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새벽 대기업도 결국 백기 들었다 롯데온·헬로네이처 새벽배송 중단 강자 위주로 시장 재편 끝없는 출혈경쟁 대기업도 발 빼 2~3곳만 살아남는다 적자폭 급증
불꽃튀는 전쟁 뒤에 남는 건 수익률 감소, 적자폭 증가, 결국 잘못된 판단으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계속했다가는 쿠팡꼴 나는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구입하는 것이 쉬울 수도 있지만, 적잖이 불편하다. 그래서 직접 가서 필요한 걸 적게든 한꺼번에든 사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 걸 예상하고 중단을 선언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냉장창고를 만들었다면 활용하거나 그 유통구조는 어떻게든 죽이지 말고 써도 좋고... 아니면 말고...
‘잔인한 새벽’에 대기업도 결국 백기 들었다
롯데온·헬로네이처 새벽배송 중단
강자 위주로 시장 재편
송혜진 기자 성유진 기자
입력 2022.04.19 03:00
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 상품 이미지컷. /BGF
유통 대기업 BGF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식품 판매업체 헬로네이처는 지난 15일 “새벽배송 사업을 다음 달 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도 18일을 끝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020년 5월 새벽 배송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비스를 접기로 결정한 것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앞으로는 새벽배송 대신 2시간 내 상품을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던 새벽배송 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철수하는 업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 같은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인건비도 훨씬 더 드는 고비용 사업인 데다 경쟁이 치열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남아있는 업체들도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막대한 적자를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새벽배송 시장이 강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끝없는 출혈경쟁…대기업도 발 빼는 ‘새벽배송’
롯데온과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 시장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는 점유율을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 1위인 쿠팡 로켓프레시의 지난해 거래액은 2조3000억원, 2위 마켓컬리는 2조원 정도다. 3위인 신세계 계열의 쓱닷컴까지 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80%를 넘는다. 남은 시장을 놓고 오아시스마켓과 헬로네이처, 롯데온이 혈투를 벌여왔다.
새벽배송 시장은 점유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건립 비용이 몇백억원씩 드는 물류센터를 계속 지어나가야 한다. 신선식품 배송에 필수적인 콜드체인 물류센터는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예컨대 마켓컬리는 작년 3월 300억원을 들여 김포에 신선물류센터를 새로 열었고 지난 13일엔 경남 창원에 630억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쿠팡도 지난달 3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구첨단물류센터를 열었다. 이들 선두 업체와 격차가 큰 후발주자들은 투자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통 공룡이라는 롯데마저 두 손 들고 나온 이유다.
버티는 업체들도 매년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쿠팡의 작년 영업손실은 14억9396만달러(1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3배가량 커졌다. 마켓컬리 역시 작년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87% 증가한 2177억원이었다. 쓱닷컴 영업손실도 2020년 469억원에서 작년 1079억원으로 급증했다.
◇2~3곳만 살아남는다
계속해서 치솟는 인건비도 새벽배송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힌다. 새벽배송을 하려면 상품을 분류·포장하는 일을 오후 2~3시쯤부터 시작해 새벽 1~2시까지 마쳐야 한다. 새벽에 움직이다 보니 배송 기사 인건비도 보통 1.5배에서 2배가량 더 들어간다. 롯데온 관계자는 “최근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배송기사를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랭팩 같은 포장 비용, 차량 구매 비용이 계속 더해진다. 새벽배송 시장에서 결국 소수의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새벽배송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지고 있다. 2018년 5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원대로 커졌고 2023년엔 11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맞벌이 부부 같은 소비자에게 늦은 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다음 달 아침 배송받는 게 자연스러운 장보기로 자리 잡은 만큼 새벽배송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막대한 투자자금과 수익성 확보다. 새벽배송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고, 쓱닷컴과 오아시스마켓도 올해 IPO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마켓컬리는 또 18일 배송 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의 사명을 ‘컬리 넥스트마일’로 바꾸고 다른 회사의 배송을 대행하는 ‘3자 배송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국 새벽배송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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