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다.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또 다른 집단감염이 튀어나오면 문제라고 떠드는 수밖에 없다.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무능하게도 해결 못하고 있다는 건 너무 아쉽다.
다행이라면 추워져서 마스크 착용에는 불편함이 없고, 일상적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정신적 충격은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출구가 없는 코로나 방역에 심신이 어렵고 고민되는 건, 전국민을 아우르는 국면 전환 용 방역 정책이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기본을 지키고 발전해야 할텐데, 퇴보하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화장실 환기구로? 한 아파트 65명 감염 미스터리
김성모 기자
입력 2021.10.22 04:05
서울 동작구 3개 동 920여 가구 단지 아파트에서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이 아파트 거주민 한 명이 처음 확진된 뒤 거주민과 접촉자 등 총 2075명에 대해 진단 검사를 했더니, 20일 만에 아파트 주민 56명, 아파트 근로자 5명 등 총 65명이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올 들어 주거지에서 나온 최다 확진 사례다. 군인들처럼 주민들이 같은 공간(생활관)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이 아파트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염 통로’로 엘리베이터와 함께 화장실 환기구가 의심받고 있다. 화장실 환기구 근처 검체(檢體·시험 물질)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는 모습. 2021.10.20/연합뉴스
◇화장실 환기구가 확산 주범일까
21일 국회 서정숙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배수구, 화장실 환기구, 일반 가정 내부 등 43곳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했다. 이 가운데 6건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는데, 3곳은 일반 가정 내부였고, 나머지 3건은 화장실 환기구에서 나왔다.
이는 작년 8월, 확진자 28명이 나온 구로구 아파트 집단감염 때와 흡사하다. 당시 화장실 환기구를 타고 공기 중으로 코로나가 전파됐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허종호 국회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구로구 아파트 감염 원인을 분석해 ‘감염병 국제 저널’에 논문을 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오래된 아파트 화장실 수직 환기구는 공기 차단 장치가 없다. 환기구를 통해 공기가 순환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여름철 외부 기온이 환기구 굴뚝 내부 온도보다 높은 상태에선, 굴뚝 내 찬 공기가 아래쪽으로 흘러 하부에 쌓이는 공기 흐름을 보인다. ‘역(逆) 굴뚝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에서 아래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 상층부에 사는 확진자가 샤워를 하면서 기침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침방울을 튀기면 습한 화장실 내부에서 작은 침방울(에어로졸)이 만들어지고, 이게 아래층으로 번져 감염 확산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화장실 환기구 근처 검체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구로구 아파트는 1988년에 지어져 층간 공기 차단 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바이러스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아파트 ‘감염 위험 공간’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도 여전히 유력한 감염 확산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동작구) 해당 아파트에서는 거주자와 종사자가 공용 엘리베이터를 함께 사용하고, 종사자의 휴게실이 자연 환기가 어려운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CCTV 분석에선 거주민들 일부 마스크 착용이 미흡했다는 점도 발견됐다고 한다.
한 평 남짓한 엘리베이터는 좁고 밀폐돼 있어 바이러스 확산이 쉽고, 팔걸이나 누름 버튼 등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주민에게 옮겨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아파트 확진자들과 마주쳤던 청소 근로자가 환기가 안 되는 지하 휴게실에 모여 있다가 감염이 추가 확산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서울시는 다만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밝히긴 어려운 상태”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자제하는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재택 치료도 위험 요인 많아
문제는 아직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이 동작구 아파트에 재택 치료를 받는 확진자가 있다는 점이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만약 코로나 치료제가 보급돼 약을 먹으면서 재택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약 복용 시 바이러스 배출이 감소해 큰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아직 치료제도 없는데, 확진자들이 집에 머문다면 화장실 환기구 등을 통한 추가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서정숙 의원은 “재택 치료를 허용할 땐 추가 감염·전파 가능성을 확인하고, 동거 가족과 화장실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생활할 여건이 되는지 확인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종호 부연구위원은 “미국처럼 재택 치료를 허용할 땐 집의 위생 환경이 병원에 버금갈 정도로 안정하고, 위생적으로 유지·관리되는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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