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 씨 “잡글인데 상을 받다니, 기분 좋아요”‘동시마중’ 작품상 받고 생애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소극장 콘서트 ‘수요동화’ 진행중… “어쩌다 가수, 말빚 갚으려..
참 좋아하는 가수다. 디제이다. 연기자다. 물론 영화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충격이었다. 닥터는 호러 장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집도 냈다. 사실 놀랄 것도 없는 것이 옛날부터 동화같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고, 동요도 많다. 자녀와 조카들을 때문에 더 그랬지 않았을까?
임희윤 기자는 아침창에 매주 나와 코너를 같이하는 기자다. 목소리는 살집이 좀 있을 것 같았는데, 생김새는 상상과 달리 호리호리했다.
김창완 디제이와 주고받는 얘기가 너무 재밌는, 합이 잘맞는 기자다. 그래서 기사도 썼나보다. 김창완 전담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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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 수상작으로 뽑힌 가수 김창완 씨의 동시 ‘칸 만들기’(왼쪽 사진). 김 씨는 이 작품과 ‘소 그리기’ 등 동시 51편을 다음 달 3일 내는 첫 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에 담았다.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가수 겸 연기자 김창완 씨(65·사진)가 생애 첫 시집을 낸다. 다음 달 3일 출간하는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이다. 김 씨는 여기 실릴 동시 ‘칸 만들기’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 수상자도 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23일 열린다.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김 씨는 수상 소감을 묻자 아리송한 동시 같은 말을 읊었다. 특유의 동자승 같은 웃음을 지으며.
“사실 요즘 어른하고 아이하고 구분을 못 하는 세상인데, 제가 쓴 동시에 상을 주신다니, 허리띠 맨 기분입니다. 위아래 구분을 만든 것 같아 기분 좋아요. 허허허.”
1977년 그룹 ‘산울림’ 멤버로 데뷔한 김 씨는 음악, 연기, 글쓰기를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각별해 1979년 ‘개구장이’가 실린 ‘어린이에게 보내는 산울림의 동요선물 제1집’ 이후 ‘산할아버지’ 등 직접 지은 동요 음반을 여럿 발표했다.
“동시를 쓴 지는 10여 년 됐어요. 생각나는 대로 끼적인 거라 ‘이게 잡글이지 뭐’ 하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간혹 문자메시지로나 보내고 잊었죠.”
이 ‘잡글들’을 본 박철 시인이 국내 유일의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추천해 2013년 ‘할아버지 불알’ 등 5편을 실으며 김 씨는 “본의 아니게” 등단했다.
김 씨가 최근 여는 콘서트 제목에도 ‘동화(童話)’가 들어간다. 3월에 시작한 소극장 통기타 연속 콘서트 ‘수요동화’. 5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여는데 10회분 입장권이 모두 동났다. 전기기타 사운드를 배제하고 순정한 통기타 화음과 목소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무대.
“수요동화의 ‘동화’는 동시나 동요와는 달라요. 배우로서, 가수로서 제가 대중 앞에 입고 있던 동화 같은 판타지를 오히려 벗어보겠다는 거죠.”
김 씨는 “‘저는 그냥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됐어요’라는 말을 43년간 했다”며 “이제 와 그 알량한 말빚을 갚으려 바닥부터 해보자며 시작한 게 이번 공연”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김창완 음악의 중추에도 동시처럼 간결하고 단순한 감성의 엔진이 있다. 스스로도 “1, 4, 5도의 3화음, 몬드리안의 추상작품 ‘구성’ 같은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시집에 실린 시 한 편을 보여줬다.
‘늙은 가수가 걸어간다/남루한 힛트곡을 입고/새옷을 입자니 몸이 불편하고/벗어버리자니 날이 춥다’(김창완 시 ‘늙은 가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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