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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의 이 ‘B컷’은 왜 영정사진이 됐을까 강수연 영정사진 찍은 사진가는 구본창 유족이 18년 전 화보사진 요청 당시 안 실린 정면 응시 컷으로 기억할 수 있는 얼굴로 마지막에 드러나

창(窓)/연예窓

by dobioi 2022. 5. 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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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 塞翁之馬 다. 생각대로 되지도 않고, 생각과는 다르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겠다. 이러고 싶어도 이렇게 살지 못하고, 저러고 싶어도 저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풀지 못한 숙제다.

 

18년 전에 찍었지만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수려한 사진이 사진사의 보관함에 잘 보관되어 있다가, 주인공이 떠나고 나서야 자리를 빛내주었다.

 

영화같고 소설같은 그녀의 마지막 걸음이 아니었나 싶고, 또 끝을 기억할 수 있는 얼굴로 드러나게 되었다.

 

인연이 귀하다 할 수 있고, 전국민의 고나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급작스럽게 떠나버려 미처 인사도 못하고 보내는 지인들이 허다할 거라 생각되어, 언제라도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의미있겠다 생각된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다.

그렇게 떠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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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의 이 ‘B컷’은 왜 영정사진이 됐을까

강수연 영정사진 찍은 사진가는 구본창

유족이 18년 전 화보사진 요청

당시 안 실린 정면 응시 컷으로

 

김미리 기자

입력 2022.05.09 18:35

강수연의 영정 사진. 구본창이 18년 만에 찾아낸 화보 B컷이다. /구본창 사진가

 

연기 인생 53년. 찍히는 게 업(業)이었던 배우 강수연(56)의 마지막을 함께 한 영정 사진은 빨강·하양 줄무늬 상의를 입은 채 팔로 목을 감싼 모습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남김 없이 뒤로 넘겨 완벽한 달걀형 얼굴 선을 또렷이 드러낸 사진. “아련한 눈빛으로 작별 인사 하는 것 같다” “너무 슬퍼 보인다. 왜 이 사진이었을까”…. 사진을 둘러싼 궁금증이 인터넷을 달궜다.

 

“강수연은 눈으로 말을 거는 피사체였다. 여배우의 고독과 애절함이 눈동자에 묻어 있었다. 그 눈빛을 담겠다고 찍은 사진이 영정으로 쓰이게 되다니….” 수화기 너머 사진가 구본창(69)이 한숨을 내뱉었다. 강수연의 장례식장에 들렀다가 막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2002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석한 강수연(왼쪽)과 구본창. /사진가 구본창 제공

 

영정 사진은 그가 지난 2004년 패션 잡지 ‘바자’ 화보용으로 찍었다가 실리지 않은 B컷이었다. 구본창은 “강수연씨가 돌아가신 날 여동생이 급히 영화사 관계자를 통해 연락했다. 내가 찍은 빨간 스웨터 입은 언니 사진을 영정으로 쓰고 싶다더라”고 했다.

 

원래 유족이 요청한 사진은 잡지에 실린 사진이었다. 강수연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시선을 아래로 향한 모습이었다. “그 사진은 얼굴이 잘 안 보여 영정으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18년 전 그날 찍은 사진 파일을 몽땅 뒤져 보니 정면을 응시한 사진이 딱 한 장 있었다. 그걸 보내줬다.” 강수연도 살아생전 보지 못한 B컷이 인화돼 빈소에 걸렸다.

 

유족이 원래 요청했던 강수연 사진. 2004년 잡지에 실린 사진이다. /사진가 구본창

 

구본창은 사진을 순수 예술로 승화시킨 1세대 사진가 중 하나.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대우에 입사했다가 퇴사, 1979년 독일 함부르크조형미술대에서 유학했다. 1985년 귀국 후 대학 동문 배창호 감독과의 친분으로 영화 포스터 작업을 시작했다.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구본창이 강수연을 처음으로 찍었을 때다. /사진가 구본창

 

강수연과의 인연은 35년 됐다. 첫 만남은 1987년 이규형 감독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포스터 사진 촬영 때였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 후로도 오랫동안’ 등 강수연이 주연한 영화 포스터 작업을 여럿 했다.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구본창이 강수연을 처음으로 찍었을 때다. /사진가 구본창

 

영화 '경마장 가는 길'. /사진가 구본창

 

강수연은 구본창의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니 내가 막 귀국해 한창 열심히 작업할 때가 강수연의 전성기였다. 배우로서의 열정이 늘 넘쳤는데 다 쏟아붓고 가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영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진가 구본창

 

구본창이 기억하는 강수연은 “시원시원하고 강단 있지만 외로움도 깊었던 배우”였다. 2004년 화집 제목은 ‘Timeless Beauty(영원한 아름다움)’. 강수연은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났다.

 

젊은 시절의 구본창과 강수연. /사진가 구본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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