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불구덩이에 이 남자가 뛰어든 이유 김경율 회계사 공권력 감시·견제 기관 정상 작동 않는다 정상 국가라면 성남도시개발공사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 압수 수색했을 것
과연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무시되고,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 권력의 비호가 어떻게 진행되고, 흑색 선전, 관심 돌리기, 비호세력 몰아가기 등등의 정치 공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몇년 지나야 파악이 될 거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밝혀져서 면책도 받지 못하기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아니면 또 잘 넘기고 난 뒤 퇴임하면서 또 자살로 수사종결될 지 어떻게 알겠나?
정상적인 국가인지, 그런 사회인지, 엉터리를 옳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흑색선전에 놀아나지 말기를 바랄 따름이다.
아마도 답은 나와있을 것이고, 그걸 비호하는 세력이 커서 오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리라...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10/02/3NRXEI7G6NF25HR47K5KZL4TEY/
‘화천대유’란 불구덩이에 이 남자가 뛰어든 이유
광화문 4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김경율 회계사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1.10.02 03:00
김경율(52) 회계사는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로 번지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공론화한 주역이다.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경기경제신문이지만, 보도 직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지난달 3일 새벽 1시 52분, ‘샹그릴라(이상향)는 세상에 있을까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김 회계사는 개인 7명이 총 3억5000만원을 투자해 그 1100배인 404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대장동 일확천금 미스터리를 전격 해부해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회계사는 “아는 변호사가 전달해준 대장동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니 위험은 공공이 지고 수익은 특정 개인이 가져가는 구조더라. 첫 느낌이 이건 배임 여지가 뚜렷하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재벌 기업에서 나타나는 일감 몰아주기와 비슷했다. 자금 흐름을 살펴보니 특정 민간 주주에게 과도한 배당이 되고 있더라. 이 사업에 민간 주주(보통주)로 참여한 ‘SK증권’이 실은 개인 7명으로 구성된 천화동인 1~7호를 숨기기 위한 특정금전신탁이란 사실을 알아낸 뒤, 사건이 예상 외로 클 수 있겠다는 감이 왔다.”
언제고 노트북과 자료가 잔뜩 뜬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며 경제 사건의 현장을 파헤치는 김경율 회계사.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검찰의 뒤늦은 압수 수색에 “공권력을 감시·견제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누가 되든 정권은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9만평에 5684가구를 지어 분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2014년 당시 성남시장으로 이 사업을 설계한 이재명 경기 지사는 “개발 이익을 공공으로 환수한 최대 치적” “문제가 있다면 100% 수사받겠다”고 자신했지만 특혜 의혹은 여야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까지 강타한 뒤 검찰로 넘어갔다.
난맥으로 얽힌 대장동 의혹의 핵심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방송에서 설명하느라 하루가 모자란다는 김경율 회계사는 “정상 국가라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 등 관련 기관을 벌써 압수 수색했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배당금 분배의 실체가 담긴 주주 간 협약서를 확보해 배임 여지가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사건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21년간 몸담은 참여연대와 결별한 그는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 중 한 사람. “문재인 정부 들어 공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계속 떠든다”는 김 회계사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벽을 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조국 저격수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지역과 소셜미디어에서 떠돌던 대장동 특혜 의혹을 본격 공론화했다.
“한 달 전부터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고, 친한 변호사가 한번 봐달라며 자료를 보내왔더라. 그날 낮술을 마시느라 밤에 들어와 열어봤는데, 첫 느낌에도 이건 배임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천대유라는 민간 주주가 5000만원을 투자하고 577억을 가져갔다. 누가 봐도 과도한 배당 아닌가.”
-화천대유와 함께 민간 주주로 참여한 SK증권이 천화동인 1~7호라는 개인들을 위한 특정금전신탁이라는 건 어떻게 밝혀냈나.
“화천대유 관계사 중에 천화동인 1호가 있는데, 감사 보고서를 보니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성남의 뜰’ 주주 명부에는 천화동인 1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엑셀 작업을 해서 쫓아가다 보니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설립 시기와 주소, 이사와 임원들 명단이 똑같았다. 또, 이들의 설립 자본금을 다 합쳐보니 SK증권의 투자액 3억과 맞아떨어지더라. 결국 SK증권은 개인 7명을 숨겨주기 위해 이름만 빌려준 껍데기, 방패였다.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조선일보 기자에게 연락이 왔고, 화천대유에서도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된 것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언론사 등에 소송을 예고했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경기경제신문이다. 제보받은 내용을 칼럼으로 쓴 건데, 화천대유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바로 고소해버렸다. 내가 이 문제를 페북에 올렸을 때에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기사를 쓰기 시작하니 다른 매체들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소송은 두렵지 않다. 참여연대 시절 삼성, 현대, 쌍용 등 재벌 기업들과 무수히 싸우며 단련된 나다(웃음).”
-이 지사 측은 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 리스크(고위험), 하이 리턴(고수익)! 잭팟 아니면 깡통이 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한 민간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이 리스크?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위험 요인이 거의 없는 사업이었다. 땅을 사서 모으는 지주 작업만 해도, 도시개발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강제로 땅을 수용해주니 부담이 있을 리 없다. 토지에 대한 각종 인허가도 위험 요소가 안 된다. 성남시가 주도해 개발하는 사업이니까. 당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분양률도 미지수였다고 주장하는데, 판교 남쪽에 있어 소판교, 꼬마 판교라 불리던 대장동은 이미 금싸라기 땅이었다.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따내려는 기업들의 경쟁률이 100대1을 넘었다.”
-이 지사 측은 5500억원 공공 수익을 가져온 최대 치적이라던데.
“그건 상당 부분 기부 채납 등으로 얻은 수익이다. 어떤 민간 기업이고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면 공원, 터널 등 공공 시설을 설치해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기부 채납하게 돼 있다. 문제의 핵심은, 지분을 50% 가진 성남시가 전체 배당금 6000억원 중 1829억원(30%)을 가져갈 때, 지분 7%를 가진 민간 주주가 4040억원(70%)을 가져간 것이다. 그뿐인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4000억원의 택지 조성 배당금 말고도, 대장동 지구 15곳 중 다섯 지구의 아파트 분양 사업권을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갔다. 다 합치면 이들이 거둔 수익은 1조가 넘을 것이다.”
◇위례는 모의고사, 대장동은 본고사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때인 2010년 위례지구 사업 때 큰 수익을 본 세력이 그대로 대장동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푸른위례프로젝트는 대장동 의혹을 푸는 한 열쇠가 된다. 대장동처럼 민관 합동으로 개발된 위례지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5% 지분으로 총배당금의 50%를 가져갔다. 그런데 대장동에서는 50% 지분으로 배당금의 30%만 가져갔다. 추가로 발생한 이익도 가져가지 못했다. 위례와 비교하면, 민간 투자자의 수익은 극대화하고 성남도시공사의 수익은 줄여나간 구조다. 배임 여지가 그래서 심각하다는 거다. 대장동 사업에서 SK증권으로 위장해 투자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등은 위례프로젝트에서도 5000만원을 투자해 그 60배 수익인 30억원을 가져갔다. 이들이 위례에서 모의고사를 본 뒤 그 경험을 토대로 대장동으로 와서 1100배 수익을 남기는 본고사를 치렀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성남시라는 관(官)이 시민들 땅을 헐값에 수용해 특정 개인들이 수천억을 벌게끔 판을 만들어준 셈이라는 건데, 이 지사도 민관 합동 개발의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 아닐까.
“이 지사처럼 치밀한 분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이런 수익 구조의 공공 개발이라면 사업 계획 단계에서 거절하거나 제동을 걸어야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도 대장동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 우려를 한 것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원유철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 법조인들까지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
“야당인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직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김경율은 여당만 조진다, 조·중·동과 같이 움직인다, 국민의힘 사람이다’라고 공격하니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된 건 확실하다.”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는 데, 이재명 지사에 대한 김 회계사의 정치적 호불호가 작동한 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이재명 지사를 좋아했다. 들어보진 않았지만 형수 욕설 논란만 해도 뭐랄까, 짠한 느낌이 들더라. 가난했던 나 역시 온종일 욕설과 고함이 떠나지 않는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이 지사에게 연민 같은 게 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도 제일 낫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 신천지를 다루는 방법, 지방소득세에 대한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공직자로서 겪어보지 못한 유형이랄까.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논란처럼 이율배반적이고 선동적인 모습을 끊임없이 보인다. 대장동 사업은 모두 자신이 설계했다, 아무 위험이 없었다 해놓고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는 걸 보라. 건설 사업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엄단하겠다고 했던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은 페이퍼컴퍼니였다고 당당히 소개한다. 조국 전 장관이 위선 범주에 속한다면, 이 지사는 그걸 뛰어넘는다. 극단적으로 모순된 양태를 그때그때 확신에 찬 발언과 행동으로 밀어붙인다. 공공의 영역에 있을 사람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경율 해괴사의 일해라 절해라’ 캡처
김경율 회계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경율 해괴사의 일해라 절해라’ 캡처
◇시민사회가 괴물이 됐다
김경율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했지만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다 복학 후 회계사 시험을 본다. “CPA(공인 회계사)가 뭐의 약자인지도 몰랐다(웃음). 졸업 후 먹고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학점은 1.3점대로 바닥이니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래서 회계사 시험을 봤다. 숫자 좋아했고, 수학은 좀 하는 편이었으니까.” 합격 후 참여연대를 찾아가 비상근 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론스타 먹튀 사건, 쌍용차 회계 분식,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참여연대의 간판으로 떠오른다.
경제금융센터소장, 집행위원장 등 요직을 맡으며 21년 동안 헌신한 참여연대와 결별한 건 조국 전 장관 때문이다. 조국 가족의 사모펀드 사건을 들여다본 그는 이를 권력형 범죄로 규정, 참여연대가 조국의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거부하자, 2019년 9월 29일 새벽 ‘조국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은 참여연대는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의 독설을 페이스북에 쏟아낸 뒤 참여연대를 떠난다. 이 인터뷰 다음 날인 29일은 그가 참여연대를 탈퇴한 지 꼭 2년 되는 날이었다.
-조국 가족 펀드 사건을 기점으로 김경율의 인생이 달라진 건가.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 친구들의 80%가 떨어져 나갔으니까(웃음). 그러나 미련은 없다. 내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등산 동호회나 독서회 모임을 갔을 것이다. 그 나름의 목표와 역할을 가지고 함께 일하다가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라선다면 서운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국 이후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사건, 또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아쉬움이 전혀 없다.”
-조국 전 장관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냈으니 모르는 척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그걸 모른 척하는 건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치는 것이다. 누가 들어주든 말든 내가 할 말은 해야 했다. 시민 단체가 정파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을 땐 적폐 청산 TF에 들어가 활동했다.
“산업자원부, 교육부 등 세 군데서 뛰었다. 숫자 관련된 걸 봐달라며 많이들 찾으시더라. 그런데 TF 참여자들의 면면과 그들의 적폐 청산 의지는 형편없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스스로 적폐 청산 컨트롤타워라고 자임했지만 추진력은 물론 성과가 지지부진한 걸 보면서 기대를 접었다.”
-윤미향과 정의연의 회계 부실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과 윤미향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시민 단체들은 정확히 1주일 만에 연대 성명을 냈다. 윤미향의 위안부 활동에 흠집을 내지 마라, 회계 문제 깨끗하고 이걸 문제 삼으면 친일 적폐다, 이러면서. 무슨 근거로? 과거 시민 단체들의 금전 사고가 터지면 나를 불렀다. 그러나 사실 수집도 없이 그들은 윤미향을 지키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를 말살하려고 하더라. 김근수 교수라는 분은 ‘독립군 회계장부에 문제 있다고 일본군 편들면 되겠습니까’라고까지 했다. 아, 이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도 절멸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괴물이 된 거지”.
◇돌들이 일어나서 말하리라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독설가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의, 평등, 공정이 탁현민 비서관의 소품 정도로 전락해버렸다’고도 했다.
“진심이었다. 이번 정부가 외치는 정의, 공정, 평등은 액세서리일 뿐이다. 다 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문 정부 들어서 감찰, 견제 등 내부 통제 기능이 완전히 말살되는 걸 목격했다. 오죽하면 검찰과 감사원의 두 수장이 염증을 느끼고 야당으로 갔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재벌 개혁을 목표로 삼성을 들여다보고 현대차를 들여다봤는데, 문재인 정권 4년 내내 나는 조국, 윤미향 등 막말로 ‘잡범’들만 상대하는 중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촛불에 대한 수많은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있었는데 이들은 정치 영역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소양조차도 없다.”
-원래 그렇게 다혈질인가. 말도 잘하시고.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 시절 집회 때 선배들이 앞에 나가 연설할 사람을 정하는데 단 한 번도 응하지 못했다. 버벅거림의 전형이라. 그런데 성경에 ‘돌들이 일어나서 말하리라’는 구절처럼, 내가 말해야 할 순간이 오고 싸워야 할 순간이 오니까 스스로 말하게 되더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사건 때도 그랬고, 난 주로 혼자 싸워왔다. 변호사들은 다 포기하라고 했지만 2심까지 올라가 이겼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회계사로서 생업을 이어간 건가?
“산동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지금은 인천에서 개업했다. 가늘고 길게 살 수 있는 물적 기반은 된다(웃음). 시민운동 하면서 내 힘으로 먹고살 기반이 되어주니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 안 했다. 참여연대 임원을 하면서는 사비를 연간 2000만원씩 쓰기도 했다. 생계가 뒷받침되니 시민운동이 권력과 자본과 결탁하는 유혹에서 벗어났던 것 같다. 전라도 말로 심간 편하게 운동한 셈이다(웃음).”
-현재는 ‘경제민주주의21′이라는 시민 단체를 이끌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분 중 절반이 떨어져 나와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참여연대나 다른 단체처럼, 회원 동향에 연연하며 운동하지 말자, 그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자 다짐하면서. 권력 감시, 재벌 감시 본연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참여연대를 탈퇴해 ‘경제민주주의 21’이라는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우리 사회의 좌우(左右) 구분은 매우 작위적”이라고 쓴소리 했다. “둘 다 도덕적 기반도 없으면서 그저 모양내기식으로 좌우를 가르죠. 최소한의 양심도 갖추지 않고, 만날 거짓말만 해대면서.”/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의심하고 검증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대선 유력 주자 중 한 사람인 윤석열 전 총장도 만났더라.
“몇 번 만나자는 연락을 간접적으로 받았는데 거절하다가 내 고객인 의사분을 통해 직접 통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만나게 됐다. 조언이라기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소회를 나눈 가벼운 자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를 많이 하더라. 최근 한 예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던데, 그게 단지 정치적 행동은 아니었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다. 내가 볼 때 노무현을 닮은 사람은 문재인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정치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는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까지 지내면 그런 제안은 늘 받는다. 실제로 참여연대에서 정치인을 많이 배출했다. 그런데 그 끝이 너무 초라하더라. 4년 국회의원 한 뒤 정치권 언저리에서 떠도는 것도 구차해 보였다. 가면 끝이구나 싶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여기서도 정치하는 거나 다름없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판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대신 가서 돌아오지는 말라고 한다. 그래야 시민사회가 건강해지니까.”
-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준비가 덜 된 탓이다. 기성 정치인, 관료들, 특히 경제 관료들과 맞붙어 싸우기에 역부족이다. 초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료들은 국회의원들을 갖고 논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안경환, 조국 등 이번 정부의 행정적 주류들이 이뤄낸 게 대체 뭔가.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입에 담기 좋은 말만 하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구호성 운동만 해온 사람들이라 그렇다.”
-대선 후보 중 뽑을 사람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불구덩이에 자청해 들어가 싸우는 삶을 살 것인가?
“숫자 보는 능력이 있으니 계속 이렇게 살 것 같다(웃음). 의심하고 또 검증하면서. 회계 용어로 프로페셔널 스켑티시즘(skepticism).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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