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턴 '정치 현수막' 무제한인데 깡패 말살 벌써 섬뜩 국회 앞 횡단보도에 비방용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전국동시지방선거 종료 후 재활용 기다리는 현수막 정순신판 ‘더글로리’
현수막이 걸려있는 걸 보면 사고 위험이 있어보이면 걱정이 된다. 바람이라도 많이 부는 날에는 흉물이 되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치활동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나 행보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수막이나 찌라시, 카더라통신 등을 활용하고 있다면 그건 후진적인 무식한 정치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아 이런 후진적인 행태가 바뀔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서로 비방하거나 욕하면서 싸우는 꼴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도 될지 무척 우려스럽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후진적인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는 어둡고 암울함 따름이다.
8월부턴 '정치 현수막' 무제한인데..."깡패" "말살" 벌써 섬뜩
김정재
입력 2023. 3. 2. 05:00
수정 2023. 3. 2. 06:30
1일 오후 국회 앞 횡단보도에 비방용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김정재 기자
“연진아, 네 아빠도 검사니?”(더불어민주당 현수막)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국민의힘 현수막)
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국회 앞에 내건 현수막에는 3·1절 메시지 대신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대사를 활용한 메시지가 담겼다. 민주당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임한 정순신 변호사를 겨냥해 현수막에 “정순신판 ‘더글로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반면 국민의힘 현수막에는 지난달 27일 부결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꼬집는 “이재명판 ‘더글로리’”라는 문구가 적혔다.
최근 상대 정당 비난에 치우친 현수막이 부쩍 늘어나면서 정치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학교 근처 현수막에 적힌 ‘깡패’ 같은 강한 표현 때문에 지역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과격한 비방용 현수막을 2~3주씩 걸어 놓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도 “현수막이 요즘 제일 보기 싫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내용만 홍보하면 중도층 표심은 절대 못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각 정당 홍보담당자들은 “최근 현수막 전쟁이 격화되고 있어 튀는 문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특히 올해 들어 유독 현수막에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진 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시행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개정안’ 때문이다.
28일 오후 국회 앞 횡단보도에 비방용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김정재 기자
옥외광고물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현수막에 담기 위해선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정당법상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은 허가·신고 없이도 현수막으로 내걸 수 있게 됐다. 현수막 개수 제한도 사라졌다. 현수막 안에 정당 명칭, 연락처 등만 명시해 놓으면, 각 정당은 최대 15일까지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현수막이 난립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 현수막 설치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은 현수막이 ‘통상적 정당 활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하도록 해 과도한 비방용 메시지나 허위사실이 현수막에 담기는 걸 방지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정당 현수막 개입에 난색을 보인다. 어디까지가 ‘통상적 정당 활동’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 문구를 딱 잘라서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 아니라고 판단 내리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료 후, 재활용 기다리는 현수막의 모습.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기간이 되면 ‘현수막 전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유권자가 현수막이나 인쇄물을 통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0조 1항 1호가 지난해 7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헌재가 정한 개정 시한은 오는 7월 31일로, 그 이후론 해당 법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이 경우 8월부터 ‘선거 현수막’을 누구나 자유롭게 내걸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수막의 개수나 문구에 대한 규제 마련 이전에 “상대 정당 비방에 치중하는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성호 건국대학교 국가정보학과 교수는 “현수막 규정이 바뀌면서 국민은 정치에 더 환멸을 느끼게 됐다”며 “총선 시기가 되면 예비후보들까지 나서서 그야말로 ‘현수막 홍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비방용 문구를 바꿔 현수막을 다는 것은 정치 퇴행”이라며 “정치권이 갈등 관리나 갈등 해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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