 도매 요금이 33.26원까지 폭등하는 동안 가정용은 18.39원으로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용 가스 도매 요금을 MJ당 31.28원으로 조정하는 조치만 떼내서 '산업용 가스요금은 내렸다'는 식의 주장인 셈이다. 나아가 주택용 가스 요금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대선 직전까지 주택용 요금 인상을 막았으나, 대선 후 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4월과 5월에는 주택용 요금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누적적자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누적적자가 개선되지 않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주택용 요금을 인상했다.
근본적인 해법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처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점점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는 지난 총선에서 정치개혁을 하겠다며 선거제를 바꿨으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만 낳았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법인만큼 변명할 거리가 없는 국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반면 폭등하는 전·월세값으로 요동치는 민심을 미봉책을 잠재우려 임대차 계약기간을 2+2로 늘린 임대차 3법, 당장 개혁하지 않아도 역사의 오명을 직접 뒤집어쓰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고통을 감수하지 못하는 연금 개혁에는 자기반성이 없다. 가장 중요한 민생 정책에서 서로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것이 정치권의 현주소다.
물론 정부는 당장의 고통을 덜기 위해 확장재정이나 지원정책 같은 '진통제'를 처방할 수 있다. 하지만 진통제를 처방해 고통을 덜어낸 이후에는 '개복수술'도 준비해야 한다. 진통제 처방만 해놓고 "내 잘못은 없다"면서 개복수술까지 반대하고 남 탓으로 미루면, 결국 곪아 터지는 사람은 결국 의사가 아닌 환자다. 참사가 먼 곳에 있지 않다. 임재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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