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월 26번…송파구 공무원 ‘수상한 출장’ 사라지지 않았다 관내출장 횟수 서울 25개 구청 중 1위 평균보다 2배 이상 구로구보단 3배 많아 4개 부서 직원 1시간 반씩 하루 2번 출장
놀라운 공무원들이다.
이건 국감으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본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12412.html
[단독] 코로나에도 월 26번…송파구 공무원 ‘수상한 출장’ 사라지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등록 2021-09-23 04:59
수정 2021-09-23 07:23
관내출장 횟수 서울 25개 구청 중 1위
평균보다 2배 이상, 구로구보단 3배 많아
4개 부서 직원 1시간 반씩 하루 2번 출장
목적지 달라도 출발·도착·소요시간 동일
서울 송파구청 공무원들의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송파구청 청사.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휴일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은 휴일에도 집에 있다가 지문만 찍고 다시 (구청을) 나가서, 다시 지문 찍으러 들어옵니다. 구청도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는지 관리가 안 되고요. 국민의 혈세를 그냥 쉽게 타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공무원으로서 자세가 아니다’라고 생각됩니다.”
지난달 13일 <한겨레> 누리집에 접수된 제보 내용이다. <한겨레>가 지난 4~6월 서울 노원구청과 종로구청, 전북 전주시 등의 초과근무수당·관내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을 보도한 뒤 다른 구청 공무원들로부터 “우리도 똑같다”는 내용의 제보가 잇따랐다. 이미 조직 내 ‘관행’으로 굳어진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 역시 같았다. 누리집에 글을 올린 제보자 역시 “내부고발자가 돼서 피해를 봤다는 노원구청 기사를 보면서 제 신상은 공개하기가 힘드네요”라고 밝혔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 1~6월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초과근무·관내출장 실적과 수당 지급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초과근무·관내출장 수당 부정수급은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왔다. 수당이 ‘일하는 사람’을 위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자치구의 초과근무시간, 출장 횟수 등을 비교했다.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공무원들의 업무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확진자 발생 추이가 초과근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도 파악했다.
서울시 전체 25개 구 초과근무시간 및 관내출장 실적을 비교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자치구는 송파구였다. 송파구는 25개구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고, 출장도 많이 다녔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 평균 초과근무가 35시간인 반면 송파구는 53.8시간에 이르렀다. 관내 출장 횟수도 상반기 평균 26.1회로, 25개 자치구 평균 12회보다 두배 이상 많았고, 월평균 출장여비 수령액을 따져도 26만여원으로 가장 적은 구로구(8만원)보다 3배를 넘겼다. 이에 <한겨레>는 추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송파구청 4개 부서(재무과·세무행정과·세무1과·세무2과)의 5월 출장 내역을 입수했다. 공무원들의 ‘일상’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출장의 패턴이 매우 규칙적이고 반복적이었다.
한시간 반씩 하루 두번, 15일 이상 출장
지난 5월3일 오전 9시50분, 송파구청 재무과 직원 ㄱ씨는 ‘용역계약 현황 확인차’ 마천동으로 출장을 갔다가 점심시간을 앞둔 11시20분 구청으로 복귀했다. 왕복 소요시간이 승용차로는 30분 이상, 버스로는 1시간1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오후 2시에도 ‘용역계약 현황 확인차’ 가락동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역시나 한시간 반 만인 3시30분에 구청에 도착했다. ㄱ씨는 5월 한달 동안 이렇게 오전 9시50분, 오후 2시에 1시간30분짜리 출장을 16일 동안 반복했다. 출장 목적지는 매번 바뀌었는데도 출발·도착 시간은 항상 똑같았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제로페이 비즈 등 관련’ 목적으로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각 1시간30분짜리 출장을 보름 동안 매일 다녀왔다. ㄷ씨도 ‘재산관리 관련 업무 추진 등’을 목적으로 오전 9시45분, 오후 1시에 출발하는 1시간30분짜리 출장을 17일 동안 지속했다. 재무과 직원들의 한달 평균 출장 횟수는 30.7번이었다.
이런 행태는 재무과만이 아니다. 세무행정과는 31명 가운데 30명(평균 29.8회), 세무1과 직원 40명 전원(평균 29.8회), 세무2과 직원 48명 전원(평균 27.8회)이 모두 2시간이 안 되는 출장을 하루 두번씩, 15일 안팎으로 다녀왔다. 고액체납자의 재산 실태를 조사하거나, 체납자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출장도 하루 두번, 1시간30분씩 걸렸고, 부서 물품 구입을 위해 한달 내내 하루 두번씩, 한번에 1시간30분씩 관내 동을 순회한 직원도 있었다. 지방세 부과를 위한 개별 주택 특성 조사, 지방재정시스템 점검, 법인카드 사용 확인, 구유재산 이용 현황 조사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장도 ‘1시간30분 남짓’ ‘하루 두번’ ‘15일 안팎’이었다. ‘공무원 여비규정’은 관내(서울시 내부) 출장의 경우 4시간 미만은 1만원, 4시간 이상은 2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5일가량 출장을 가면 출장여비 상한액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재무과·세무행정과·세무1과·세무2과를 통틀어 세무행정과 직원 3명을 제외하곤 4시간 이상 출장은 없었다. 이는 지난 2017년 한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이뤄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송파구청은 2016년 1월~2017년 3월 전체 소속 공무원의 85%인 1263명이 출장시간을 부풀려 출장여비 2억6천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직원들은 부정 수급한 출장여비를 반납했다. 이때 적발된 ‘부풀림’ 수법은 출장을 4시간 이상 가지 않았는데도 4시간 이상 다녀온 것처럼 속여 출장여비를 타내는 것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출장 많다”고?
송파구청 직원들만 이렇게 많이 출장을 다니는 이유는 뭘까? 송파구청 쪽은 “넓은 면적, 많은 인구수, 많은 유동인구수 등 기본적으로 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된 다양한 업무로 출장이 많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4개 부서의 5월 출장 3910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된 출장은 예방접종센터·임시선별진료소 지원근무 7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다른 구청 관계자에게 물으니 “코로나19 감염 전파 우려로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파구는 25개 구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번째로 많은 구다.
송파구청 쪽은 “시간을 일부 다르게 입력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모두 이뤄진 정상적인 출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시간 미만의 출장에 대해선 복명서(출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하는 서류)를 받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에 대해서도 복명서 등 출장 내역 증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시간 미만 출장에 대해선 실제 출장 이행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고 있지 않음을 시인한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부터 출장 출발·복귀 시간을 정확히 입력하도록 하고, 부서장이 실제로 출장 내역을 확인한 뒤 실제 출장시간만큼 여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송파구 쪽의 말대로 실제 얼마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송파구는 지난 6월 <한겨레>에 “국민권익위 조사 이후 나머지 기간도 확인해 2017년 4월~2020년 12월 출장여비 지급 내역을 전수조사해, 714명이 3500만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조사가 이뤄지던 중에도 ‘이상한 출장’이 지속되고 있었던 셈이 된다. 출장여비 부정 신청과 수령은 워낙 깊게 뿌리내린 관행이기에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외부기관의 조사와 더불어 처벌 강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공무원 수당 부정수급은 기관장 책임”이라던 박성수 송파구청장 이번엔?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이며, 일반 공무원에게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라 기관장의 철학과 의지의 문제다.”
2018년 5월 당시 송파구청 직원들의 관내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구청장 후보였던 박성수 현 송파구청장은 당시 박춘희 구청장을 질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송파구청의 내부 청렴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을 두고 “송파구청 내부에 공직자들이 스스로 기관의 청렴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지속됐음에도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은 기관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 취임 뒤 송파구청 직원들의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관련 문제는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구청장은 지난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원들이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실제 업무가 과한 부분이 있다면 업무 조정을 하고, 부당 수령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시정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신속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처를 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과근무 상한 시간을 조정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세밀한 상황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카드로 초과근무 인증이 가능한 유일한 구’라는 지적에도 “몰랐던 사실”이라고 답했다. 똑같은 ‘청렴 사안’을 두고 3년 전 후보 시절에는 ‘기관장 책임’이라며 각을 세우더니, 현직이 된 지금은 ‘기관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말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 구청장은 2012년·2016년 총선(송파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청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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