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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취업 분투기 : 쿠팡맨 실직 위기 아버지와 진로 방황하던 아들,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일 쿠팡 배송기사로 함께 일하고 있는 부자 어떤 순서로 배송해야 하는지,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시사窓/경제

by dobioi 2022. 3. 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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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맨은 그나마 성실함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세계적 재앙에 솟아날 구멍을 어떻게 찾느냐, 마련하느냐에 고심이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더욱 와닿는다 생각된다.

 

경제 부흥시기에는 도로 건설 쪽으로 수많은 인력들이 몰렸지만, 이제는 그것에 플러스되어 배송일이 장난 아니게 늘어났다. 거의 20년 가까이 물류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랫동안 잘먹고 잘 살았던 분들이 견디지 못하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버텨야 하는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기도 하지만, 씁쓸한 기회여서 안타깝기도 하다.

 

또 다른 기회를 찾아내길 기원하는 바이다. 가까운 지인도 하던 사업 대신에 쿠팡맨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에선 아빠와 아들이지만, 직장에선 서로를 ‘태룡님’, ‘종훈님’으로 부른다. 같은 일을 하기 전까진 서먹한 부자 관계였는데 이젠 둘도 없는 절친이다

 

 

실직 위기 아버지와 진로 방황하던 아들,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일

실직 위기 아버지와 진로 방황하던 아들,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일 2030 취업 분투기 쿠팡 배송기사로 일하는 33살 차이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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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위기 아버지와 진로 방황하던 아들,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일

박유연 기자 이연주 더비비드 기자

입력 2022.03.21 06:00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있는 대구 1캠프에서 쿠팡 배송기사로 함께 일하고 있는 부자(父子) 김태룡(58·오른쪽)씨와 종훈(25)씨. /더비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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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삼시세끼를 함께 하고 같은 직장에서 일 하는 부자(父子)가 있다. 가족회사는 아니다. 쿠팡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는 김태룡(58)씨와 아들 종훈(25)씨 이야기다.

 

태룡씨는 30년간 창틀 시공 전문가로 살다가 2019년 배송 일을 시작했다. 아버지 뒤를 따라 1년 뒤 아들 종훈씨가 합류했다. 아빠는 경제적 어려움, 아들은 진로 방황고민을 하다 배송기사를 시작했다.

 

집에선 아빠와 아들이지만, 직장에선 서로를 ‘태룡님’, ‘종훈님’으로 부른다. 같은 일을 하기 전까진 서먹한 부자 관계였는데 이젠 둘도 없는 절친이다. 부자를 쿠팡 대구1캠프에서 만났다.

 

◇서먹서먹한 부자에서 ‘절친’으로

 

종훈씨의 군입대를 앞두고 아버지와 포즈를 취한 모습. /김종훈씨 제공

부자는 아침밥을 먹고 오전 10시까지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있는 쿠팡 물류캠프로 출근한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달서구 일대 배송 물량을 담당하는 주간 배송조다. 배송하는 지역이 같아서 시간이 맞으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한다. 저녁 8시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저녁도 함께 한다. 둘의 ‘케미’(chemistry)는 이게 끝이 아니다. 식사 후 자체 ‘업무 피드백 회의’를 연다.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나요.

 

김태룡(이하 룡) “아들이 저보다 1년 늦게 입사했지만, ‘배송 감각’이 뛰어납니다. 구조가 복잡한 대형 아파트 단지 구조도 빨리 꿰뚫어 보고,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을 끝내는 재주가 있어요. 스마트폰 사용도 능숙하고요. 회사에서 앱이나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업무 사용법도 아들이 꼼꼼히 알려줍니다.”

 

김종훈(이하 훈) “어떤 순서로 배송해야 하는지,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자주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3동을 먼저 배송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면 4동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같은 조언이죠. 불필요한 경사를 피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평지로 배송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배송 동선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하다 잠이 들어요.”

 

제대 후 진로 방황을 하다 쿠팡 배송기사로 이직한 김종훈씨. /더비비드

-관계가 돈독한 부자 같아요.

 

(룡) “같은 일을 하기 전에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부자 관계였어요. 제가 전국 건설현장 출장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가족 얼굴은 며칠에 한번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밥 먹었냐’ 같은 딱딱한 대화만 나눴지요. 지금은 아들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이상합니다.”

 

(훈) “초중고 시절보다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는 것 같아요. 관심사가 같으니까 대화 주제를 억지로 꺼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대화가 돼요.”

 

-같이 일하면서 서로의 몰랐던 점을 알게된 것도 있겠어요.

 

(훈) “아버지가 일을 정말 잘하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조에서 근무하는 20~30대 친구들만큼 열정적이십니다. 동료와 협업해서 서로 주어진 배송 물량을 소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버지가 제 물량을 도와주셔서 배송을 무사히 마친 적도 많습니다. 사소한 업무 습관이 다를 때는 왠지 모르게 좀 웃겨요. 배송 트럭 옆문 또는 뒷문을 열어 물건을 적재할 수 있는데, 저는 뒷문을 주로 쓰고 아버지는 옆문을 써요. ‘같은 식구인데 이런 건 다르구나’ 싶죠.”

 

(룡) “건설업에 오래 몸 담았기 때문에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10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하면 항상 전교 3위 안에 들었다는 것 아닙니까. 지구력만큼은 제 나이 또래에선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첨에 의외의 복병이 있더군요. ‘스마트폰 타이핑 속도’가 느려서 애를 먹었어요. 모든 배송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하는데 말이죠. 제가 좀 느려도 아들이 인내심 있게 잘 알려 줬습니다. 아들 뿐 아니라 다른 조원들도 배려해줘서 저도 잘 적응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습니다.”

 

종훈씨가 아버지 태룡씨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쳐주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더비비드

◇일거리 사라진 건설업 그 다음의 선택

 

부자가 같은 직장의 배송기사로 일을 시작한 건 ‘직장 생활’ 그 이상의 의미다. 종훈씨를 포함한 삼남매를 키워온 태룡씨는 대구에서 창틀시공 전문 소형업체를 30여년 운영해오다 2015년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종훈씨는 군 제대 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했다.

 

-같은 일을 하기 전 상황은 어땠나요.

 

(룡) “집값은 오르고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었지만, 현장의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들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니 대형 업체들이 직접 창틀 시공에 뛰어들면서 되레 저 같은 소형업체는 설 자리를 잃게 된 겁니다. 한달 300만원도 못 버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2018년 들어 한달에 일하는 날이 10일에 불과했고, 그 마저도 하루 일당이 15만원이 채 되지 않았어요. 일을 해도 돈을 못 받는 날이 늘면서 건설업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훈) “고등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가구회사에서 사무직으로 1년 일했어요. 그런데 일이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일이 좋았어요. 군 제대 이후에는 식자재 마트에서 일했는데 주6일 일하고도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었어요. 연차도 전혀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적성도 안 맞는데 근무 환경까지 불만이었죠.”

 

아버지 태룡씨와 손 잡고 웃어보이는 종훈씨. /더비비드

대안을 고민하던 태룡씨에게 2019년 쿠팡친구(쿠팡 배송기사를 이르는 말)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아보니 신규 입사자여도 배송 역량에 따라 연봉 3500만~48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주 5일제, 4대 보험, 자녀교육비, 유류비와 통신비 지원, 본인 및 가족의 단체보험과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복지도 맘에 들었다.

 

“쿠팡이라는 회사에 가보려고 하는데, 어떻노?” 아버지가 불쑥 꺼낸 말에 삼남매는 반대했다. 50대 중반인만큼 힘에 부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들은 체력으로 끄덕 없다는 아버지를 이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차츰 적응하는 모습을 본 아들도 1년 뒤 입사했다.

 

◇”30년 터울 부자가 함께 일하는 게 축복”

 

배송 차량 앞에서 웃고 있는 두 사람. /더비비드

-지금 삶은 어떤가요.

 

(훈) “모든 게 달라졌어요. 일이 재밌으니 긍정적인 기운이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더군요. 방황하던 제가 이젠 누구보다 계획적으로 삽니다. 소득의 40%를 저축해요. 얼마 전엔 첫 차도 장만했습니다. 저 혼자 출근할 때면 아버지가 저를 일터에 태워 주셔야 해서 잘 쉬지 못하셨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어요. 일한 만큼 인센티브도 나오고, 배송일 하는데 연차를 쓸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아버지와 연차 일정을 맞춰서 여행도 함께 다녀왔어요.”

 

(룡) “경제적으로 예측가능성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건설업에 종사할 땐 일주일 내내 일이 몰려 있거나, 반대로 아예 일이 없는 날도 많았는데 지금은 안정적입니다. 제 나이에 활동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고요.”

 

-부자가 같이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룡) “저는 베이비부머(1954~1963년생) 세대입니다. 종훈이는 97년생이니 MZ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30년 이상 터울을 둔 두 세대가 같이 일한다는 게 큰 축복입니다. 가족이랑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는 일자리가 어디 또 있습니까. 친구들은 다들 ‘신기하다’ ‘나도 우리 아들이랑 일하고 싶다’고 부러워합니다. 그럴 때면 ‘너도 한번 아들이랑 해봐라’고 농담합니다. 다만 아버지로 제가 내세울 것은 사실 없고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제 도전을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자녀들이 고맙지요.”

 

(훈)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일 때문에 집에 잘 안 계셔서 몰랐습니다. 지금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종종 ‘아버지가 이렇게 열심히 일해 나를 뒷바라지했구나’는 것을 실감합니다. 요새는 그저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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