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데, 그나마 좋은 일을 해내는 분이 계신다.
힘들고 어려운,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
누가 봐도 형편이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못할 사람이 우리의 이웃일까?
선한 사마리아인이 생각나는 인터뷰다.
◆ 홍세화> 벌금형 받은 분들 중에 벌금을 못 내면 교도소에 갇히는데요. 그럴 처지가 못 되는 분들, 그러니까 돈도 없고 몸으로 떼울 처지도 못 되는 분들에게 그 벌금을 무담보 무이자, 신용 조회 없이 빌려주는 은행입니다.
◇ 김현정> 소액 벌금인데 그것조차 낼 형편이 안 돼요. 그래서 노역을 살아야 되는데 노역을 하기에는 병들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없는 사람들 그 딱한 사람들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죠. 운영이 좀 되고 있어요? 어떻습니까?
◆ 홍세화> 그러니까 지금 5년 반 됐잖아요. 지금까지 한 864명에게 총 15억의 돈을 빌려드릴 수 있었죠.
◇ 김현정> 그 재원은 어떻게 잘 충당이 되고 있습니까?
◆ 홍세화> 거의 9000명 가까운 개인들과 단체 그리고 교회 이런 곳에서 11억 5000만원, 그 정도를 성금을 보내주셔서 그게 이제 가장 중요한 재원이고요. 그리고 또 갚으시니까 그걸 또 다시 빌려드리고 그렇습니다. 지금 864명에게 빌려드렸는데 152명은 다 갚으셨어요.
◇ 김현정> 잘하셨네요.
(중략)
◇ 김현정> 뒤를 돌아보라는 신호입니까?
◆ 홍세화> 그런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굉장히 좋은 말씀이네요. ‘너희들 지금 가고 있는 길 뒤돌아 봐.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지? 뒤 한번 돌아 봐’라는 어떤 신의 계시일 수도 있다.
(중략)
◆ 홍세화> 특히 비대면이라고 하는 문제하고도 결합돼서 일자리에서 축출하고 주거지에서 축출되고 그다음에 난민들이 발생하고 하는 상황을 신자유주의가 어떤 공간 개념으로 제시한 게 축출이라는 표현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코비드19가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비대면이다 보니까 관계성도 무너지고 있는, 그러니까 축출이 더 강화될 수 있지 않나? 그런 우려도 하게 되네요.
◇ 김현정> 이미 축출자본주의 사회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그게 훨씬 가속화됐고 훨씬 강화됐다?
◆ 홍세화>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게 되는 거죠.
(중략)
◆ 홍세화>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는데 그 ‘유’자를 저는 ‘있을 유(有)’자뿐만 아니라 ‘이끌 유(誘)’자를 써서 ‘무전유죄(無錢誘罪)’, 죄를 짓게끔 만든다고 봅니다.
인터뷰 전문8/13 (목) 홍세화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이 더 아프다"뉴스쇼| 2020-08-13 06:51:57*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세화(장발장은행장)
코로나19, 사회적 약자 축출 가속화 우려
소수 엘리트 득세, 다수는 생존에만 치중
코로나 장발장, "유전무죄, 무전유병(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연대의 가치
이제 곧 가을이죠. 돌이켜보면 올해가 이렇게 코로나로 얼룩질 거라고 여러분께서는 상상이나 하셨나요? 마찬가지로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를 맞힐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다가 올여름 긴 장마, 물난리를 보면서 ‘기후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지구온난화를 우리가 체감하고 있죠. 솔직히 불안합니다. 불안해요.
앞으로 우리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 사회는 또 어떻게 변해갈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뭘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 건지 답답하고 누군가 길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현정의 뉴스쇼가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2020년 길을 묻다’ 각 분야의 지성들을 모시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입니다.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이시죠, 홍세화 선생,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 홍세화>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그 책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분이신데요. 사실 택시 운전 말고도 굉장히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치지 않으셨어요?
◆ 홍세화> 직업을 여러 가지 전전했죠.
◇ 김현정> 뭐뭐 하셨죠?
◆ 홍세화> 삶이 참 신선하다는 건데요. 회사원도 하고 신문기자도 했었고 그다음에 관광안내원도 하고.
◇ 김현정> 관광안내원도 하셨어요?
◆ 홍세화> 파리에서 했죠. 그리고 또 원외정당입니다마는 진보정당의 당대표도 했었고. 지금은 돈 없는 은행장 (웃음) 가난한 은행장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은행장은 은행장인데 가난해요. 여러분, ‘장발장은행’은 처음 만들어질 때 저희도 인터뷰도 하고 많이 소개해 드렸습니다마는 2015년에 만드셨고 뭐하는 곳이죠?
◆ 홍세화> 벌금형 받은 분들 중에 벌금을 못 내면 교도소에 갇히는데요. 그럴 처지가 못 되는 분들, 그러니까 돈도 없고 몸으로 떼울 처지도 못 되는 분들에게 그 벌금을 무담보 무이자, 신용 조회 없이 빌려주는 은행입니다.
◇ 김현정> 소액 벌금인데 그것조차 낼 형편이 안 돼요. 그래서 노역을 살아야 되는데 노역을 하기에는 병들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없는 사람들 그 딱한 사람들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죠. 운영이 좀 되고 있어요? 어떻습니까?
◆ 홍세화> 그러니까 지금 5년 반 됐잖아요. 지금까지 한 864명에게 총 15억의 돈을 빌려드릴 수 있었죠.
◇ 김현정> 그 재원은 어떻게 잘 충당이 되고 있습니까?
◆ 홍세화> 거의 9000명 가까운 개인들과 단체 그리고 교회 이런 곳에서 11억 5000만원, 그 정도를 성금을 보내주셔서 그게 이제 가장 중요한 재원이고요. 그리고 또 갚으시니까 그걸 또 다시 빌려드리고 그렇습니다. 지금 864명에게 빌려드렸는데 152명은 다 갚으셨어요.
◇ 김현정> 잘하셨네요.
◆ 홍세화> 그렇게 그런 대로.
◇ 김현정> 그러한 곳입니다. ‘2020년 불안하다’, ‘우울하다’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래요. 저는 이번에 장마 겪으면서 특히 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선생님도 가끔 그러세요? 요즘?
◆ 홍세화> 그렇죠. 아무래도 사람이 생각하는 존재이고 미래를 봐야 되는데 그 전망이 불투명하잖아요. 그럼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고 우울증에도 걸릴 수도 있고 이런 상황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앞을 보면서 계획이라는 걸 세우면서 그러면서 그게 착착 되든 안 되든 뭔가 이렇게 가야 되는데요. 지금은 도대체 내년을 모르겠고 아니, 심지어는 올 가을도 모르겠고요. 심지어는 ‘애들이 학교를 2학기에 가는 거야 마는 거야?’, ‘그러면 내년에 우리는 해외로 출장을 갈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나도 모르겠네?’ 이런 거잖아요.
◆ 홍세화> 코비드19, 이게 또 최근 상황이 기후위기 인자하고 맞물려서 그게 다 연결이 된다고 봅니다마는. 엄청 어떤 성찰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전망이 어둡고 그러면 이 길이 막혀 있잖아요. 그럼 이제 돌아봐야 되는 것이죠.
◇ 김현정> 뒤를 돌아보라는 신호입니까?
◆ 홍세화> 그런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굉장히 좋은 말씀이네요. ‘너희들 지금 가고 있는 길 뒤돌아 봐.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지? 뒤 한번 돌아 봐’라는 어떤 신의 계시일 수도 있다.
◆ 홍세화> 그렇게 봐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사회운동가의 눈으로 올 한 해의 변화를 어떻게 보셨는가? 거기서부터 좀 짚어보고 싶어요. 어떤 변화를 감지하셨습니까?
◆ 홍세화> 우선 뭐 한 마디로 한다면 파국이라고 할까요? 파국 상황이고. 이건 사스키아 사센이라는 도시학 공부한 분의 개념인데요. 축출자본주의.
◇ 김현정> 축출자본주의?
◆ 홍세화> 그래서 축출이라는 의미가 아주 강력하게 지금 작용할 수 있지 않나.
◇ 김현정> 그게 뭡니까?
◆ 홍세화> 특히 비대면이라고 하는 문제하고도 결합돼서 일자리에서 축출하고 주거지에서 축출되고 그다음에 난민들이 발생하고 하는 상황을 신자유주의가 어떤 공간 개념으로 제시한 게 축출이라는 표현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코비드19가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비대면이다 보니까 관계성도 무너지고 있는, 그러니까 축출이 더 강화될 수 있지 않나? 그런 우려도 하게 되네요.
◇ 김현정> 이미 축출자본주의 사회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그게 훨씬 가속화됐고 훨씬 강화됐다?
◆ 홍세화>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자꾸 뭔가를 축출해내는 중이에요. 그러면 그래도 이 사회의 강자는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약자들은 훨씬 더 취약해지겠네요.
◆ 홍세화> 그렇죠. 축출자본주의 개념 자체가 약자들이 계속 밀려나고 축출되는데 분리 축출되는 것이 코비드에 의해서 비대면이라는 조건아래 더 강화될 수 있고 분리되고, 그러니까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상황일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아니, 진짜 코로나로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옷도 음식도 생필품도 전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요. 교육도 온라인 강의 듣고, 극장 안 가고 집에서 영화 보고, 많은 인력을 고용할 필요도 없고 있던 인력도 정리합니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IT 비대면 사회를 주도하는 빨리 적응해 가는 극소수 0.1%가 부를 가져가는 형태가 앞으로 될 것이다, 동의하시는 겁니까?
◆ 홍세화> 그렇습니다.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도 그런 우려를 표명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장래에는 아주 극소수의 슈퍼 엘리트가 이 사회를 조종하고 관리하고, 반면에 절대다수는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그냥 소마(Soma), 그냥 먹고 생존하는 존재. 사회에 어떤 기여나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그냥 생존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생존하고 숨쉬고.
◆ 홍세화> 그냥 생존자인 것이죠. 이렇게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시 민주주의의 성숙, 이것밖에는 길이 없다는 건데. 저도 결국은 어떤 민주적 통제라고 할까? 그러니까 요즘 많이 나오는 디지털 자본주의에서의 데이터 문제라든지, 빅데이터에게 이렇게 몰아가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과연 지금까지의 이 정보시스템이라든지 국가 시스템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굉장히 미지수인 것이죠.
◇ 김현정> 그거 굉장히 어렵네요.
◆ 홍세화>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디지털 사회에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 어떻게 통제를 뭘 어떻게 해요?
◆ 홍세화> 그러니까 그게 시민성의 확보가 돼야 되는 것이죠. 주체성과 비판성이 있어야 되고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숙된다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아까 그러셨어요. 압정형 사회가 되고 어떤 극소수의 엘리트가 부의 상당수를 차지해버리고 중산층은 붕괴되는 사회. 이 얘기는 결국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는, 이미 양극화는 진행 중이었음에도 더 심화된다는 얘기인 거죠?
◆ 홍세화> 그렇죠.
◇ 김현정> 얼마 전에 코로나 장발장 뉴스가 화제였잖아요, 선생님.
◆ 홍세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코로나로 실직한 남성이 고시원에 들어가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쳤다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은 사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이런 비판이 막 쏟아졌는데 알고 보니까 이 사람이 과거에도 절도를 몇 번 저지르고 보이스피싱에도 관련이 있었고 하여튼 수차례 전과가 있는 상습범이었던 거예요. 그러자 여론이 바뀌었어요. ‘아니, 이 사람, 나쁜 사람이네 알고 보니까 상습절도범이었어? 오보였어?’ 뭐 이렇게 됐거든요. 이 사건은 어떻게 보세요?
◆ 홍세화> 그러니까 한국 사회에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는데 그 ‘유’자를 저는 ‘있을 유(有)’자뿐만 아니라 ‘이끌 유(誘)’자를 써서 ‘무전유죄(無錢誘罪)’, 죄를 짓게끔 만든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아, 돈이 없으면?
◆ 홍세화> 네, 그렇죠. 그러니까 가난 상태가 이렇게 지속되게 되면 그렇게 되고 그래서 무전유죄를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할 필요가 있고요. 그다음에 저는 또 무전유병(無錢有病)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건 뭐예요?
◆ 홍세화> 항상 병들어 있는. 그러니까 제때 치료를 못 받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러한 상태에 있는 분이었다고 봐야 되고요. 그러니까 그만큼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냉대와 무관심을 보여준 사례로 봐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죠.
◇ 김현정> 저도 처음 이 사건 접하고 나중에 이면을 접하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요.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수년 동안 9개 정도 범죄를 저질렀는데요. 그 총액이 700만원 훔친 거고 감옥에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감옥에서 총 13년을 살았어요. 그러면 어쩌다가 이 사람이 이런 범죄를 계속 짓게 됐을까? 왜 보이스피싱범에게 자기 명의까지 팔았을까? 사실 우리 사회가 이걸 고민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홍세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고 보니까 집도 없어서 소재가 불명확하니까 복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했던 거거든요.
◆ 홍세화> 사각지대에 빠져 있었죠.
◇ 김현정> 우리가 이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해 줘야 되는 거잖아요.
◆ 홍세화> 그렇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소 별로 관심이 없어요. 부자들에게는 관심이 많은데. 예를 들면 우리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그러면 그 반대편에 ‘가난의 대물림’이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부의 대물림 쪽에만 가 있죠. 그리고 김수영 시인이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보통 다 사소한 일에 분개합니다.
◇ 김현정> 그렇습니까?
◆ 홍세화> 큰 도둑에게는 분노하지 못하고 작은 도둑에게는 엄청 분노를 하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까 그랬던 것 같네요.
◆ 홍세화> 네. 그러니까 이번의 경우 코로나 장발장. 이번의 경우에도 그분의 삶의 궤적을 한번 우리가 살펴봐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왜 이 사람은 이 지경이 됐을까?
◆ 홍세화> 그렇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우리가 뭘 품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또 죄를 짓고 또 죄를 짓고 또 죄를 짓고 700만원을 훔쳐서 13년을 살았을까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된다, 대안 마련이 있어야 한다.
◆ 홍세화> 네. 저희 장발장은행이 갖고 있는 생각 자체를 하나로 표현한다면 ‘사회적 모성’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 김현정> 모성이요? 엄마의 마음, 모성?
◆ 홍세화> 사회적 모성이 이분에게 그야말로 삶 자체에서 비어 있었던, 이런 점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2020년 코로나가 닥치면서 벌어졌던 어떤 사건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갔는데요. 선생님, 그러면 앞으로도 우리 사회 구조가 4차 산업혁명, 가속화가 되면서 이런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그러면 우리는 뭔가 준비를 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 코로나 장발장 같은 사람이 나랑은 아주 거리가 먼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는 얘기인 거잖아요.
◆ 홍세화> 그렇습니다.
◇ 김현정> 닥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사회는 뭘 준비해야 되고 우리 개인은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홍세화> 우선 저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노동자라든지 서민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아까 말씀드린 민주주의의 성숙과도 관련되는 것인데. 자기와 처지가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그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모습을 우리가 좀 직시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들이나 노동자라든지 상시적인 고통과 불행에는 별 관심이 없고.
◇ 김현정> 내 얘기 같지는 않은 거죠.
◆ 홍세화> 네. 그렇죠. 그걸 외면하죠. 그런 반면에 자기보다 잘 사는 사람들의 일시적인 고통이나 여기에는 엄청난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들을 좀 볼 수 있어야 되고. 격언입니다마는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말이 있잖아요.
◇ 김현정>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 홍세화> 마음도 안 간다. 이런 것이 예를 들면 미디어나 이런 데서도 가진 사람들만 주로 서사가 나오죠. 없는 사람들의 서사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의식 세계 안에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서사가 없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게 되고.
◇ 김현정> 대기업, 재벌 실장님만 나오죠.
◆ 홍세화> (웃음) 공감하게 되고. 그러니까 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게 연대의 가치인데 그러려면 공감 능력이 필요한데요. 공감하려면 서사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서사가 없는 거예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불안한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가 돌아봐야 될 지점, 오늘 첫 번째로 홍세화 선생이 시작해 주신 부분은 사회 양극화. 우리는 지금 뭘 보고 있는가? 연대와 공감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상당히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 홍세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홍세화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 홍세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2020년, 길을 묻다’ 홍세화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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