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에 대한 광고를 가끔 보게 된다.
아마도 처음 새주소를 사용한다고 했던 것도 10년은 더 넘은 것 같다.
길거리마다 이상한 것 처럼 보이는 파랑 간판이 붙어있긴 해도, 그게 뭣에 쓰는 건지, 하기는 하는 건지를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뭔가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 쯤의 일이다.
대만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고,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특정한 회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기사에게 명함의 주소를 보여주자, 잠시 명함을 보고 확인하던 택시 기사는 곧바로 원하는 곳으로 우리 일행을 데려다 줬다. 처음에는 택시기사니 당연히 지리를 잘 알겠지 했다.
그런데, 현지인을 만나 다른 회사를 찾아가는데, 역시나 주소 하나만으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가는 거였다.
이상하다 했는데, 목적지 가까이에 다다른 현지인이 차안에서 창밖을 내다 보며, 뭔가를 확인하는 거였다.
그건 바로, 주소가 적혀져 있는 커다란 번호판....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새주소" 안내판과도 같은 거였다.
현지인이든, 택시기사든, 외지인이든, 주소 하나만 있으면, 그리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시스템만 안다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구조였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뭔가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대만이라면 우리나라와 경제나 인구면에서 뒤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뭔가 시스템이 우리가 더 낙후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전 세계의 IT 공장이 중국으로 집중되기 직전이어서, 저렴하고, 기술이 없어도 되는 것은 중국에서, 고급 IT 제품들은 대만에서 제조하여 전세계에 판매되던 시절인지라... 당시에는 겨우 삼성이 메모리로, 반도체로 명함만 내밀던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새 주소가 나오면서 이제는 달라질 걸 기대하니, 그나마 속이 후련하다.
우리의 아들 딸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기는 거다.
하지만 암울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몇십년 전에 이미 갖춰진 시스템이었는데, 그걸 바로 잡고, 배끼는 데에도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것이고, 그동안의 불편함을 비용으로 환산시켜본다면 엄청난 금액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안타깝다.
부디... 좋은 시스템은 빠르게 받아들여서 적용시켜서 좋은 효과를 봤으면 좋겠다.
전 세계에서 IT 제품의 테스트 마켓으로 우뚝 입지를 굳힌 우리나라가, 효율적인 새주소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좀 아이러니가 아닌가?
경제는 하늘로 나르는데, 정치, 행정은 점점 뒷걸음치는 건 아닌가 우려를 해본다.
우리 동네다. 이렇게 바뀐다는데....
[최선웅의 지도이야기(22)] 새 주소안내지도
‘강남구 역삼동 740-10’과 ‘강남구 꿈동산길 30호’의 차이
지난 9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어 1996년 김영삼 정권 시절부터 많은 논란 속에 추진되어 오던 ‘도로명 및 건물부여사업‘이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됐다.
흔히 ’새주소 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현행 지번방식의 주소체계를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결합한 서구형 주소체계로 바꾸려는 사업이다. 그래서 요즘 길거리나 주택가 골목길에서 ’○○로‘, ’○○길‘이라는 도로표지판과 건물마다 붙어 있는 낯선 번호판이 쉽게 눈에 띄는데, 이것이 새주소 사업에 의해 부여된 새로운 주소다. 이 방식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강남구 역삼동 740-10‘이라는 주소가 ’강남구 꿈동산길 30호‘로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소체계는 1910년 강압적 한일늑약에 따라 일제가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벌린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에 의해 지적제도가 확립되면서 토지의 일정한 구획을 표시한 지번체계가 그 뿌리가 됐다. 따라서 주소체계도 지적공부에 등록된 토지 소재 즉 시?도, 시?군?구, 읍?면, 동?리의 행정구역 명칭과 지번으로 구성되어 행정구역 단위별로 표시하게 됐다.
그러나 이 지번방식은 인구증가에 따른 주거지의 확장과 도시의 팽창 등으로 지번이 분할되거나 합병되어 그 체계가 무질서해졌다. 예를 들어 하나의 지번에 많은 가옥들이 들어서 있거나 한 건물에 여러 지번이 걸쳐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번의 배열이 순차적으로 되어있지 않고 하나의 본번에 수백 개의 부번이 존재하거나, 서로 인근한 지역이 완전히 동떨어진 지번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 주소로서의 기능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주소체계의 문제점과 불합리성을 해결하기 위해 1996년 7월 청와대 국제경쟁력강화기획단에서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 방안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동년 11월 내무부(현 행정자치부)에 실무기획단을 설치하여 1997년부터 서울의 강남구를 비롯 안양시, 안산시, 청주시, 공주시, 경주시 등 6개 지역에 대한 유형별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골목길마다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무려 961개의 길 이름이 생겨 오히려 혼란을 부추겨 시행착오를 겪고 말았다. 당초 이 사업은 2009년 완료를 목표로 총 사업비 2,771억 원의 규모로 추진됐으나 현재 사용한 예산만도 2,000억 원에 달하고, 사업 완성은 5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 시민단체들로부터 실효성 여부와 예산낭비라는 비판 여론에 부닥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과 미주 지역의 대부분의 국가들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의 국가에서도 지적제도와 주소제도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주소제도는 거의 도로명에 의한 주소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지번제도를 사용해왔던 일본은 1962년에 주거표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도로명제도와는 다른 블록방식에 의한 주거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이의 시행에 있어 외국의 각종 사례를 연구했으나 일본의 도시현상, 사회생활의 실태, 행정상의 편의, 도시발전의 방향 등을 고려하여 주거표시제를 채택하게 됐다.
도로명주소법 제9조(안내도의 작성?제작?배포 등)는 시장 등은 기본도를 이용한 안내도를 제작?배포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도로명 부여사업이 완료되어 주민들이 실생활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지도를 제작하려면 우선 상세한 기본지도를 먼저 제작해야 한다. 기본지도는 1:1,000이나 1:2,000 수치지도를 이용해 작성하며, 수치지도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은 약식 현황도를 이용해 지도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기본지도에는 행정구역 경계 및 명칭, 도로 구간별 기점과 종점, 도로명 기초번호, 건물에 대한 주 출입구, 건물번호, 지번, 지목, 주요 건물명 등이 표시된다. 기본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새 주소안내도를 작성해야 되나 시?군?구 행정단위로 한 장의 지도를 만들려면 용지 크기의 한계 때문에 축척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에서 배포한 지도는 국전지 크기에 축척이 1:8,000인데 비해 면적이 넓은 청주시의 경우는 같은 종이에 축척이 1:27,000이나 되어 건물번호는커녕 소로나 골목길의 명칭조차 표기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도시의 도로망은 새로 개발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도로망이 불규칙하고 짧은 구간으로 끝나는 도로가 많아 길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고, 지역별로 도로명이 중복되어 해당 지역의 주민들조차 생소한 도로명이 너무 많아 현행 주소체제에 익숙한 주민들이 새 주소방식에 적응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령 지금의 주소로 강남구 역삼동만 알아도 서울의 어느 쪽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으나 동 이름 없이 ‘강남구 꿈동산길’하면 지도 없이는 그 위치를 알 길이 없다. 설령 지도가 있더라도 먼저 색인에서 길 이름을 찾고 다시 지도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는 현재까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도로명 부여사업을 합리화하기 위해 현 주소체계가 도로명 주소로 바뀌면 위치정보를 통한 도시교통의 혼잡을 완화할 수 있고, 범죄나 화재신고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으며, 외국에 비해 뒤쳐졌던 택배, 퀵 서비스 등 물류유통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도로명 주소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위치정보의 기본 데이터베이스로 20조 원의 가치를 자지며, 택배, 우정, 배달산업의 물류비 절감을 통해 연간 2,7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놓으며 도로명사업을 추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위치정보는 세계측지계에 의해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됐다.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세계측지계 정보화가 진전되면 행정구역 단위의 주소체계나 도로명 및 건물번호에 의한 주소체계가 아닌 세계측지계에 의한 좌표체계가 주소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구상에서의 경위도 좌표는 세계 어느 곳이나 중복됨이 없이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국명이나 도시명이 없이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찾고자 하는 곳의 좌표를 휴대 단말기에 입력만 하면 지도 없이도 어느 곳이든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명함에도 주소 대신 경위도 좌표가 기재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이 어렵사리 입법됐지만 유비쿼터스 사회를 지향하는 작금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도로명 부여사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
2012년 주소가 새롭게 바뀝니다
평택시는 오는 2012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새주소(도로명주소)에 대한 정확성 확보 및 시민이해를 높이기 위해 2010년 11월까지 통․리장이 건물 점유자를 직접 방문해 새주소(도로명주소) 예비안내를 한다.
도로명주소는 도로에는 도로명을 부여하고 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건물번호를 부여, 도로명 및 건물번호에 의하여 표기하는 주소로 위치 찾기가 매우 편리한 주소방식이다.
도로명 부여방법은 도로명(대로,로) + 기초번호(왼쪽 1,3,5번길, 오른쪽 2,4,6번길)방식으로 부여하며, 도로구간 설정을 '서→동', '남→북'원칙을 준수하여 도로구간을 설정한다. 건물번호는 간격을 20m로 통일하여 거리예측이(거리=번호×10m) 가능하도록 설정한다.
도로명주소는 G20 국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주소로서, 본격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 주소제도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시민들의 길 찾기가 편리해지고 물류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대폭 줄어들게 되어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명주소가 궁금하실 경우, 인터넷 검색창에서 '새주소', '도로명주소'를 입력하거나 새주소 홈페이지 http://www.juso.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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