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남한산성 김훈 저 | 학고재 | 2007년 04월 14일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남한산성을 읽었다. 소설이라 했다. 그런데 소설이기보다는 너무 역사서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현 상황을 소설로 적어도 그리 유쾌할 것 같지 않다. 후세에 코로나19로 세상이 살기 힘들었을 때를 소설로 적어보아도 좋을 것 같지만... 수많은 이야기 중 말초적인 것을 끌어 모은다면 거의 호러물 같은 소설 여러편이 시리즈로 뚝딱 나올 거 같다. 헝거게임 같은, 또는 부산행 같은 좀비물 처럼, 마스크를 쓴 사람들, 심지어는 커다란 투명 하이바를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이겠다.
어쨌든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정조와 신하, 장군, 군졸, 백성의 굴욕적인 삶이 너무 슬펐다.
단, 지리멸렬한 전쟁앞에 누구도 편할 일 없겠지만 눈물 흘리는 왕이 있고, 충심으로 슬퍼하며, 앞날에 기록되어 전해질 명예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만은 살리고 싶어하는 힘없는 나라의 왕의 고충이 보였고, 아무렇지 않게 태어난 대로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반항도 없이 가라면 가고, 죽으라면 죽는 민초들의 애환과, 별다른 대우를 기대할 수 없어도 목숨내놓고 왕이 위험하단 사실을 알리고 되돌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일을 계속해나가는 날쇠, 간첩이 될지 몰라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공, 아비를 찾아 헤매다 원수에 의해 거둬들여지는 나루, 나루를 며느리 삼으려는 마음을 먹는 날쇠가 일상으로 돌아가듯, 어린 백성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아련함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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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해 겨울, 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룰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으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작가의 말 |
(목차)
눈보라 언 강 푸른 연기 뱃사공 대장장이 겨울비 봉우리 말먹이 풀 초가지붕 계집아이 똥 바늘 머리 하나 웃으면서 곡하기 돌멩이 사다리 밴댕이젓 소문 길 말먼지 망월봉 돼지기름 격서 온조의 나라 쇠고기 붉은 눈 설날 냉이 물비늘 이 잡기 답서 문장가 역적 빛가루 홍이포 반란 출성 두 신하 흙냄새 성 안의 봄 하는 말 남한산성 지도 연대기 실록 낱말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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