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왜 어려운 곡 '아메리칸 파이' 선택했나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한미 동맹이라는 네 잎 클로버 새 뿌리 뻗어나가는 역사적인 날 기억되기 ..
정치를 문화로 연결시켜주는 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도 이렇게까지 효과를 낼 줄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본다. 하지만 나름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거라 했을 거라 본다.
아마도 누구나 이런 자연스러운 그림을 바랬을 가능성이 높다. 그걸 이끌어낼만한 능력이 안되거나, 상황이 안됐을텐데, 윤석열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고, 나름 젊은 세대로 세대교체가 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된다. 이전에 이런 대통령이 있었다면 대한민국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긴 하다.
그나마 국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이해되어 나쁘지 않다. 좋다. 이렇게 쭉 발전해서,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된다. 물론 생각과 현실은 다르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누구나 다 기분 좋을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쩌겠나!
尹, 왜 어려운 곡 '아메리칸 파이' 선택했나
김고금평 에디터
입력 2023. 4. 30. 05:56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워싱턴=뉴시스] 전신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 (공동취재) 2023.04.27.
만약 돈 맥클린의 노래 중 선곡하라면 아마 십중팔구는 '빈센트'(Vincent)를 택할 것이다. 1970, 80년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한 그의 노래 2곡 중 인기곡은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가 아닌 '빈센트'(Vincent)였기 때문.
빈센트 반 고흐의 얘기를 담은 '빈센트'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위 안에 늘 안착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특히 '스타리 스타리 나잇~'(Starry starry night~)으로 시작하는 첫마디는 누구나 다 아는 '국민소절'로 인식됐다.
그렇다고 '아메리칸 파이'가 인기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단 곡의 길이가 무려 8분 27초나 되는 대곡인데다 첫마디부터 따라부르기 어려운 '자유로운 박자'에 정확한 피치(음정)를 맞추기 쉽지 않은 멜로디 때문에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은 난곡으로 통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역대 대통령의 과거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노래하더라도 △쉬운 곡 △4마디 가창 △반주 필수 3가지 최소한의 조건을 등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깼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류 인사들이 대부분 놀랐고 뒤늦게 이 영상을 시청한 한국 국민도 그 감각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이 곡 하나로 한미동맹 같은 관계의 친밀성이 확고해졌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어설픈 인간적 매력과 믿음이 더 강해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무대가 끝나고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윤 대통령에게 노래를 청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지만, 참석자들을 배려해 윤 대통령이 거절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 무대'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퍼포먼스가 설사 우연이 아닌, 연출이라고 하더라도 그 1분의 연출을 위해 쓴 고심과 노력의 과정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역할과 책임의 무게가 읽히는 장면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윤 대통령은 왜 '아메리칸 파이'를 선곡하고 반주 없이 긴 노래를 막힘없이 부르며 어떻게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을까. 그의 숨겨진 음악적 감각을 따라가 봤다.
/사진=돈 맥클린 페이스북
①분위기에 걸맞은 선곡=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창들 사이에서 노래 좋아하고 잘하기로 유명한 윤 대통령은 '아메리칸 파이'만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 "우정은 네 잎 클로버 같아서 찾기는 어렵지만 일단 갖게 되면 그것은 행운이라는 속담이 있다. 오늘은 한미 동맹이라는 네 잎 클로버가 새 뿌리를 뻗어나가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기 바란다."는 윤 대통령의 만찬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우정을 위한 곡으로 (이 곡이 담긴) 앨범 재킷부터 미국을 상징하고 미국인이 좋아하면서 가장 빠른 결속을 이르게 하는 곡 중 이 곡만 한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죽은 아들의 애창곡이라는 개인사가 얽힌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적으로 미국은 포크와 컨트리가 주류다. 그래미에서 이런 장르가 유독 상을 휩쓸고 밥 딜런(포크), 쳇 애킨즈(컨트리) 같은 음악인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돈 맥클린 역시 백인 주류의 상징으로 이 만찬의 격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어 롱롱 타임 어고~'(A long long time ago)하고 첫마디를 부르자마자 참석자 대부분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감동받을 준비를 한 것도 선곡의 힘이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옆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했다고 한다. /로이터=뉴스1
②1소절이 아닌 7소절을 부른 이유=윤 대통령은 노래 요청을 받자 "여러분께서 원하시면 한 소절만 (부르겠다)"며 "가사가 잘 기억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래 한 소절은 음악에 따라 4마디, 8마디 정도를 의미하는데, 역대 대통령이나 주요 인사들이 말하는 한 소절은 주로 4마디에 국한했다.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거의 '맛보기' 식으로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1소절이 아닌, 무려 7소절을 후렴구가 나오기 전까지 불렀고 그것도 영어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가창해 이 무대가 더 특별해 보였다.
한 소절이 부족하면 2, 3소절 정도만 해도 됐을 텐데 굳이 7소절을 완성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여기엔 이 노래의 가사가 주는 '의미'를 배제할 수 없다. 노래가 8분이 넘는 대곡이어서 가사 한 줄만 외치고 끝나면 가창이 주는 전달력의 무게감과 진지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돈 맥클린이 이 노래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건 간단하게 요약하면 '죽음'이다. 신문배달을 하던 중학생 맥클린이 어느 날 자신의 우상인 백인 로커 버디 할리의 비행기 추락사에 대한 신문을 돌리는 얘기를 가사에 넣었는데, 그것으로 '내가 죽는 날'(the day that I die), '음악이 죽은 날'(the day the music died)을 가사에 반복적 주제로 사용한다.
7소절의 마지막 마디에 비로소 '음악이 죽은 날'이라는 가사가 나오기 때문에 이 주제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8분 안에서는 겨우 1분의 '맛보기'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명료한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참석자들과 '공감'을 높이는 영리하고 효율적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노래의 주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계속된 가사는 유명 가수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음악의 죽음'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갈수록 모호하고 이해불가능한 수준의 언어들이 사용되면서 때로는 60년대의 회고, 반전, 미국에 대한 비판 등을 얘기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도 1960년대 혼돈에 빠진 사회를 그린 가장 미국적인 노래로 인식하고 노래했다고 한다. 7소절은 결국 상대방을 좀 더 알고 느끼고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수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 ⓒ 로이터=뉴스1
③빈틈없는 리듬·음정·감각의 3박자=바이든 대통령은 "나도 부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세요"라는 농담으로 위기(?)의 순간을 피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노래 감각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원곡의 G키(key)보다 한 음 낮은 F키로 불렀다. 피아노가 첫 코드만 살짝 눌렀는데, 음정을 틀리지 않고 첫마디를 능숙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마치 박자를 원곡과 정확하게 맞춘 듯 두 번째, 세 번째 마디를 어색하지 않게 호흡을 조정하며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고 넘었다.
반주 없이 가창만으로 듣는 이를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는 호흡과 박자감의 균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노래가 끝난 뒤 원곡과 이 무대를 여러 번 비교했더니, 심지어 '~I couldn't take one more step'에서 음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고저와 강약까지도 세심하게 소화했다.
윤 대통령의 전매특허같은 '도리도리'는 이 순간 좌우 청중과 호흡하는 리듬으로, 독특한 무대매너로 각인됐다. 현장의 내빈들이 모두 기립 박수로 화답한 건 결코 예의의 한 컷이 아니었다. 그가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노래 뒤에 숨은 애정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4292257511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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