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한 대우조선 0.3평 철창에 몸 구겨넣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삶 그 자체 대우조선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31일 만에 철창서 해방 대우조선 하청노사 51일 만에 협상 타결 공권력 투입
다행스럽긴 하다. 잘됐다, 잘했다고 보기에는 좀 어렵다. 노도 그렇고, 사도 그렇다. 큰 금액의 손해를 일으키고, 급여를 조금 올려받아서 좋아해본들, 결국 그 손해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고, 그걸 지켜보는 다른 노동자들은 저렇게 하면 주는구나, 제대로 해야겠다 하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을도 아닌 노는 어차피 힘도 없고, 어디다가 협상할 껀덕지도 없고, 주는 대로 받고 떨어져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그게 아니려면 을같은 노가 되야 하는데, 거기에는 오를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고 그래서 어거지로 급여를 좀 올려달라고 버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납품해야 하는 배를 볼모로 잡아서 목숨을 내놓을 것처럼 어깃장을 놓은 것을 보면서, 눈빛이 무섭다 생각했다. 독기를 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눈빛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만난다면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는 또 뭔가 싶다. 물가 상승이 가파른데, 코로나로 모두 손해를 입었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만들었던 배를 진수하게 되었으니, 잔치 같은 분위기였을텐데, 그동안 만들었으니 그걸로 됐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그리고, 결국 합의를 했고, 가로막혔던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진수를 할 수 있었겠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가 궁금하다. 깽판을 쳐도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무리들이 있고, 임금를 올려주겠다고 해도 또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거 같은데, 이게 무슨 엉터리 같은 셈법인가?
옛날에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유니폼에 있는 주머니를 없앴고, 이제는 알바를 줄이고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걸 노동자도, 사용자도 인식해야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파국 피한 대우조선
0.3평 철창에 몸 구겨넣은 하청 노동자…"비정규직 삶 그 자체"
경남CBS 최호영 기자 2022-07-23 09:21
대우조선 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31일 만에 철창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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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부지회장이 철제 구조물에서 나오고 있다. 강인석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페이스북 캡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철제 구조물에 자신을 가뒀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옥쇄 투쟁'을 끝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사 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농성에 들어간지 31일 만인 22일 오후 6시 30분쯤 그는 들것에 실려 나왔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 옥포조선소 1독에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 화물창 바닥 1㎥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자신의 몸을 구겨 넣은 뒤 용접으로 출입구를 막았다. 한 달 동안 눕지도, 일어서지도 못했다.
유 부지회장이 철제 구조물에서 나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심적으로 힘든 상태인데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조합원들은 1독 앞 다리에 늘어서 그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철제 구조물이 뜯기자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은 그는 웅크린 몸을 펼 수 있었고, 들것에 실려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올랐다. 그리고 유 부지회장과 함께 고공농성을 벌인 6명도 한 달 만에 맨땅을 밟았다.
이들을 걱정하며 임금협상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조합원들은 "사랑합니다!", "투쟁!"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겼다.
철제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 연합뉴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0.3평이라는 공간에 자신을 가둔 31일간의 모습은 조선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그 자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 삶을 전국적, 사회적 문제로 확산시켰고, 하청노동자의 실상을 알렸다는 데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파업은 51일 만에 끝났다. 하청노사는 임금 4.5% 인상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책임 면책에 대한 부분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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