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곡성 성폭행범 누명사건, 경찰책임없나? 11개월 옥살이 딸 직접 누명 벗겨 진범 직접 찾아내 수사 과정 허점 발견 수사기관 법원 사과 표명 없어 국가배상청구도 기각 배상 기준?
나라를 믿고, 법을 믿고 살고 있는 소시민들, 선량한 국민들이 법때문에, 경찰의 태만 때문에,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누명으로 무고한 옥살이를 했는데, 그걸 국가 책임이 아니라고 하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법관이, 판사가, 편호사가, 검사가,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해보시라.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법대로 했으니, 기분 좋게 옥살이를 할텐가?
억울함을 호소하게 만드는 나라가 정말 제대로 된 나라인지 묻고 싶다.
심문고를 만들어서 불만을, 억울함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나?
정상적인 법체계에서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라 생각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분노했다. 그지같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놓은 분들에게 욕거지를 해주고 싶다.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는 시간. 탐성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뭔가요?
◆ 손수호> 지난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가정, 직장, 삶 등 모든 게 파탄 났다. 수사기관은 사과하라. 수사 책임자 처벌하라." 현재 2만 명 가까이 동의했어요. 바로 작년 12월에 저희가 "곡성 성폭행 누명 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전해 드린 바로 그 사건입니다.
◇ 김현정> 맞아요. 한 남성이 성폭행범 누명을 쓰고 무려 11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는데 딸이 나서서, 딸이 직접 발로 뛰어서 그 누명을 벗긴 그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그 딸이 수사기관에 책임을 묻는 내용의 청원 글을 올린 겁니다. 억울하게 옥살이 한 아버지가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했는데 패소했습니다. 불복해서 항소한 상태인데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자, 이번 사건의 개요부터 다시 한 번 짚어보죠.
◆ 손수호> A씨는 2017년 이웃집에 살던 15세 지적장애인 B양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나는 B양을 본 적도 없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양 일가의 증언 등을 근거로 유죄로 본 건데요. 아버지의 호소를 믿은 딸이 전국을 뒤져서 가출한 B양을 찾아냈어요. 그리고 B양이 2심 법정에 나와서 A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
◇ 김현정> 그때 진범이 고모부였죠.
◆ 손수호> 네. B양의 고모부가 진범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큰 충격을 줬는데요. 그때 이미 A 씨는 10개월 동안 구속된 상태였거든요. 보석으로 풀려난 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때 수사기관들이 A씨를 지목한 근거가 있었잖아요.
◆ 손수호> 피해자 B양의 진술이 핵심 증거였는데요. 하지만 당시 B양의 고모는 실제 범인은 내 남편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남편과 짜고 조카 B양에게 아랫집 A씨한테 당한 거라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거짓 진술이 이루어졌던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당시 수사기관이 B양의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니었을까요?
◆ 손수호> 당시 B양의 거짓 진술에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이 등장했는데요. 특히 그 장소들은 실제로는 고모부에게 성폭행 당한 곳들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진술의 구체성이나 일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측면이 있었죠.
◇ 김현정> 고모부한테 당한 것을 A씨한테 당한 것처럼 말한 거예요.
◆ 손수호> 네. 그래서 수사기관이 속을 만한 점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
체적으로 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경찰이 파악한 첫 번째 범행 장소는 바로 피해자의 집 안이었어요. 그리고 범행시각은 피해자가 혼자 있던 오후였고요. 그런데 A씨는 당시 직장을 다녔어요. 출퇴근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또 직장 CCTV가 있어서 확인하면 됐거든요. 그런데 이곳을 찾아가지 않았어요.
◇ 김현정> 기본이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 손수호> 그뿐만 아니라, 두 번째 장소는 바로 인근에 있던 모텔이었는데요. 공소장에 따르면 A씨가 피해자를 강제로 차에 태워서 이 모텔로 데리고 와서 성폭행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 모델 CCTV 역시 확인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기본이잖아요. CCTV 돌려보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것도 확인도 안 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경찰은 왜 안 했다고 합니까?
◆ 손수호> 우선 전화 통화를 통해 어떤 남성이 B양과 함께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는 건데요. 그게 A씨라고 본 거죠. 당시에는.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A씨가 아니라 고모부였던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잘못 파악한 거죠. 그리고 A씨 직장 CCTV 관련해서는, 보통 영상이 2~3일 정도 지나면 삭제되는데, 그 기간이 이미 한참 전에 지났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사실 알고 보니까 그 영상은 저장 기간이 4개월이었습니다.
◇ 김현정> 잘 납득이 안 되네요.
◆ 손수호> 그 뿐만 아니었고요. B양을 모텔에 강제로 데려가려고 차에 태운 지점 근처에 대형교회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CCTV 카메라가 있었어요. 경찰이 이것도 확인 안 했는데요. 이 경우에도 저장 기간이 2, 3일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 교회 CCTV 역시 저장기간은 4개월이었습니다.
◇ 김현정>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도 CCTV 저장 기간 몇 개월 되는 거를 아는데 경찰이 2, 3일이었다고 생각하고 확인 안 했다는 것부터 이해가 안 가는데요. A씨 가족은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게다가 B양의 당시 진술을 보면 피해 장소나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수차례 바뀌는 게 확인되거든요. 여기에 관해서 경찰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는 혼동할 수 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고경민 기자
◇ 김현정> 자, 결과적으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한 건데 경찰의 지금 입장은 뭡니까?
◆ 손수호> 일단 공식적인 반성이나 사과는 아직 전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A씨 가족들에 따르면, 오히려 경찰은 A씨가 당시에 더 강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건데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손수호> 정말 억울했으면 그때 더 강하게 억울하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말로 이해됩니다.
◇ 김현정> 무죄였으면 더 무죄라고 주장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 손수호> 네. 만약 실제로 경찰이 A씨 가족에게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면,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런데 실제로 A씨가 무죄 주장을 약하게 했어요?
◆ 손수호> 그렇지 않았습니다. 강하게 했죠. 억울하게 누명쓰고 구속된 상태에서도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B양 측과 절대 합의하지 마라. 지금 구속돼 있는 상황이지만, 억울하게 누명 쓴 것이니 절대로 합의하면 안 된다. 이런 말까지 했거든요. 그리고 아버지의 말을 믿은 딸이 사실상 진범을 스스로 잡아온 거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가 잘못 진행된 책임을 A씨한테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가족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렇네요. 그럼 검찰은 뭐라고 합니까?
◆ 손수호>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사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수사 과정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런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A씨는 징역 6년 실형을 받고 11개월 옥살이를 하다가 나온 건데 그 진범 고모부, 고모부는 어떤 처벌을 받습니까?
◆ 손수호> 조카를 성폭행한 것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A씨에 대한 무고 교사까지 했어요.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죠.
◆ 손수호> 고모부는 당연히 유죄 판결 받았습니다.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이고요. 그런데 A 씨 딸의 이번 청원 글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만약 제가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러 곡성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아버지는 1심에서 내려진 6년형을 억울하게 다 살았을 겁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 김현정> 고모부한테는 왜 징역 2년 6개월 형밖에 안 나온 거예요?
◆ 손수호>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했는데요, 늦게나마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범행이 똑같다고 해서 사람마다 똑같은 형이 나오는 거는 또 아니군요?
◆ 손수호>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그 후 무고 교사 사실까지 보면 고모부의 범행이 A씨가 썼던 누명보다도 더 중한 범죄로 보이기는 해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딸이 올린 청원의 다른 내용도 좀 살펴보죠.
◆ 손수호> 네. 제목은 "경찰과 검찰의 대충하는 수사로 한 가장을 1년 가까이 감옥살이 시키고도 사과 한마디 못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분 소개해 드리면요. "제가 이렇게 1년 동안 자료를 모았다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서 저보다 더 빨리 자료를 모을 수 있었을 텐데, 가만히 손 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과연 그들을 믿고 살아야 하는지, 나라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한순간에 무너진 아버지의 인생과 가족들의 삶은 도대체 누가 보상해 주나요? 허술하게 유죄 추정 방식으로 수사한 수사기관을 처벌해 주십시오."
◇ 김현정> 그래서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그런데 패소했습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우선 억울하게 옥살이한 부분에 대해서 형사 보상은 받았습니다.
◇ 김현정> 보상은 받았어요.
◆ 손수호> 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국가가 잘못했다면서, 국가 상대로 1억 9,000여 만 원 지급하라는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패소했습니다.
◇ 김현정> 패소한 이유는 뭡니까?
◆ 손수호> 이런 경우에는 대법원의 판례가 중요한데요. 우선 수사기관의 책임에 관해서 보면요. 수사기관인 경찰이나 검사는 사건을 조사하고 증거를 종합해서 혐의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걸 중요한 전제로 봅니다. 그게 임무라는 거죠 그래서 수사기관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봐서 그 피의자에 대한 유죄 판결 가능성이 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혹시라도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귀책사유 없다. 다만 그러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한하여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이렇게 굉장히 좁게 봅니다.
◇ 김현정>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여야 잘못이다.
◆ 손수호> 엄격하게 보는 거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수사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수사 기관이 법령이나 법규상 또는 조례상의 한계를 위반해서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 김현정> 아니, 물론 형사가 신은 아니죠. 경찰이 신은 아니죠. 다 맞혀야 하고 못 맞히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거는 아닌데요. 하지만 지금 이 사건에서는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고 또 중대했기 때문에 얘기하는 건데요. 그럼 1심 재판에 관해서는요?
◆ 손수호> 1심 판결은 결과적으로 틀렸습니다. 이런 법원의 오판, 오심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있어요. 법관이 행하는 재판 사무는 특수하고, 또한 재판 결과가 잘못되면 불복해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재판이 설령 법령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곧바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그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를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 김현정> 어렵네요.
◆ 손수호> 요약하면, 설령 오판을 했다 하더라도 판사의 책임 인정 여지를 대단히 좁게 보는 겁니다.
◇ 김현정> 조금 쉽게 말하면, 거의 일부러 그렇게 한 수준이 아니라면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 뭐 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요?
◆ 손수호> 네. 그래서 이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가 결론적으로는 오판을 했지만, 위법하고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 김현정> 상당히 보수적으로 본 거네요.
◆ 손수호> 이러한 법원의 판단과 또 그 근거가 된 대법원 판례를 평가해봐야 할 텐데요. 우선 큰 틀에서 그 방향부터 언급한다면, 잘못됐고 고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변호사로서 개별 사건을 전망한다면,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이렇기 때문에 이걸 깨고 이번 사건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희망 찬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100번 양보해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법원이 보수적일 수 있다 치지만,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성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그거는 완전히 고의로 일부러 무죄를 유죄로 만들었다, 이거를 입증을 해야 되는 거예요? 반성을 얻어내려면? 막 지금 억울한데?
◆ 손수호> 일단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반성과 사과는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또 해야만 하고요. 이번 사건에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지금 전혀 미안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하면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 할 수도 있고요. 또는 사과하면 그게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때문에 그게 부담스러워서 못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문제되는 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잖아요? 따라서 도의적 사과와 법적 책임은 구분해야 하겠죠.
◇ 김현정> 그건 그렇겠네요.
◆ 손수호> 그런데 법원이 굉장히 좁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수사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건가요?
◆ 손수호> 우선 첫 번째,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죠. 이태원 살인사건.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당시 용의자 패터슨에 대한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됐는데도 검사가 출국정지 연장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도주할 수 있었죠. 그러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법원이 검사의 과실을 인정했고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됐죠.
◇ 김현정> 또 있죠.
◆ 손수호> 이번에도 검사의 잘못인데요. 검사는 객관의무를 집니다. 검사는 범죄자를 찾아서 유죄 판결 받도록 하는 임무도 있지만, 죄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죄가 없다는 것을 또 증명할 필요도 있어요. 공익의 대변자이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무죄 증거를 숨겼습니다. 강도가간 피해자가 있었는데요. 그 피해자가 증거로 자신의 팬티를 제출했어요. 국과수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요. 그런데 검사 결과,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도 아니고 또 남편도 아닌 제3의 남성의 유전자형이 나온 겁니다. 그렇다면 이거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런데 검사가 그런 내용의 감정서를 받았음에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숨겼습니다. 그래서 1심에서 유죄 판결 나왔거든요. 이후 무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검사가 감춘 사실이 드러났고,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어요. 이렇게 무죄의 증거를 숨긴 검사 사건입니다.
◇ 김현정> 이건 고의였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 경우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됐어요.
◇ 김현정> 또 있나요?
◆ 손수호> 운동화 때문에 억울하게 음주운전자가 돼버린 사건인데요.
◇ 김현정> 이거는 어떤 사건입니까?
◆ 손수호> 한 남성이 친구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친구가 술을 마신 상태였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형트럭과 충돌해서 사망했는데요. 그때 경찰이 사고 현장에 갔다가 도로에 떨어져있던 동승자의 운동화를 주어서 사고차량 운전석에 갖다 놨어요. 이후 수사와 조사가 이뤄졌지만 운동화가 중요 증거가 돼서 동승자였을 뿐인데 음주운전자가 돼버린 겁니다. 무려 5년 후에 사실이 밝혀졌어요. 동승자는 5년 동안이나 억울하게 음주운전자 가해자가 되어 있었던 거죠. 이때도 유족이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해서 이겼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떤 거는 확실하게 고의성이 보이는데 어떤 거는 좀 애매한 것도 있고 그렇단 말입니다. 그럼 다시 우리 사건으로 돌아오죠. 재판부는 정말 책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경찰과 검찰의 수사내용을 보고 허점 발견해서 제대로 판결해야 되는 게 재판부 몫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손수호> 당연합니다. 법관은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게 의무죠. 그래야 사법 신뢰가 가능하고요. 그러니 법관이 오판을 하면 손해배상 책임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하지만 냉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과연 득이 더 많겠느냐, 또는 실이 더 많겠느냐. 따져봐야 하는데요. 최근 변화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법관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면책했습니다. 잘못했어도, 법관이 오판했어도 손해배상책임 묻지 않았던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하면 법관들이 책임감을 덜 갖지 않을지 걱정스러운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관에게도 본인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더 신경 써서 판단하고 오판이 줄지 않겠느냐는 거죠.
◇ 김현정>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는데요.
◆ 손수호> 맞아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어요. 수사도 인간이 하고, 재판도 인간이 하는 겁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어요. 그 결과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요. 인간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잘못은 벌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한 분쟁과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고의든 과실이든.
◇ 김현정> 그건 그렇죠.
◆ 손수호>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편의 국내외 논문을 정리해보면 이래요. 정직하지 못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법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면서 법관의 소신이나 독립성의 일부 제한을 감수할 것이냐. 아니면 법관을 손해배상 책임에서 보호해서 소신 있게 직무 수행하게 보장해주되 잘못된 재판으로 입은 피해 배상 가능성을 포기할 것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것이 사회적으로 더 낫겠느냐. 이런 현실적인 선택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법관을 여러 건의 소송과 책임 추궁에 노출되도록 두는 것보다는 보호하는 것이 더 득이 아니겠느냐는 거죠.
◇ 김현정> 득실을 따졌을 때.
◆ 손수호> 그래서 우리나라도 지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판사의 잘못된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긴 합니다. 봉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요건은 극히 제한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즉,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하되 극히 제한적으로 보는 겁니다. 지금 말씀드린 여러 고민들이 이런 판례의 배경에 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손수호> 다만 그냥 쉽게 넘어가면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사법부가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자기 식구인 법관들의 법적 책임 가능성을 확 줄여 놓은 거 아니냐. 자기 식구 챙기기 아니냐. 자신들이 입을 위험 가능성을 본인들이 좁게 만든 거 아니냐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했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책임 인정 범위가 너무 좁은 거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해요. 책임져야 하는 게 마땅한 상황임에도 법관이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이미 세상이 바뀌었는데, 경찰, 검사, 법관의 손해배상과 국가배상 관련해서는 너무 예전 기준이 유지되는 거 아니냐.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네요. 정말 우리가 생각해야 될 지점을 많이 남기는 사건이네요. 관심 가지고 사건 마무리까지 잘 살펴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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