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쳤는데 재판부 울린 노모의 탄원서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였다 10대 때 낳은 아들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 평생의 한 읍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판을 받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면 양형을 어느 정도 관대하게 헤아려 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심판이라는 것이 주로 결과만 보게되는데, 그 과정이나, 경과를 살펴본다면, 피치 못할 사정이었는지, 욱하는 심정이었는지, 아니면 개선의 의지가 있거나 앞으로 재범의 기미가 없다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부모님은 자녀를 오래동안 지켜보아 왔고, 교육했으며, 가르쳤을 것이기 때문에, 자칫 실수로 사고를 친 경우에 대해서 부모님이 정상참작을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그냥 대충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도 없이 현실만 도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 깊은 뜻을 헤아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식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아쉬움과 법의 심판을 받는 입장에서의 안타까운 마음을 부모가 있는 판사라면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런 부모님, 어머님의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 자녀의 사고는 필시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사고나 문제에 휘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였다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쳤는데…” 재판부 울린 노모의 탄원서
김자아 기자
입력 2022.10.14 15:24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였다”
얼마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 법정에서 판사가 며느리를 보호하기 위해 중년의 아들을 경찰에 신고했던 어머니의 탄원서를 읽으며 한 말이다. 어머니의 진심 어린 탄원서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고 재판부는 선처를 내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3단독(부장판사 신교식)은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 아내가 거주하는 집 창문을 깨뜨린(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5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7일 오전 0시20분쯤 아내가 거주하는 원주시 집의 베란다 유리창 2장을 깨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아내가 문을 열어 주지 않자 바닥에 있던 20여㎝ 크기의 돌덩이를 연이어 집어 들어 베란다 유리창에 던졌다.
당시 A씨는 2020년 9월 법원으로부터 다른 범죄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신 부장판사는 “비록 다른 전과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깊이 뉘우치고 있는 만큼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잘 받아 제2의 삶을 사시라”고 했다.
이어 A씨 모친의 탄원서를 읽어내려갔다.
A씨 모친은 탄원서에서 “피고인의 엄마입니다. 10대 때 낳은 제 아들은 어렸을 때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 쳤는데… 아들이 이렇게 사는 게 다 제 탓만 같아 평생의 한입니다”라고 읍소했다.
A씨가 아내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날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A씨 모친은 “그날 저는 며느리와 같이 그 집에 있었습니다. 알코올 치료 후 퇴원한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홧김에 창문을 부순 것인데, 며느리를 보호하고자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아들이) 병을 고치겠다고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최근에는 이혼까지 해 너무 외롭고 불쌍한 인간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재판하면서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라고 말했다.
A씨는 판결 직후 형의 집행을 유예 받아 모친과 법정을 함께 나섰다.
검찰도 선고 이후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A씨의 1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10/14/PK5RFPRMWVDE5AEYIQGYSEEH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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