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다.
가벼운 생각이 아닌 깊은 사유를 하시는 분으로 읽혀진다.
세상사에 대한 관찰과 통찰로 장편소설을 엮어내시는 분이라 생각된다.
이분이 코로나를 바라보는 시각,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 대변해주고 싶어하는 마음 등이 그를 표현해주고, 말해주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 국회의원이나 행정부, 정치인들이 이런 민심을 읽으려는 생각만 가져도 지금처럼 황당한 세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이 그나마 앞장 섰으면 하는 이뤄지지 않을 바램을 가져본다.
◆ 김훈> 저는 책보다는 사물이나 사람 혹은 사건, 사태, 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이죠. 자연이나 인간을 통해서 거기서 나의 언어를 내가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요즘은 어떤 사물에 관심이 있으세요?
◆ 김훈> 요즘은 뭐 그냥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고통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죠. 코로나 사태, 전세방 값 오르는 거, 월세방, 집값, 젊은이들 취직 못 하고 쩔쩔매는 거, 인간고 그런 걸 보고 있어요.
(중략)
◆ 김훈> 그 외에는 살 길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정은경 본부장이 하라는 대로 하기가 참 어려운 거예요.
◇ 김현정> 어려워요.
◆ 김훈> 정말 어려워요. 그것이 오가는 고통이나 생업의 불편, 그런 걸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진짜 그 말씀 하시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은경 본부장이 항상 매일 브리핑마다 말씀하시는 게 마스크 잘 써라인데.
◆ 김훈>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이거 하라는 거예요, 거리두기를 하고. 지난 1월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그 얘기를 텔레비전에서 하셨는데 매일매일. 그대로만 하면 이게 되는데.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거, 인간이 하지도 않아요. 세상의 일이라는 게 정말 간단한 게 없어요.
◇ 김현정>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대다 이 말씀이신 거예요.
(중략)
◆ 김훈> 우리가 야만의 시절을 벗어나려면 고통분담밖에는 길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본 역사적 경험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코로나 같은 고통이 닥쳐오면 그것을 분담할 수 있는 그 능력이 작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나는 많은 의문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역사적 경험이 없는 것을 우리가 하기에는 좀 어렵거든요.
◇ 김현정> 쉽지 않죠, 쉽지 않죠.
◆ 김훈> 그런데 코로나 극복의 문제는 나는 오직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를 우리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느냐 하는 그 운명이 거기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중략)
◆ 김훈> 그렇죠, 김용균 그분이 돌아가신 다음에 김용균법이 제정이 됐잖아요. 그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나 권력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에요. 김용균 어머니가 그 아들을 잃고 쓰러져서 울고 있던 그 여성 분이 국회고 청와대고 울면서 밀어닥치고 들어가서 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나가면서 그걸 한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다 봤기 때문에 알아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그 법을 겨우 해 놨는데도 그 법이 제정된 다음에도 똑같은 비극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아니, 코로나 같은 재앙이 닥치기 전에도 그 사회적 약자들은 그렇게 고통 속으로 내몰렸는데 이제 코로나가 닥치고 나면 그게 고 김용균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흔히 중산층이라고 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 사람들에게도 다 닥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 김훈> 코로나는 지금 이제 사회 계층에 관련이 없이 다 발생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쨌든 사회적인 약자를 타격할 것은 틀림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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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9/1 (화) "피할 수 없는 코로나, 고통을 나누자"-김 훈(속기본)
뉴스쇼| 2020-09-01 07:01:2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훈(소설가)
김현정의 뉴스쇼가 마련한 기획 시리즈 2020년 길을 묻다. 제가 자가격리라는 걸 겪고 나니까 이 인터뷰가 더 기다려지더라고요. 정말 길을 묻고 싶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장발장은행 홍세화 은행장 만나봤고 일본의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도 길을 물어봤고요. 오늘은 작가 김훈 선생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이런 주옥 같은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은 성찰을 보였던 분이기 때문에 이 코로나 시대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을 하실까,어떻게 우리의 길을 전망하실까 궁금해집니다. 오늘 스튜디오로 초대했습니다. 작가 김훈 선생.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훈> 네, 안녕하세요. 김훈입니다.
◇ 김현정> 아이고, 건강은 정말 어떠십니까?
◆ 김훈> 건강 많이 좋아졌어요.
◇ 김현정> 좋아지셨어요?
◆ 김훈> 지난 1월 달에 잠깐 입원을 했다 나왔는데 내가 뭐 그렇게 큰 병이 난 것처럼 알려졌는데 내가 생생해요.
◇ 김현정>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3년 만에 신작을 내셨잖아요.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그 늘 물건을 그렇게 관찰하신다면서요? 떨 때는 돌멩이, 어떨 때는 칼, 어떨 때는 말. 왜 이렇게 물건을 관찰하세요?
◆ 김훈> 저는 책보다는 사물이나 사람 혹은 사건, 사태, 이런 것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이죠. 자연이나 인간을 통해서 거기서 나의 언어를 내가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요즘은 어떤 사물에 관심이 있으세요?
◆ 김훈> 요즘은 뭐 그냥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고통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죠. 코로나 사태, 전세방 값 오르는 거, 월세방, 집값, 젊은이들 취직 못 하고 쩔쩔매는 거, 인간고 그런 걸 보고 있어요.
◇ 김현정> 제가 대작가 앞에 앉으니까 사실은 제 속 마음도 좀 털어놓게 되는데 항상 앞날을 전망해서 전해 드리는 게 일인 사람인 저도 앞날 전망이 안 돼요. 이게 도대체 언제 끝날 건지 아이들은 학교 못 가고 있고 젊은이들, 심지어 대학을 붙었는데 캠퍼스를 못 밟아보고 있고. 이게 이 상황을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참 우울한데. 비슷한 심정이실까요?
◆ 김훈> 그렇죠. 지금 출구가 안 보이는 거예요. 지금. 그런데 오직 출구라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은경 본부장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면 돼요.
◇ 김현정> 질병관리본부장.
◆ 김훈> 그렇죠.
◇ 김현정> 정은경 본부장.
◆ 김훈> 그 외에는 살 길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정은경 본부장이 하라는 대로 하기가 참 어려운 거예요.
◇ 김현정> 어려워요.
◆ 김훈> 정말 어려워요. 그것이 오가는 고통이나 생업의 불편, 그런 걸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진짜 그 말씀 하시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은경 본부장이 항상 매일 브리핑마다 말씀하시는 게 마스크 잘 써라인데.
◆ 김훈>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이거 하라는 거예요, 거리두기를 하고. 지난 1월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그 얘기를 텔레비전에서 하셨는데 매일매일. 그대로만 하면 이게 되는데.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거, 인간이 하지도 않아요. 세상의 일이라는 게 정말 간단한 게 없어요.
◇ 김현정>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대다 이 말씀이신 거예요.
◆ 김훈> 아직도 출구가 안 보이는 것이죠.
◇ 김현정> 출구가 안 보이는 시대. 아니, 이렇게 쭉 몇 개월을 관찰해 보시니까 이 코로나라는 놈의 특성, 코로나 시대의 특성이 좀 잡히세요?
◆ 김훈> 글쎄요. 인간의 힘으로 이 코로나를 물리적이나 화학적으로 박멸해서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해요,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앞으로 훨씬 더 가난하고 훨씬 더 불편하게 되는 미래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가난하고 불편한 미래를 우리가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서 정치 지도자들 이 이제 그걸 말해야 돼요. 그러니까 우리가 항상 앞으로 경제를 또 재건하고 해서 옛날처럼 똑같이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안 돼요, 안 돼요.
◆ 김훈> 가난과 불편을 각오하자, 그런 시대를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되는데 더 가난하고 불편한 시대를 우리가 받아들이려면 그 고통에 총량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인간이 받아들여야 할 그 고통의 총량을 사회계층 사회에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이런 문제를 얘기해야 돼요.
◇ 김현정> 고통의 시대가 올 거고 지금보다 가난하고 지금보다 불편하고 지금보다 어려운 시대가 올 거는 확정적이고. 확실하고.
◆ 김훈> 확정적이니까 이 고통을 여하에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말을 해야 돼요. 그렇게 용기 있는 리더가 필요한 거예요,이제.
◇ 김현정> 한 계층에게 특히 약자에게 그 고통이 몰리지 않도록 배분해 주는 일이 리더에게 중요한 일일 거다.
◆ 김훈> 그렇죠,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그런 이야기하기에는 참 어려울 거예요.
◇ 김현정> 어렵죠, 어렵죠.
◆ 김훈> 다들 잘 먹게 해 줄 테니까 걱정 말라라 이렇게 얘기 하고 있잖아요.
◇ 김현정> 장미빛 미래를. . .
◆ 김훈> 장미가 안 와요, 장미가 없어요,이제.
◇ 김현정>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 김훈> 아니, 몇 달 지나온 걸 보니까 알 수가 있죠. 이미 고통의 앞날이 온다는 게 뻔히 보이는 거 아니에요? 벌써 와 있어요, 와 있어.
◇ 김현정> 이 코로나 극복해도 또 비슷한 바이러스가, 또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기후변화 등등등등?
◆ 김훈> 코로나만 가지고 봐도 벌써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더 가난하고 더 신바람이 안 나고 재미없고 이런 세월이 이미 와 있잖아요.
◇ 김현정> 와 있죠, 몇 달 겪고 있죠.
◆ 김훈> 그러니까 이거를 어떻게 그 고통을 배분하느냐 고통을 어떠한 방법으로 수용하느냐 이런 얘기를 해야죠.
◇ 김현정> 해야 되는군요. 그 6. 25 때 선생님, 몇 살이셨어요?
◆ 김훈> 저는 그때 3살이었어요. 그때 1. 4 후퇴 때 영하 10도였다는데 우리 어머니가 우리 사남매를 데리고 그 젊은 어머니가 어떻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는지를 나는 모르겠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 피난 기차 이야기를 아주 절절하게 묘사해 놓으신 걸 제가 본 기억이 있어요.
◆ 김훈> 그거는 우리 아버지가 얘기를 해 주신 것이죠.
◇ 김현정> 부자들은 그 기차 객실에 피아노하고 셰퍼드까지.
◆ 김훈> 요강까지.
◇ 김현정> 요강까지.
◆ 김훈> 개집 싣고.
◇ 김현정> 가난한 자들은 그 기차 지붕에 매달려서 떨어져 죽고 으스러져 죽고.
◆ 김훈> 바람에 날려서 죽은 애들도 있고 그 기차가 그렇게 터널을 지나갈 때 터널 천장에 철근 구조물이 늘어져 있잖아요. 거기 머리 부딪쳐서 죽은 애들도 있어요.
◇ 김현정> 그때는 전쟁으로 인한 야만의 시대인데. 그러면 코로나, 기후 변화, 어떤 재앙으로 인한 야만의 시대가 또 올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김훈> 우리가 야만의 시절을 벗어나려면 고통분담밖에는 길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본 역사적 경험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코로나 같은 고통이 닥쳐오면 그것을 분담할 수 있는 그 능력이 작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나는 많은 의문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역사적 경험이 없는 것을 우리가 하기에는 좀 어렵거든요.
◇ 김현정> 쉽지 않죠, 쉽지 않죠.
◆ 김훈> 그런데 코로나 극복의 문제는 나는 오직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를 우리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느냐 하는 그 운명이 거기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김현정> 지금 생명안정시민넷이라는 단체에 공동대표를 하고 계시죠. 생명안전시민넷 어떤 곳인가 하면 노동 현장의 안전문제를 다루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밸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 씨 같은 이런 노동자의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된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곳인데 고 김용균 씨 같은 그런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가 나서서. 뭐 권력자가 나서서 개입하지 않는 한 훨씬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얘기잖아요.
◆ 김훈> 그렇죠, 김용균 그분이 돌아가신 다음에 김용균법이 제정이 됐잖아요. 그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나 권력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에요. 김용균 어머니가 그 아들을 잃고 쓰러져서 울고 있던 그 여성 분이 국회고 청와대고 울면서 밀어닥치고 들어가서 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나가면서 그걸 한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다 봤기 때문에 알아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그 법을 겨우 해 놨는데도 그 법이 제정된 다음에도 똑같은 비극이 거듭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아니, 코로나 같은 재앙이 닥치기 전에도 그 사회적 약자들은 그렇게 고통 속으로 내몰렸는데 이제 코로나가 닥치고 나면 그게 고 김용균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흔히 중산층이라고 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 사람들에게도 다 닥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 김훈> 코로나는 지금 이제 사회 계층에 관련이 없이 다 발생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쨌든 사회적인 약자를 타격할 것은 틀림이 없어요.
◇ 김현정> 틀림없죠.
◆ 김훈> 가령 노숙자라든지 어떤 불우시설 같은 데 수용돼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많아지고 거기서부터 코로나에 걸려서 또 헤어나오기가 힘든 것은 틀림이 없는 것이죠. 이것은 산업재해 문제하고 거의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거기서부터 가장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해서 결국은 점점 우리에게도 뭐,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문제가 될 거고 그 고통을 분배하는 능력이 정치지도자에게 필요하다는 그런 말씀, 소설가 김훈 선생,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6월에 내신 신작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여기서도 시대적 배경이 야만의 시대 아니에요? 야만의 시대.
◆ 김훈> 거기 소설은 어떤 특정한 시대나 공간이 없는 거예요. 그 특징은 문명, 야만, 이런 것이 다 뒤엉켜 있고 논리라든지 윤리 같은 것이 인간에게 발생하기 이전에 그 무서운 혼돈과 무질서 또 거기서부터 이렇게 벗어나려는 말, 생명체들의 노력과 좌절, 그런 것들을 그려놓은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책에는 못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깐 설명드리자면 두 나라가 등장을 합니다. 초나라, 단나라. 서로 전쟁을 벌여요. 그런데 거기 이제 장수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장수들이 탄 말, 말들의 시각으로 상당 부분이 기술이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말의 시각을 생각하셨어요, 선생님?
◆ 김훈> 선택한 것은 우선 글 쓰는 내가 편안해지기 위해서였어요. 인간으로부터 벗어나잖아요? 글쓰기가 좀 편해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김훈> 말이니까.
◇ 김현정> 동물이니까, 짐승입니까?
◆ 김훈> 마음대로. . . 그래도 마음대로 쓴 것은 아니에요. 나로서는 쓰기가 자유로웠어요.
◇ 김현정> 굉장히 특이했어요. 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그 말이 태우고 싸우던 장수들이 다 죽어요, 전쟁 벌이다가 서로 죽이고 죽고 하다가 다 죽고 그 말 두 마리만, 그러니까 서로 적군이었던 그 말 두 마리만 남습니다. 거기서 얘기하고 싶으셨던 건 작가의 생각은 뭘까요?
◆ 김훈> 그 혼돈과 무질서로부터 그 생명을 가진 생명체가 결국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말들이 거기서 벗어날 때는 이미 그 폭력에 의해서 완전히 망가진 상태예요, 말들이. 망가져서 죽기 직전에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죠.
◇ 김현정> 아니, 이거 코로나 생각하면서 쓰신 거 아니잖아요.
◆ 김훈> 코로나는 생각을 안 하고 썼는데.
◇ 김현정> 저는 비슷한 맥락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책을 딱 덮고 나서 이야, 인류에 재앙이 닥치면 이렇게 다 죽는 데 우리가 뭘 그 안에서 네 편, 내 편 가리고 아웅다웅 싸우고 죽이고 죽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 김훈> 그렇죠, 그런데 그런 것은 인간이 목숨이 연대돼 있다는 의식을 조금씩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로
◇ 김현정> 갖게 되는 것 같아요,맞습니다. 맞습니다.
◆ 김훈> 인간의 밥그릇이 서로 다 연대돼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에요.
◇ 김현정> 밥그릇이 연결돼 있다.
◆ 김훈> 지금까지는 이것이 다 먹이사슬 있잖아요. 먹이사슬에 여러 단계가 있죠. 최상위부터 하위까지. 이 단계마다의 관계가 완전히 적대적이었어요. 네가 먹으면 내가 못 먹고, 이런 식으로 이제 최고 위에서부터 원청, 하청, 재하청, 3차 하청까지 이렇게 서로 의존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것이 아니고 완전히 적대적인 관계로 구성이 되어 왔던 거예요.
◇ 김현정> 네 밥그릇, 내 밥그릇 따로 있어요.
◆ 김훈> 그런데 이런 적대적인 먹이사슬의 관계에 대한 반성의 싹이 이런 코로나의 비극을 통해서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든지 상호의존적으로 만들어야 되잖아요. 밥그릇이 서로 의존하고 있구나.
◇ 김현정> 참 좋은 말씀이네요. 밥그릇이 서로 연결돼 있다.
◆ 김훈> 이런 재난을 계기로 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좀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뭐냐면 삶에 대한 어떤 경건한 태도 같은 게 있어요. 우리가 이걸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사람을 대할 때도 경건한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좀 경건하게 대하는 태도, 이런 게 없어요.
◇ 김현정> 하여튼 이번 일을 계기로 코로나가 참 우리에게 재앙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삶의 소중함, 인간의 소중함, 우리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이 나날의 소중함을 깨닫는 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진짜 그러고 보니까 좀 깨달아가고 있어요, 하루 하루가 좀 무섭게 다가오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 김훈> 오늘도 코로나에는 안 걸리고 살아간다는 시간의 그 소중함을 알게 되죠.
◇ 김현정> 맞는 말씀입니다. 그, 아, 오늘 긴 인터뷰가 아니었는데 저는 상당히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잃는 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이 기회를 통해서 얻는 게 분명히 있구나 잘 이겨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 김훈>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작가 김훈 선생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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