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벽화’ 소동이 예고하는 것 쥴리 접대부설(說)은 낭설 비선(祕線) 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 풍문 쥴리의 남자들 문구 적힌 그림 여성 얼굴 옆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아니면 말고식
문제는 문재인 정권이 그런 정권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런 사상누각 같은 풍문에 의해 정권을 찬탈하고, 자칭 대깨문의 정신을 가스라이팅한 뒤에 킹크랩으로 드루킹에게 약을 팔아서 여론조작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에도 제일 잘나간다고 생각되는 윤석열을 정치로 내몰고 개떼처럼 몰려들어 물어뜯더니, 역시 가스라이팅된 친여, 더불어민주당 추종자가 벽화를 그리고, 이상한 말을 기록해두게 된다.
그런데, 이미 언론을 통해 구호며 뭐며 다 나간 뒤에 소송이 들어오니까 페인트로 문구를 지우고, 이젠 하얗게 발라뒀다.
그런다고 잊혀지는 건 아니고, 명예훼손이 아닌 것도 아니고,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것이 아니다.
법적 조치를 받자. 법의 심판을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 받자.
최경운 기자
입력 2021.08.07 03:00
최근 서울 종로통에 등장한 ‘쥴리’ 벽화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지금 시시한 상황 전개에 실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쥴리 벽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일했다는 주장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쥴리’ 의혹을 제기해온 한 유튜브 매체는 윤 전 총장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도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 의혹을 보도했던 또 다른 매체는 얼마 전 “쥴리 접대부설(說)은 낭설”이라고 보도해 뜨거워지려던 쥴리 논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대권 주자 윤석열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한 건물 관계자가 벽화의 글자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2021.7.30/연합뉴스
며칠 사이 시들해진 쥴리 소동을 보면서 한때 지난 정권의 비선(祕線) 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가 떠올랐다. 2014년 시중에는 정씨가 밤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진과 비밀리에 만나 국정에 개입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기자도 이 루머를 쫓았던 적이 있다. 정씨 행적은 물론 고향, 출신 학교 같은 신상이 베일에 싸여 있어 풍문이 더 그럴싸해 보였다.
그러다 정씨 고향이 충청도 어느 마을이라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그가 수재 의연금을 내 마을에 공덕비가 세워졌다는 미담이 근거로 제시돼 있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아 살펴보니 비석에 새겨진 주인공은 ‘정윤회’가 아니라 ‘정윤희’였다.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물어봤지만 경위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것 말고도 시중에 알려진 정씨 관련 정보를 쫓아가 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드러난 진짜 비선 실세는 정씨가 아니었다. 정씨는 오히려 청와대 비서진과 전화도 잘 연결되지 않는 허세(虛勢)에 가까웠다. 2014년 연말 정국을 강타한 청와대발 ‘정윤회 국정 개입설’ 보고서도 풍문과 전언을 짜깁기해 만든 허위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비선 실세 정윤회’는 ‘환상(幻想)’의 존재였던 셈이다. 당시 정씨에게 줄을 대려 애쓰던 기업인도 처음엔 믿지 않으려 하다가 결국 헛웃음을 지었다.
3일 오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벽화로 논란이 일었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외벽의 벽화가 흰 색으로 덧칠돼 있다. 흰 페인트로 칠해진 벽화는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가 적힌 그림과 여성의 얼굴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 쓰였던 그림이다. 문제가 되지 않은 나머지 벽화 4점은 그대로 남아 있다. 2021.8.3/연합뉴스
쥴리 접대부설과 정윤회 실세설이 닮은 점은 진위(眞僞) 여부에 관계없이 대중 머릿속에 막강한 각인(刻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강력한 자극성 때문이다. 정씨가 시중에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데는 ‘여성 대통령-남성 비선 실세’ 구도가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에도 쥴리 벽화를 성지 순례하듯 찾는 사람들이 적잖았던 것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이고 음습한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더 주목하고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네거티브 효과’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병풍(兵風) 의혹은 대선 두 달 전쯤 조작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파악됐다. 이 후보는 12월 대선에서 패배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건 말건 선거 때마다 실체 없는 자극적 네거티브가 넘쳐 나는 까닭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공직에 도전하는 사람의 중대한 법률 위반 같은 하자는 검증을 통해 걸러져야 한다. 하지만 실체 없는 네거티브는 상호 작용을 일으켜 후보 간 역량 검증과 정책 논쟁의 실종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한 정치 평론가는 네거티브 대응책으로 “정책엔 관심 없고 상대를 추악한 인간으로 매도하는 것에 몰두한 네거티브전엔 ‘데탕트(화해)는 없다’는 자세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라”고 했다. 한국 대선 주자들이 예고하는 치열한 상호 검증이 쥴리 소동 수준에 머문다면 유권자는 후보들의 비전 싸움이 아니라 피가 철철 넘치는 이전투구만 구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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