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정이 있어서 일찍 퇴근을 했다.
아내를 부축하며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 과일 가게에서 수박을 살까 했다.
그런데, 왠지... 비쌀 것 같은 생각에 값을 물어보지도 못했다.
서둘러 집으로 가는 바람에 약을 사지 못하고 와버렸다.
그래서 다시 약을 사러 시장을 지나가는 길에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수박을, 복숭아를 살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좀 큰 놈이 2만5천원이란다... (헐~)
그래서 비도 오니까, 2만원에 팔겠다고 한다.
골목 돌아서면 있는 가게에서는 1만6천원이라고 가격을 붙여뒀던데,
여기는 강원도 거라서 맛도 좋다고 한다.
잘못 사면 못먹는다고 말하며 자신있게 호객(?) 멘트를 날려댔다.
(쉬지 않고... 상냥한 듯, 후리는 듯...)
너무 비싼 나머지, 뒤돌아 서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쫌생이 같은 남편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은 듯...
그냥 오라고 복귀 명령을 내린다. (나름 상냥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순간, 밖에서 놀라운 소리가 들린다.
"수박이 왔어요! 강원도 xxx 수박이 왔어요! 1덩이 6천원, 만원... 주절주절~"
"헐~"
아내는 다시 나를 밖으로 급파했다.
난 치웠던 지갑을 냉큼 집어들고, 명령을 받들어 뛰쳐나갔다.
수박 파는 아저씨는 차를 돌리다 말고,
얼른 짐칸으로 올라탔다.
그러고는 식구가 많으면 작은 걸로 2덩이를 사면 1만원에 해주겠다고 한다.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집 식구 많은 거?"
하면서 작은 거 2덩이를 1만원 주고 샀다.
좀 전에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아쉽게도 약간 떨어졌던 흔적이 있긴 했지만서두...
당도는 장난아니게 맛있었다.)
아저씨는 몇덩이 남지 않은 걸 우리 동네에서 털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뎬마"인지 하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내린 비 덕분에
좀 선선한 데다가
값싸고 맛좋은 수박을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나 할까...
완전 서민의 여름 나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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