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도둑 먹방] 돈 훔치러 왔다가 4시간 빵 폭풍흡입 3년전 이 사건이 부른 반전 사건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은 2배 늘어 현재 13명 현대판 장발장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이더라. 그래서 선처해줬..
이런 빵집 사장님이 있다니, 대단하다. 물론 선처를 해주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나름 자신이 만든, 개발한 빵을 먹어준 것과 그럴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었다고 이해해줬기 때문에 만들어진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나 맛있었길래 빵을 하나 먹어보고는 몇시간 동안이나 빵을 뜯어서 먹어 헤치웠나 싶고, 그동안 얼마나 굶었길래 도둑질을 했겠나 싶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매출도 늘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더 행복한 일이 많아질 거라 생각된다.
돈 훔치러 왔다가 4시간 빵 폭풍흡입... 3년전 이 사건이 부른 반전
김소정 기자
입력 2022.06.20 16:16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불꺼진 A빵집. 한 남성이 테이블 위에 놓인 빵들을 만져보더니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다. 이후 이것저것 집더니 본격적으로 빵들을 먹기 시작한다.
레몬 머핀, 초코칩 쿠키, 에스프레소 시나몬 머핀, 레몬파운드, 당근케이크, 초콜릿케이크 등...
이 남성이 먹은 빵과 케이크 목록이다. 빵 먹방은 무려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제서야 빵집에 온 이유가 생각났는지 계산대로 이동해 돈통을 열고 현금을 훔친 뒤 달아났다.
A빵집에서 4시간동안 빵 먹은 남성 영상 캡처/YTN
이 사건은 3년 전인 2019년 6월7일에 벌어졌으나,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유는 인스타그램에 생긴 새로운 ‘고정’ 기능 때문이다. 과거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누른 뒤 ‘페이지 상단에 고정’을 선택하면 가장 최신 게시물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다.
A빵집 주인인 송성례(29)씨는 최근 이 고정 기능을 이용해, 3년 전 사건 CCTV 영상을 인스타그램 피드 최상단에 배치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현대판 장발장”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뜨렸고, 다시 화제를 모았다.
2019년 6월7일 A빵집에서 4시간 동안 빵 훔쳐 먹은 남성/A빵집 송성례 대표 인스타그램
송씨가 기억하는 그날은 이랬다.
송씨는 20일 조선닷컴에 “6월7일 출근했는데, 가게 주변에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때부터 쎄했다. 그러고 나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케이크가 하나도 없더라. 전날이 제 생일이어서 폐기되는 빵과 케이크를 정리하지 않고 직원들과 ‘다음날 치우자’라 하고 퇴근했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돈통을 열어봤는데 아무 것도 없더라. 112에 신고했고, 경찰과 CCTV를 확인했다”라고 했다.
CCTV를 본 송씨와 경찰들은 없어진 돈 보다 4시간 동안 빵 먹는 남성 모습에 빵 터졌다. 송씨는 “정말 4시간 동안 빵만 드시더라. 처음에 배가 고프셨는지 들어오셔서 빵 하나를 먹고, 둘러보다가 하나를 더 먹더라. 그리고 또 다시 케이크 3~4조각을 먹고. 계산해 보니 그분이 먹은 조각케이크만 8조각이다. 빵들도 남겨뒀었는데 거의 남은 게 없었다”고 했다. 이어 “12시에 시작한 먹방은 새벽 4시에 끝났다. 다 먹고난 후 계산대로 가더니 돈통에서 현금 15만원을 빼서 나가더라”고 덧붙였다.
송씨는 이날 사건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생일선물’이라고 했다. 송씨는 “15만원을 잃었지만 크게 화나는 건 없었다. 오히려 뿌듯했다. 그때 가게에 있던 빵과 케이크는 모두 내 레시피로 만든 건데, 그분이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큰 힘이 되더라. 생일선물을 받은 기분이더라. 그래서 선처해줬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 사건을 가게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인스타그램에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한 뒤 “처음엔 속상했지만 가면 갈 수록 시트콤이라 시간이 지나도 웃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라고 후기를 남겼다. 또 이 남성이 먹은 빵과 케이크 목록도 공개했다. 그리고 이를 ‘도둑의 PICK’이라고 명명했다.
A빵집 송성례 대표가 2019년 6월7일 사건 이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도둑의 픽' 빵 목록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유쾌한 송씨 모습에 열광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빵맛이 너무 궁금해서 가봐야겠다”, “도둑도 인정한 빵집”, “100% 순수 리뷰다” 등 무려 700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고, 실제로 손님과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송씨는 가게를 넓히고, 분점도 냈다. 사건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은 2배 늘어 현재 13명이다.
송씨는 “너무 감사하게도 이 사건이 매년 회자된다. 저희 빵집 이름은 몰라도 온라인상에서는 ‘도둑픽 빵집’이라고 하면 다들 아시더라. 실제로 요즘에도 도둑픽 빵 찾는 분들이 꽤 있다. 그날 이후, 무엇이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부정적인 일도 선물이 되는구나 생각하며 살고 있다”라며 웃었다.
A빵집 송성례 대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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