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자던 대기업에 자료줬다가 아이디어 뺏겼다 분쟁 휘말리는 중소기업들 시간·돈 많이 들어 이기기 어려워 목장 관리 플랫폼 ‘키우소’ ‘NH하나로목장’ 앱 출시 아이디어 탈취 앱 만..
사실 대기업에서 덤벼들어서 좋게 끝나는 경우를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깽판을 놓거나, 아니면 탈취해서 베끼거나, 아니면 좋은 아이디어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도록 행패를 부려서 더러워서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시장을 흐리고,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대기업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중소기업을 도와주거나, 오히려 투자하는 대기업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나쁜 마음을 먹는 협잡꾼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민심이라 생각한다.
나쁜 대기업만 있거나, 모두 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대기업을 없애야 할 수도 있고, 좋은 대기업을 양성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시간·돈 많이 들어 이기기 어려워”
협력하자던 대기업에 자료줬다가…“아이디어 뺏겼다”
분쟁 휘말리는 중소기업들 “시간·돈 많이 들어 이기기 어려워”
강다은 기자
입력 2023.01.27 03:00
목장 관리 플랫폼 ‘키우소’는 축산 농가에서 소가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생애 전 과정을 관리해주는 기술로 2020년 12월 농협중앙회 주최 공모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수기로 목장 관리를 해왔던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한 혁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키우소는 최근 다름 아닌 농협중앙회와 아이디어 탈취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다. 키우소가 2020년 5월 앱을 출시한 지 1년여 만인 2021년 6월 농협중앙회 지주회사 농협경제지주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NH하나로목장’ 앱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그래픽=백형선
키우소 측은 “농협경제지주가 수개월간 키우소 앱을 몰래 모니터링하고, ‘협업하자’고 접근한 뒤 아이디어를 탈취해 앱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농협경제지주는 “먼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완해 통합 서비스를 새로 낸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키우소 측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기술 탈취’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 최근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에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피해를 주장하는 중기·스타트업들은 “회사가 영세해 대기업 상대 분쟁에 취약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하겠다며 아이디어 탈취”
기술·아이디어 탈취 분쟁은 하도급 혹은 협력관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 “MOU를 맺자”고 한 뒤 사업 정보를 얻어간다는 것이다. 대입 리뷰 플랫폼 ‘애드캠퍼스’를 운영하던 스타트업 텐덤은 2020년 입시 정보기업 진학사가 자사의 아이디어를 표절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특허청에 고발했다. 텐덤 측은 “진학사와 MOU를 체결하고 관련 자료를 전달했는데 진학사가 1년 3개월 뒤 거의 유사한 플랫폼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특허청은 진학사가 아이디어를 탈취한 것으로 인정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2월 1심에서 텐덤에 패소 판결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근 수년간 탈취로 논란을 빚다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수정한 대기업들도 적지 않다. NHN의 간병인 매칭앱 ‘위케어’는 2021년 스타트업 에이치엠씨네트웍스의 ‘케어네이션’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LG유플러스가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LG홈인’은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자 관련 사업을 접었다. LG유플러스는 “해당 의혹 때문이 아니라 사업성이 불투명 해 사업을 접은 것”이라고 했다. KT도 지난해 인공지능 음성 합성 서비스 ‘KT AI 보이스스튜디오’에 대해 표절 의혹이 일자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서비스를 수정했다.
◇”대기업과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지원 강화해달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명백한 기술 침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규모가 작은 회사로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 분쟁을 피하거나, 분쟁 중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구제 업무를 담당하는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 경청의 최종훈 이사는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 아니라 돈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며 “특허청이나 공정위 단계에서 이기더라도 재판에선 대형 변호인단을 꾸린 대기업에 패하거나 시간 끌기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2022년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 점수는 49.3점으로 대기업(87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에서 기술 침해 피해를 당해도 중소기업의 15.8%는 별도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주변에 기술이나 아이디어 탈취 경험이 있는 대표들이 정말 많지만 대부분은 문제를 제기할 시도조차 안 하고 단념하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에 대한 정액 과징금 한도를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고, 전담 조직도 확대했다. 특허청도 올해 기술범죄수사 지원센터를 신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적 분쟁에서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소송까지 하면 사업 지속이 어려운 기업이 많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중재해 원만히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3/01/27/MLPRCRUPR5BKJIU322QK7Y6W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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