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숱한 엉터리 수사 지시 소송 걸리니 ‘당부’라며 책임 회피 두 장관이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주기 바란다 검경 지도부는 조직의 명운을 걸라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사실을 가리라
제왕적 대통령이 전체주의 국가를 다스리고 있다. 뭔지도 모를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은 이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과 정의로 세상이 살기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저버린지는 오래다.
그냥 그렇거나, 더 나빠졌다는 것이 민심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통령은 모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분산해뒀고, 알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의 수장이기만 하면 된다.
인기가 될만한 것에만 얼굴을 내밀어 자신이 다한 것처럼 꾸미려다보니, 여기저기서 이상한 징후가 보였고, 급기야는 법무부장관인지, 검찰총장인지, 수사반장인지 알 수 없는 주문도 포퓰리즘에 매몰되어 마구 해대는 것이었겠다.
수사 결과는 혐의 없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민심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가? 지지자들이 많았을 때는 민심이 옳고, 지지자가 떠나가면 민심이 그르다 할 문통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보인다는 얘기다.
이젠 레임덕에, 싸질러놓은 것에 대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때 가서야 공정과 정의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05/13/HT5ZENXYJ5ETVEQUSGAEEZKXW4/
조선일보
입력 2021.05.13 03:24 | 수정 2021.05.13 03:24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의 수사 지시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니라 당부였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무턱 댄 수사 지시로 피해를 입었다는 야당 의원의 5억원대 민사 소송에 직접 대응한 것이다. 쟁점인 ‘특정 사건 수사 지휘’를 부인하며 “당부”라는 말을 4번이나 썼다. 당부는 부탁이란 뜻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3개 사건에 대해 “(법무·행안부) 두 장관이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검경 지도부는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도 했다. 명운을 걸라는 건 조직의 존폐와 수장 자리를 걸라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사실을 가리라”는 말까지 했다. 공소시효를 사실상 무시하라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왕조 시대 ‘어명’처럼 된다. 정치적 겁박이나 다름없는 지시를 해놓고 어떻게 ‘당부’라는 궤변을 하나.
문 대통령의 지시 닷새 만에 정권 사냥개 검사들이 김학의 전 차관을 불법 출국 금지했다. 무혐의 처리된 사건 번호와 가짜 내사 번호를 붙이는 수법을 썼다. 김 전 차관은 처음 수사 대상이던 성폭행 의혹이 아닌 별건 수사로 수감됐다. 장자연 사건은 희대의 ‘후원금 사기극’만 남겼다.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경찰들도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무리한 수사들은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없었다면 검경이 애초 착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특정 사건 수사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방산 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뿌리를 뽑으라”고 했다. 2018년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규명을 지시했다. 심지어 해외 순방 중에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을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밝히라고도 했다. 그런데 방산 비리의 주요 혐의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야당 의원이 무죄를 받았다. ‘갑질 의혹’은 무혐의였고 계엄령 문건은 204명을 조사했지만 전원이 무혐의 또는 무죄가 됐다. 대통령이 밝히라고 했던 쿠데타 모의 증거는 없었다. 대통령 하명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등 비극도 잇따랐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가 없다. 사람으로서 이럴 수가 있나.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만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지시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그 수사가 무혐의나 무죄로 끝날 경우 돈을 물어야 하는 민사 소송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통령이라도 민사 소송 대상은 된다.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숱한 수사 지시를 ‘당부’라고 하는 건 민사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통령 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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