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사건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에너지정책이 손바닥뒤집듯 이뤄진 것 때문이고, 그걸 또 하명처럼 그대로 복명복창한 것이 문제다.
나름 고급 기술이었을테고, 전략적으로 세계에 팔아먹을 수 있는 산업자원이었을텐데,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 합의를 이끌어낸 뒤에 처리해도 늦지 않았을 것임에도 부랴부랴, 공약이니까 헤치운다는 생각으로 난림 조치를 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랏님이 시키는데, 걸마 누가 뭐라하겠어 했던 것이다. 법은 주먹보다 멀다. 그리고 힘있는 대통령이 아닌 허수아비같은 대통령이고, 직접 지시하거나 말하지 않았으니 난 상관이 없다고 손 씻을 양반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것도 정당한 방법으로, 나쁜 것도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옳다.
절차를 무시하고 생략하면 또 이꼴 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런 소박한 소망도 사치인가?
뒤숭숭한 분위기의 산업통상자원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법원이 4일 밤 월성1호기 원전 관련 자료 삭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하자 산업부는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산업부 소속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산업부 전체가 마치 범죄집단처럼 매도되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나중에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일할 맛이 안 난다" "열심히 일한 것도 죄인가"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들렸다. 한 직원은 "내가 만약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자료 삭제' 부분 등에 대해선 다들 함구하는 분위기다. 재판을 앞둔데다 당사자들 이외는 알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후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결과에 대한 산업부 입장'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피조사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한 직원들에 대해 적극행정 면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공직사회 전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동'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산업부 직원들 사이에선 원전 혹은 에너지 관련 부서에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 공무원은 전했다. 앞으로 에너지 차관이 신설되는 등 에너지 관련 조직이 커지고 업무도 많아질 예정이지만, 정작 '탈원전(부서)'이 직원들의 1순위가 된 것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총론으로 보면 이 사안은 대통령 공약사항과 국정과제 이행에 관한 것이고, 기존의 원전·석탄 중심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총론은 온데간데없고 '자료삭제'만 부각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국민이 먹고사는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 정책이 이렇게 정쟁에 휘말린다면, 행정을 할 수가 없다"면서 "차라리 국회가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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