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 못 하는 이유 따로 있다 청와대에 ‘옷값 공개’ 승소한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문재인 청와대 도시락값 공개 못 해 정부 부처 특활비 연 2471억원
문재인 대통령의 공과 중 공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다다라서 이상한 분위기를 옅볼 수 있었고, 이상하다 생각되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뭉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우려스럽다. 막판 이상한 사기같은 일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것인데, 이걸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덮고 넘어가고 싶어하지만, 그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쌈마이웨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완전 딴판으로 역풍이 불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그게 이상한 거고, 상황 반전 기회를 열어주는 거니, 세세히 밝혀서 전면 승부를 해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밝히지 않는 것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전개된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 못 하는 이유 따로 있다”
청와대에 ‘옷값 공개’ 승소한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입력 2022.05.01 08:43
“청와대가 옷값을 왜 공개 안 하는지 아십니까?”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물었다. 4월 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참이었다. 기자가 되물었다. “옷값이 상상 초월인 걸까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예산으로 지원된 옷값은 얼마 안 될 겁니다. 다른 이유일 겁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조선DB
한국납세자연맹은 한국 유일의 세금 관련 시민단체다. 김선택 회장은 중견 건설사 세무팀장이던 1994년, 세무조사로 회사가 추징받은 480억원을 국세청과 맞붙어 전액 취소시켰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세법 전문 서적들을 냈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01년 한국납세자연맹을 설립해 22년째 활동 중이다.
◇ 文 청와대, ‘도시락값 공개 못 해’
한국납세자연맹은 문재인 정부, 정확히는 문재인 청와대와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두고 소송 중이다. 일부 오해하는 이들이 있는데 납세자연맹이 문 대통령 퇴임을 얼마 앞두고 문제 제기를 한 게 아니다. 2018년 6월에 시작했다. 청와대 특활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의전 비용과 관련한 정부 예산 편성, 2018년 1월 30일 청와대 워크숍에서 제공한 도시락 가격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8년 6월의 분위기는 요즘 같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75%(한국갤럽 기준)였다.
청와대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국가 안보 등 민감 사항이 포함돼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납세자연맹은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지난 2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입찰계약 등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청와대에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청와대는 공개를 거부하며 항소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월 6일 특이한 주장을 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자는 의견이 우세한데, 법으로 공개 못 하게 되어 있어 안타깝다’는 요지였다. 법원이 법에 따라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마치 이런 소송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는다. 박 수석 얘기가 나오자 김 회장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는 겁니다.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어디에 그런 법 규정이 있습니까? 대중의 무지를 이용해 잠깐 국민들을 속여서 면피하겠다는 거죠. 왜 특활비를 공개 안 하는가, 근본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만일에 공개할 의향이 있더라도 그게 과연 공개를 할 수 있는 내용일까? 못 합니다.”
김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청와대 특활비 예산이 약 181억원입니다. 경호처 포함해서요. 그중 대통령이 얼마나 개인적으로 썼을 것 같습니까. 공개되진 않았지만 제 짐작으론 20%가 안 될 겁니다.”
― 그럼 나머지는 누가 어디에 썼을까요.
“청와대 경호처에서 근무했던 분에게 들어보니 이래요. 청와대 경호원이 퇴직하면 퇴직 위로금을 받는답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 추가로 내부에서 주는 거죠. "
― 그 돈은 누가 주는 건가요.
“그게 바로 특활비에서 나오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경호처 특활비 예산만 1년에 80억원가량 됩니다. 비서실이나 경호처엔 경찰청 등 다른 부처에서 파견 나온 인력들이 있습니다. 비서관 활동비니 식사비, 명절 ‘떡값’, 각종 ‘금일봉’도 마찬가지입니다.”
― 청와대 근무자들이 나눠 썼을 거란 얘기군요.
“대통령은 본인의 인기를 위해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고 싶어 해도 비서관들이 절대 찬성하지 않을 겁니다. 공개를 했는데, 비서관들이 매월 활동비 500만원, 때마다 명절 비용 얼마, 전별금 얼마, 그것도 세금도 안 내고 받아간 게 일자별로 밝혀진다 생각해보세요. 국민들이 가만있겠습니까.”
― 옷값 논란은 청와대가 키운 거 아닌가요.
“저희가 처음 정보공개를 요청한 게 문재인 정부 초기입니다. 그때 공개하면서 사과하고, 특활비 폐지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습니다. 소송이 시작되고 나서도 청와대는 지연 전략을 폈어요.”
― 소송을 지연하는 전략이요?
“선진국 7개국 정부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어요. 현지의 한국대사관을 통해서요. 한국의 특활비 같은 예산이 그 나라에도 있냐는 질문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1년 이상 재판이 중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7개 국가 정부에 질의를 했습니다.”
― 뭐라 하던가요.
“캐나다엔 그런 종류의 예산이 아예 없어요. 노르웨이는 총리가 영수증 없이 예산을 썼다면 강제 사임 혹은 탄핵 사유랍니다. 프랑스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처의 기밀 예산을 국회 특별위원회가 관리 감독을 합니다.”
― 외국엔 특활비 같은 예산이 없나 봅니다.
“지금 국민들이나 TV에 나오는 패널들이나 특활비에 대해 단단히 잘못 알고 있어요. 지출 내역을 비공개로 하는 것과 영수증 없이 예산을 쓰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99%가 구분을 못 하고 계세요.”
― 무슨 뜻인가요.
“선진국에선 공무원이 예산을 영수증 없이 쓴다는 건 상상 자체를 못 해요.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얘기하는 특활비는 중세시대 성직자처럼 영수증이고 감사고 없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특권 예산이라고 짚어줘야 외국 정부에서 질문을 이해해요.”
◇ 기밀 예산도 영수증 첨부해야
― 안보 관련 기밀 예산이라고 영수증 없이 쓰는 게 말이 안 된단 얘기군요.
“’귀국엔 비밀 예산이 있습니까?’ 물으면 당연히 있다고 해요. 어느 나라나 안보나 범죄 수사 등에 관한 비공개 예산은 있습니다. 비공개라도 지출 내역과 영수증은 당연히 첨부해야지요. 내역을 외부에 공개 안 하더라도 프랑스의 특별위원회 같은 식으로 별도 감사를 할 수도 있고요. 공무원이 예산을 쓰는데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어떤 경우가 있겠습니까. 국정원에서 북한 공작원한테 공작금 주는 것 외에는 사실상 있을 수 없죠.”
― 검찰이나 경찰청도 특활비를 씁니다.
“라디오 방송에 나갔더니 ‘공안 수사 관련해서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와요. 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이 법대로 조사를 하면 되지, 왜 그런 예산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이나 경찰이 정보원에게 돈을 주고 범죄 정보를 산다? 이건 불법입니다. 오남용이 될 수 있으니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 특활비를 쓰는 부처가 생각보다 많나 보네요.
“국정원 외에 적어도 17개 부처에 특활비 예산이 있습니다. 청와대, 국회, 검찰, 국세청, 국무총리실, 감사원 같은 곳이지요. 힘 있는 부처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이 한 해 쓰는 특활비가 총 2396억원가량이에요.”
◇ 정부 부처 특활비 연 2471억원
― 국세청, 국무총리실, 감사원 같은 기관에 왜 특활비가 있지요? 안보 관련 기관도 아닌데요.
“추측하기로는 금일봉, 격려금, 선물비로 많이 나갈 거라 봅니다. 부처의 장관이나 국회의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무원이 왜 국민 세금으로 격려금이나 선물을 줍니까, 사비를 써야지요.”
― 듣고 보니 그러네요.
“사실상 조직 폭력배 두목이 말 잘 듣는 부하에게 격려금 주는 것과 같아요. 조직 관리비인 거죠. 궁극적으로는 고위공직자 전반, 시선을 더 확대해 보면 전체 공무원 집단이 쓰는 거라고 볼 수 있는 이유지요.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예산이에요.”
― 감사원 같은 기관도 지금껏 특활비를 쓰고 있다는 게 의아스럽네요. 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법을 수호하는 기관인데 말이죠.
“감사원은 다른 곳에 비해 특활비 예산이 많진 않아요. 왜 이런 기관에까지 특활비를 배정했을까요. 범죄자들은 공범을 늘리는 법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납세자연맹이 조만간 감사원에 ‘특활비에 영수증 첨부하도록 지침을 바꾸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런데 감사원도 특활비를 쓰고 있는데 쉽게 칼을 대겠습니까. 힘 있는 기관들에 특활비라는 덫을 놔서 공범으로 만든 겁니다.”
― 납세자연맹이 왜 특활비에 천착해왔는지 이해가 되는군요.
“이건 제도,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대통령이 제왕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사실은 제왕적인 권력이 아니라 ‘제왕적인 특권’입니다. 우리 사회의 특권층인 공무원 중에서도 가장 많은 특권을 가진 한 사람일 뿐입니다.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미미합니다.”
◇ 제왕적 ‘특권’ 가진 대통령
― 대통령이 힘이 없다고요?
“80여 년간 법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대통령 개인이 임기 5년 동안 법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공무원 집단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지출 항목을 바꿀 수 있는 예산이 전체 예산 중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많아도 1%, 2%밖에 안 됩니다.”
―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꽤 많잖아요. 기관장이라든지요.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 자리가 수천 개입니다. 본인이 다 추천하겠습니까? 밑에서 올라오면 서명하는 거죠. 예를 들어 LH공사에 정치인 출신이 사장으로 임명됐어요. 그 사람이 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내부에 법과 제도가 다 있고, 노조가 있습니다. 정치인이 사장으로 가봤자 아무 힘이 없어요. 월급만 많이 가져간다뿐이지, 실질적인 개혁은 거의 못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잘 안 바뀌는 거예요.”
― 그러고 보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성찰 없이 쓴 감이 있네요.
“국민들은 실제 현실을 알기 힘들어요. 본인이 정치를 직접 해보거나, 저처럼 공무원들과 직접 부딪혀가면서 일을 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대통령이 바뀐다고 세상은 절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 민주노총이 왜요?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왜곡시켰어요. 민주노총은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 ‘재벌’이라고 하잖아요. 허위정보입니다. 재벌 총수들이 사회의 부(富)를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죠. 착시 현상입니다. 물론 재벌이 산업계 불평등의 어떤 원인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주원인은 아닙니다. 재벌들은 그래도 세금을 내면서 경제 활동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 집단이에요.”
― 공무원이 재벌만큼 가져가나요?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 청문회에 나오면 단골로 지적받습니다. 퇴직 후 로펌에서 1년에 5억을 받았느니, 10억을 받았느니 하면서요. 장관급이 그 정도를 받으면 차관, 국장으로 내려갈수록 조금씩 금액이 낮아지며 보수를 받아요. 세무 공무원을 봅시다. 6급, 5급으로 퇴직한 후 회계법인 같은 곳에 취업하면 연봉을 최소 1억원씩 받습니다. 매월 평균 250만원에서 최고 700만원까지 연금도 받고요.”
― 공무원 연금으로 매월 700만원을 받는다니 놀랍네요.
“재벌은 우리나라 전체에서 몇 명 안 됩니다. 퇴직 공무원은 몇 명입니까. 50만~60만 명이에요. 현직 공무원만 120만 명이고요. 사회의 부는 제한돼 있어요. 거기에서 공무원 집단이 많은 부를 가져가는 겁니다. 우리가 경제 성장을 이룰 때, 일반 국민들은 놀았습니까? 모든 사람이 고생했잖아요. 그러면 공평하게 부가 분배되어야지요. 같은 기간을 근무했는데 왜 퇴직 공무원은 연금으로 300만원을 받고, 일반 국민은 왜 40만원을 받습니까? 민주노총은 불평등의 실질적인 원인을 왜곡하고 있어요.”
― 청와대에 특활비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어떤 걸 느꼈나요.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우리 사회 갈등이 이 정도로 심화됐구나, 체감했습니다. 갈등 수준이 거의 내전(內戰) 상태예요. 지금 우리 사회엔 공통의 신뢰라는 게 없다시피 합니다. 사실관계는 아랑곳없이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극단적으로 싸우고 있어요. 저희 단체의 회원 중에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시는 분이 상당수 계십니다. 이분들 중 일부는 청와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마치 자신에 대한 공격인 것처럼 받아들이세요.”
― 지지할수록 쓴소리를 해야 하는데요.
“대통령이 성공하길 원한다면 초기부터 과감한 비판을 해야지요. 윤석열 당선인도 특활비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7월부터 바로 특활비 내역 정보공개 요청을 할 겁니다.”
― 문재인 정부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무얼 하면 좋을까요.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특권을 폐지하는 겁니다. 올해 이미 편성된 특수활동비는 예산 지침 바꾸라고 대통령이 한마디만 하면 돼요. ‘영수증 첨부하라.’ 내년부터는 없애고요. 대통령 연금도 과감히 축소, 폐지하면 됩니다.”
― 대통령 연금이 뭔가요.
“대통령이 퇴임하면 매월 1400만원을 연금으로 받습니다. 심지어 비과세예요.”
― 매월 1400만원을 받아가면서 세금을 안 낸다고요?
“제가 말했잖아요, 제왕적 권력이 아니라 제왕적 특권을 누리는 자리라고요.”
참고로 대통령 연금 비과세는 입헌군주제 국가에 비견된다. 일본 천황의 경우, 공주가 결혼해서 황가를 떠날 경우 일시불로 품위유지비를 받는데, 이게 비과세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납세 의무가 없다. 반면 스웨덴 국왕은 세금을 낸다. 왕실관리비를 보조받는데, 비과세 혜택을 받지 않는다. 다른 소득이 발생해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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