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척당 400억 더 받아야하는데 악몽이 된 LNG선 100척 계약 [혹한기 다가오는 경제] 원자재값 폭등에 손해보며 만들 판 실적 꺾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 대기업 실적 정점 지났다
문제가 발생될 줄 알았겠나? 수주가 됐을 때 잘됐다 했겠지만,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국이 더 나을 뻔 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걸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패널티를 물어주더라도 못만들겠다고 하던지 해야 하지 않을까?
재료비 산정에 대해서 조건을 걸지 않은 것이 문제고, 수주에만 열을 올린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한국에 수주가 몰린 까닭은 멍청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것도 모르고, 폭탄을 떠안게 된 거고, 그게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다.
현재 한 척당 평균 2억2500만달러(2840억원)인 LNG 선박을 2020년 계약 당시 가격인 1억9000만달러(2400억원)에 건조해 넘겨야 하는 것
“한척당 400억 더 받아야하는데…” 악몽이 된 LNG선 100척 계약
[혹한기 다가오는 경제] [3]
원자재값 폭등에 손해보며 만들 판
류정 기자 김강한 기자
입력 2022.05.24 03:00
국내 조선 3사는 2020년 6월 카타르 국영 석유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와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슬롯(독·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 슬롯 예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로 총수주 규모는 700억리얄(24조2000억원)에 달한다. 수주 가뭄이었던 당시 100척에 달하는 물량은 조선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조선용 후판 가격이 폭등하자, 당시 대박으로 여겨졌던 대규모 수주가 조선업계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실적 꺾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은 지난해 상반기 t당 10만원, 하반기 t당 40만원 올랐다. 2020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60만원대에서 현재 120만원대로 2배 올랐다. 그 결과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영업손실 1조3848억원을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조7547억원, 1조3120억원의 적자를 봤다. 조선 3사는 올 1분기에도 모두 수백~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 척당 평균 2억2500만달러(2840억원)인 LNG 선박을 2020년 계약 당시 가격인 1억9000만달러(2400억원)에 건조해 넘겨야 하는 것”이라며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와 금리 인상, 그리고 환율 급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웠던 기업들은 투자 금액을 재조정하고,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요즘은 아무것도 안 하고 현금을 갖고만 있는 게 최고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향후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미국 투자 비용도 눈덩이
미국을 중심으로 각각 10조원대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워놓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최근 미국 물가가 두 달 연속 8%대로 폭등하자 비상이다. 건설 인력 임금과 원자재 비용 등 현지 공장 건설비가 덩달아 폭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미국은 인력난으로 공사장 인부를 구하려면 최저임금의 1.5~2배의 임금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기(工期)가 지연되면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고비용 인력과 운송비·자재비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당초 투자 계획에서 10% 이상 비용이 늘어 이사회의 질타를 각오하고 금액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문제가 회사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도 악재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170억달러는 작년 1월 당시 환율로 18조8000억원이었지만, 현재(22일 기준)는 21조650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도 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 금액(55억4000만달러)을 당초 6조3000억원으로 잡았지만, 환율 급등으로 7조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기준 금리 인상으로 조달 채권 금리가 연 2%대에서 3~4%까지 오르는 것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실적 정점 지났다
이 같은 경영 불확실 속에 기업 실적까지 지난 1분기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 들자 주요 기업들은 비상 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노조원들에게 경영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 1분기 실적은 환율에 따른 착시 효과이며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값 상승, 특히 국내 판매 감소가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지난 1분기 현대차 국내 판매는 작년 1월보다 18% 감소했다. 현대차는 최근 신차 공급난에 대응해 중대형급·SUV 등 고수익 중심으로 제품을 정리하고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매력 하락으로 수요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LG전자는 작년 말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운이 감돌자 원자재·물류비 모니터링을 위한 비상 TF를 부서별로 만들어 ‘워룸(War Room)’처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1조8805억원)을 기록했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재택 효과가 끝나면서 전자제품 수요는 감소하는데, 비용은 급등해 2분기 이익은 반 토막 날 가능성이 짙어진 탓이다.
인플레로 인한 ‘소비의 후퇴’가 본격화하면서 유통업계 실적은 이미 꺾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 보복 소비로 호실적을 냈지만, 지난 4분기부터 매출은 정체되고 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8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올 1분기 34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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