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수십만 명 대선 투표 못 할 수도, 정신 나간 방역 만능주의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투표 방안이 사실상 마련되지 않아 ‘선거 사각지대’가 발생
이게 정치적으로 어떤 득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폭풍이 예상된다. 뜻을 이루더래도 이상하다 생각할 것이고, 이러다가 민주주의가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우려해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민주화운동이 평가받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그걸 퇴색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환자들이 KF94 마스크와 비닐 장갑을 끼고 조심해서 투표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도를 넘은 방역 만능주의를 보면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사설] 코로나 환자 수십만 명 대선 투표 못 할 수도, 정신 나간 방역 만능주의
조선일보
입력 2022.02.05 03:22
인천에 등장한 조형물 '3월9일 아름다운 선거' - 인천시선거관리위 관계자들이 3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에서 투표 독려를 위한 대형 투표함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같은 달 4~5일 사전 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사전 투표 이후 선거 당일 사이에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투표 방안이 사실상 마련되지 않아 ‘선거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다음 달 대선일(3월 9일) 직전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는 투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전 투표(3월4~5일) 이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는 우편 투표를 할 수 있고 사전 투표 이후 자가 격리자도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6시 이후 투표할 수 있지만, 사전 투표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투표 참여를 보장할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포기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방역 만능주의에 빠져 국민 기본권인 투표권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놀랍기만 하다.
코로나 확진자라고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참정권을 제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4일 새 확진자는 2만7000명대로, 3~4주 후에는 10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음 달 대선에서 많게는 유권자 수십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4·15 총선 때와 지난해 4·7 재·보선 때는 사전 투표 이후 발생한 확진자들은 투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엔 그 수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이번 대선에서 그런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빙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라는 이유로 수십만 명의 투표권을 제한한다면 선거 자체가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 달 이상 남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의 논의에서 이들의 투표를 가능케 할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방역 지침이 문제면 지침을 개정하면 된다. 필요하면 선거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 지금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도가 낮아 코로나 발생 초기나 지난해 봄 등과는 상황이 또 다르다.방역 당국이 오미크론 대응을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다. 환자들이 KF94 마스크와 비닐 장갑을 끼고 조심해서 투표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도를 넘은 방역 만능주의를 보면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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